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가 곧 장르다! 드라마 <악귀> 대본집 출간 인터뷰
『악귀』 김은희 드라마 작가 인터뷰
드라마에 등장했던 아동 학대 사건이나 탐욕으로 눈이 먼 아귀 사건이나 모든 것이 귀신 세계의 일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문제죠. (2023.07.31)
<악귀>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입증해 온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가 선보이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다. 김은희 작가 외에도 섬세한 연출력의 이정림 감독, 몰입감 높은 연기와 자기만의 색깔을 유연하게 담아내는 김태리, 오정세, 홍경 배우의 만남으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 결과, "비주류 드라마인 '오컬트'라는 장르를 주류로 끌어올렸다"는 시청자들의 극찬 속에 전체 드라마 화제성 1위, 시청률 1위라는 두 가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민속학을 핵심 소재로 한 시도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서사가 녹아든 <악귀>. 이 드라마의 대본집 버전과 함께 김은희 작가의 인터뷰를 만나보자.
대한민국이 김은희라는 장르에 열광중입니다. '오컬트'라는 생소한 장르에도 불구하고, 매회 성공적 시청률과 화제성을 낳았는데요. <악귀>라는 드라마를 어떻게 기획하시게 되었나요?
어릴 때부터 드라마 <전설의 고향> 같은 드라마를 좋아했어요. 무서워하면서도 즐겨봤거든요. 외국 오컬트물을 보면 크고 무섭게 생겨서 존재감 확실한 악마들이 나오잖아요. 한국이라면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민속학'이 나오게 되었죠. 우리나라에도 흥미로운 귀신 이야기가 많거든요. 이 드라마도 <킹덤>을 기획할 때 같이 구상했던 드라마예요. <킹덤>에서도 주목했던 백성들의 삶을 <악귀>에서도 보여주고 싶었죠. 우리 옛 조상들은 어떤 것을 믿고 살았을까. 무엇을 의지했을까 하면서 무속 신앙을 모티브로 삼기도 하고요. 2년 정도 기획하고 쓰면서 모든 것을 넣었습니다.
김은희 작가의 반전이 있다면 그것은 평소 겁이 많으시다는 건데요, 이번 <악귀>를 쓰시면서도 무서웠던 경험이 있다면요?
겁이 많으니까 실제로 사람들은 어떤 포인트에서 놀라는지, 무서움을 느끼는지 알 수 있으니 이런 장르물을 쓰기가 더 수월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번 <악귀>에서는 '악귀'라는 귀신 이야기를 수집한 것은 아니고, 민속학 이야기를 수집하고 자료 조사를 했어요. 자료 조사를 하면서 충남 홍성 바닷가의 마을 당제에 참여했어요. 그 마을도 백차골 마을처럼 바다를 앞에 두고 있고, 나이 많으신 어른들이 당제 준비를 다 하고 계셨어요. 나이가 들어 힘든데 이걸 매년 어떻게 하냐,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면서요.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지켜주는 동신에게 지내는 제사였어요. 밤이니까 주변에 희미한 불빛과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정도만 들리는데 이장님이 제사가 끝나고 나서 "자, 이제부터는 절대 뒤돌아보시면 안 돼요. 뒤돌아보면 잡귀가 붙습니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때 줄지어 갈 때 분위기가 굉장히 무서웠어요. 그 이야기가 드라마에 들어가게 되었죠.
극 중에서는 악귀가 저지른 악행이 누군가의 자살로 이어집니다. 극 중에서는 특정 인물을 악귀라고 하지만, 작가님께서는 여러 인터뷰에서 악귀에 대해 또 다른 의견을 더해주셨어요.
저도 작품을 준비하면서 악귀는 누구인가. 누구를 악귀로 삼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결론적으로 악귀는 내 마음을 흔들고, 유혹하는 '나쁜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 속에서는 귀신보다 더 악한 사람을 악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악귀가 선택한 방법도 자살인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자살은 스스로의 잘못이나 나약함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억압, 부추김, 강요가 있어 벌어진 결과물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자살 사건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어"라는 메시지를 염해상 교수의 대사로 넣었죠. 유독 산영은 한강 다리를 자주 찾죠. 거기서 해상이든 홍새든 누군가와 만납니다. 안타까운 죽음이 많은 곳이 한강이잖아요. 자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한강 다리가 되어버렸으니까요. 때문에 한강의 '보이지 않는 손'을 표현하게 된 거죠.
대본을 쓰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실제 기사를 바탕으로 '염매를 만든 비정한 무당'에 대해 쓸 때죠. 처음에 봤을 때 너무 놀라서 믿기지 않더라고요. 어린아이를 죽여 태자귀를 만드는 것이 현실에 과연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가슴 아픈 이야기인데 진짜로 있었던 악습이라고 하니, 악귀의 회상신은 늘 마음이 아팠죠. 실제로 촬영하고 드라마로 보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 같아서 끔찍했어요. 똑같은 사건은 아니지만 지금도 곳곳에서 일어나는 가정 폭력, 아동 학대 사건을 보면 우리는 다 똑같은 생각을 할 거예요. '막을 수 있었는데... 실제로 막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담긴 신(scene)이기도 해요.
악귀와의 첫 만남이 붉은 배씨댕기입니다. 악귀와 관련한 5가지 물건은 어떻게 선정하셨나요?
첫 물건을 붉은 배씨댕기로 선정한 것에도 이유가 있어요. 지금은 보기 어렵지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법하고 성별을 알 수 있을 만한 소품을 고르고 싶었어요. 배씨댕기는 일반 댕기와는 다른 의미예요. 여자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갖는 액세서리인데, 그 아이의 건강과 행운을 비는 부적 같은 것이죠. 그래서 염매로 희생당할 아이에게 줄 선물은 아니에요. 때문에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아이러니한 도구죠. 다른 물건으로는 해상의 엄마가 자살할 때 썼던 흑고무줄이라든가 악귀가 된 아이가 미술을 좋아했기에 넣은 초자병, 아이를 죽인 사람의 옥비녀, 시체를 넣은 옹기 등 극의 곳곳에 흩어진 단서로 넣게 되었죠. 대본집 속에서는 이 5개의 물건을 일러스트로 그려 넣으셨더라고요. 한국적인 멋 그리고 세월의 더께까지 담은 듯해서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드라마를 쓰실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무엇인가요?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결국은 '사람 이야기'예요. 자료 조사를 하러 가면 거기 계신 분들이 제가 어떻게 자료 조사를 하는지 궁금해하세요. 당제는 전국 어디 어디에서 열리고 언제 열리는지 이런 게 궁금하기보다는, 그 마을에서 어떤 분이 당제를 주도하고 당제를 지내오면서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등, 사실상 진행하시는 분들의 이야기가 가장 궁금하거든요. 그래서 직접 가보고 어떤 행동, 어떤 표정으로 준비하시는지를 엿보는 거죠. 작가라면 모름지기 사회에 대한 자신만의 시선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후배 작가들에게도 늘 하는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라'고 하는데요. 우리 사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 사고가 일어나죠. 드라마에 등장했던 아동 학대 사건이나 탐욕으로 눈이 먼 아귀 사건이나 모든 것이 귀신 세계의 일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문제죠.
<악귀>의 기획 의도에서 언급한 '청춘'. <악귀>라는 드라마를 통해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자세히는 '청춘'과 '어른'이에요. 서문춘 형사와 홍새, 서문춘 형사와 해상. 그리고 해상과 산영. 청춘은 가장 흔들릴 때잖아요. 그 청춘에서 제일 중요한 건 가장 나답게.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선택을 할 수도 있고 아예 선택을 하지 않는 것도 괜찮죠. 무엇이든 청춘들이 자기 삶에 떳떳한 선택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흔들리는 청춘의 시기를 현명하게 끌어줄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까지 자기다운 선택을 하는 산영을 통해 젊고 아름다운 청춘인 당신에게, 당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해주고 싶었어요.
*김은희 영화 <그해 여름>으로 데뷔한 뒤 <위기일발 풍년빌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드라마 집필에 뛰어들었다. 이후 한국 드라마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전문 분야를 소재로 한 <싸인>, <유령>, <쓰리 데이즈>, <시그널>을 선보이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오픈된 넷플릭스 최초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최고 작가 반열에 올랐으며, 이번엔 한국의 민속학에 오컬트를 곁들여 K-오컬트 드라마를 선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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