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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청년은 원해도 되거든요" (G. 한소범 기자)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52회) 『청춘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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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작가가 꿈이었고 지금은 성실한 독자가 꿈입니다"라고 말씀하시는, 산문집 『청춘유감』을 출간하신 한소범 기자님 나오셨습니다. (2023.08.03)


한 번도 문학 기자가 되기를 꿈꾼 적은 없었는데, 돌이켜보니 그간의 모든 실패들이 이 직업을 위한 준비 과정처럼 보였다. 나만 몰랐을 뿐이지 처음부터 나를 위해 마련된 직업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내가 탐구해온 지난 모든 순간이 유용했다. 심지어 실수뿐이었던 제작부 막내 경험까지도.

누군가 내게 "어떻게 문학 기자가 되셨어요?"라고 물어봐도 "그러게요..."라고 얼버무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만 몰랐을 뿐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어쨌든 신문에 이름 날 사주라는 예언은 맞아떨어진 셈이다. 거의 매일같이 신문에 이름이 나는 신문 기자가 되었으니까.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한소범 기자님의 첫 번째 산문집 『청춘유감』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문학과 영화에 열광하던 사람이 우연과 필연의 흐름 속에 일간지 기자가 되고, '최연소 문학 기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고, 그러다 이 모든 과정을 '운명'이라고 말하게 되기까지. 『청춘유감』에는 한때 정말 사랑했지만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청춘 시절을 돌아보는 사람의 주저하고, 열광하고, 무엇보다 깊이 사랑하는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청춘유감』을 쓰신 한소범 기자님을 모시고 '울면서 걷고', '넘어지며 자라'는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 한소범 편> 

오은 : 작가님 소개를 할게요. "1991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국문학과 영상학을 전공했다. 발표된 적 없는 소설과 상영되지 않은 영화를 쓰고 만들었다. 2016년부터 <한국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 책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기자님 이름의 뜻이 정말 좋더라고요. 설명 부탁드릴게요. 

한소범 : 한소범이라고 하면 '작은 호랑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은 '호랑(虎狼)이'가 한자고요. '범'이 한글이거든요. 그래서 제 이름의 의미가 작은 호랑이는 아니고요.(웃음) 연못 소(沼)에 넘칠 범(氾)이에요. 외할아버지가 지어주셨어요. 사주에 물이 적다고 해서 삼수변을 넣어 물이 넘치는 이름으로 만들어 주셨죠. 그런데 이름이 워낙 특이하다 보니까 자라면서 저랑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못 봤어요. 착하게 살아야 된다고 항상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웃음) 

오은 : 『청춘유감』이 어떤 책인지 직접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 어떤 책이죠? 

한소범 : 『청춘유감』은 20대와 30대 초반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영화와 문학을 너무 사랑해서 거기에 바쳤던 시간, 사회 초년생으로서 좌충우돌하던 시기, 그리고 기자라는 직업인으로서 제가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에 답한 시간들을 담은 책인데요. 사적인 기록이긴 하지만, 너무 사랑했지만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세계, 그리고 젊음과 청춘에 관한 경험은 저희가 다 갖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구체적인 경험은 다를 수 있지만, 읽으신 뒤에 아마 저마다의 한 시절을 떠올리시게 될 것 같은 그런 책 같습니다.

오은 : 기자님과 나이 차이가 좀 있지만 저도 예전에 한 저의 대학 생활도 떠올려보고, 20대 중반과 후반에 어떤 감정을 가지고 살았는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 책이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가 되었잖아요. 그럼 처음에 출판사에서 제안을 했을 것 같은데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한소범 : 처음에 출간 제안을 주셨던 곳은 다른 출판사였어요. 직업 에세이 같은 콘셉으로 제안을 주셨죠. 청탁을 받고 쓴 건데요. 제가 생각보다 직업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 거예요. 일에 대해 아는 척을 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자꾸 제가 경험한 영화, 문학에 관한 것들이 섞였죠. 그 원고 뭉치를 제안 주셨던 출판사에 드렸는데 결국은 계약이 잘 안 됐고요. 운 좋게 연이 닿아서 문학동네와 함께 하게 됐어요. 그런데 제가 너무 자신감이 없는 상태였어요. 유명한 저자도 아니고 하니까 연재를 통해 사람들에게 먼저 글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출판사에서 말씀하셔서요. <주간 문학동네>에 하나씩 공개를 했던 거예요.

오은 : 기자님이 좋아하는 것이 문학, 특히 소설과 영화잖아요. 그러면 소설을 묶은 소설집이나 시나리오집 혹은 영화에 대한 에세이를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요. 그게 아니라 정말 나의 삶, 나의 젊음, 나의 청춘을 이야기한 책이거든요. 나 자신이 많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게 또 에세이라는 장르이기도 하잖아요. 부담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어요? 

한소범 : 내 삶이 내가 모르는 세계로 떠밀려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되게 컸던 것 같아요. 제 MBTI가 ISFJ인데요. 되게 계획적인 성향이잖아요. 이것이 더 구체적으로는 통제 성향이라고 해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되게 불안함을 느끼는 거죠. 그런데 책이야말로 제가 통제할 수 없는 거잖아요. 어떤 사람들이 읽게 될지도 모르고, 읽고 나서 어떤 감상과 생각을 가지게 될지 모르고요. 그게 너무 두려웠어요. 

그런데 요즘 생각하려고 하는 건, 아무리 제 삶이라고 해도 글이 되는 순간 또 완전히 내 삶인 건 아니다, 하는 생각이에요. 사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내 삶에 약간의 거리감을 주기 위해서이기도 하잖아요. 글을 안 쓰면 통과하느라 급급한 일들이 글로 정리하고 나면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지, 하고 거리감을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되고요. 그래서 요새는 제 글과 저의 삶을 분리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아요.

오은 : 처음 책을 받아 들고 『청춘유감』의 반댓말이 '청춘예찬'일까 생각했어요. '유감스럽다'고 할 때의 유감만 생각했던 거예요. 그러다 다 읽고 나니까 어쩌면 『청춘유감』에는 '청춘예찬'도 있을 수 있고, 슬픔도 있을 수 있고, 기쁨도, 환희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제목 정말 잘 지었다, 책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이구나, 생각했어요. 

한소범 : 보통 '유감하다'라고 할 때의 유(遺)인 줄 알시는데요. 책에서 말하는 건 해소되지 않은 감정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무감의 반댓말로서의 유감(有感)이에요. 그렇게 명명하고 나니까 신기하게도 제가 왜 이 글들을 써야만 했는지 저 스스로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제목의 힘을 그때 느꼈죠. 

오은 : 지금 기자님께서 생각하는 젊음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책 제목에도 청춘이 들어가는데 기자님은 청춘을 사전적 정의와 좀 다르게 해석하실 것 같거든요. 어떤가요?

한소범 : 제목이 너무 좋은데 한가지 힘든 점은 제가 약간 청춘 홍보 대사처럼 되었다는 거예요.(웃음) 저는 조금 걱정이 됐던 게, 제가 이런 책을 쓴 것이 그 시절에 대한 낭만화처럼 읽히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어떻게 보면 이미 기득권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사회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자리에 있고, 발언할 수 있는 기회들이 되게 많은 위치에 있어요. 그런 제가 청년에게 청춘을 말하는 건 되게 오만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지만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얘기가 있다면요. 꼭 하고 싶었던 얘기는 '원했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얼마 전 통계를 봤는데 그냥 쉰 청년이 39만 명이라고 하더라고요. 청년 중 4분의 1이 일 안 하고 그냥 쉰 거예요. 그게 저는 너무 충격적이었거든요. 사실 그냥 쉬었다는 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잖아요. 

근데 사실 청년은 원해도 돼요. 원하는 만큼 돌려받지는 못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 쌓이는 경험만큼은 아무도 훼손 못하는 것이고, 그것만큼은 진짜 자기 것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원하는 게 있는 사람이 청춘이라고 생각하고요. 청춘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더 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오은 :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책읽아웃> 청취자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 주세요.

한소범 : 『없음의 대명사』를 추천합니다. 정말 좋은 시집이에요.

오은 : 소설 좋아하시잖아요. 소설을 추천해 주실 줄 알았는데, 아무리 제가 앞에 있다고 하더라도 굳이 그러실 필요가 없어요.(웃음) 

한소범 : 최근에는 저의 편집자님한테 인생 책이 뭐냐고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필립 로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나의 은인의 인생작가의 책'을 안 읽어볼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울분』을 읽었는데요. 너무 좋았어요.



*한소범

1991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국문학과 영상학을 전공했다. 발표된 적 없는 소설과 상영되지 않은 영화를 쓰고 만들었다. 2016년부터 한국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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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유감
청춘유감
한소범 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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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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