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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전을 재해석한 역사 판타지 동화 『도술 글자』

『도술 글자』 박하익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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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역사적 인물 '정소 공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백성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한글 창제의 의의를 판타지로 재해석했다. (2023.01.13)

박하익 저자

최첨단 과학 기술과 도깨비가 살아가는 환상 공간을 자유자재로 연결해 낸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로 큰 호평을 받았던 박하익 작가가 4년 만에 신간 『도술 글자』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잊힌 역사적 인물 '정소 공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백성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한글 창제의 의의를 판타지로 재해석했다. 독특한 캐릭터들과 유쾌한 반전, 현실감 넘치는 구전 설화들은 거대한 세계관을 촘촘하게 잇고, 영상을 보는 듯한 속도감 넘치는 전개는 두꺼운 책을 어려워하는 어린이들에게도 책장이 훌쩍 넘어가 버리는 짜릿함을 선사할 것이다.



『도술 글자』 곳곳에 한국 고전 소재들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한국 고전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어렸을 때 저희 아버지께서 민요에 취미가 있으셨어요. 자주 장구 소리 들었고 민요 선율과 가사에 친숙하게 자랐어요. 우리나라의 옛 정서를 노래를 통해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고전의 분위기를 즐기게 된 것 같아요. 창작 동화보다 전래 동화를 재밌게 읽는 아이였달까요. 더구나 요즘은 <조선왕조실록>도 검색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저한테는 보물 상자나 다름없었지요. 민요를 듣고 자라고, 전래 동화를 읽고, 옛이야기 속 재미있는 부분들을 찾아보는 일련의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도술 글자』를 쓰는 작업과 이어졌던 것 같아요.

어떻게 '도술 글자'라는 소재를 떠올리고 사용하게 되셨을까요?

'화명동 대천 마을 신선이 데려간 아이' 이야기에서 영향을 받았어요. 옛날에 화명동 대천 마을에 윤기홍이라는 선비가 살았는데 어느 날 꿈에 신선이 나타나 하얀 꽃을 주면서 이제 곧 천상의 선동을 아이로 갖게 될 거라고 했대요. 그리고 아내가 아이를 낳았는데, 출산 당일 천둥 번개가 치고 신선들이 나타나더니 아이를 데려가 버렸대요. 7일 뒤에 다시 오겠다며 종이에다 일곱 글자를 써줬고요. 7일이 지나 신선들이 다시 와서는 "미안하지만 아직 안 되겠다"라고 말하고, 엄마의 왼팔에다 새로운 일곱 글자를 써주고 사라졌대요. 몇 년 뒤, 아이를 돌려받기로 약속한 시기가 왔지만 "미안하지만 이 아이는 인간들과 살 수 없다"고 말하고는 다시 일곱 글자를 남기고 떠났대요. 그 뒤 윤씨 가문에서는 대대로 그 글자들을 보관했고요. 

이 얘기를 들었을 때 강한 호기심을 느꼈어요. 인간들이 쓰는 글자와 다르고, 사람이 해독할 수 없는 신선들의 글자라니... 상상의 나래를 펴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세상의 원리를 깨달은 신선들은 어떤 신묘한 글자를 쓸까? 혹시 그 글자에는 그들이 부리는 도술의 비결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하고요.

주인공 정소 공주가 신통한 능력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는데요. 많은 역사적 인물들 가운데 정소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병에 걸려서 일찍 죽었다는 것 외에 역사적인 기록이 거의 없는 인물이라 오히려 상상의 나래를 펴기가 편했어요. 딸을 향한 세종의 사랑이 지극했다고 실록에 나와서 그 마음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다만, 공주를 너무 완벽한 아이로 그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왕실의 첫 손녀로 태어난 정소는 여러 어른의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자랐을 거잖아요. 거만한 마음이 없었을 것 같진 않아요. 

그래서 약간 완고한 캐릭터, 어리광쟁이 같은 면이 있는 캐릭터로 설정했어요. 저는 마냥 선량하거나, 모든 문제를 너무 쉽게 척척 해결해 나가는 캐릭터들에게는 거리감을 느껴요. 오히려 약간 못되거나 인간적인 매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갑자기 닥친 위기 상황들에 맞서 행동하다가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고, 사건의 뼈아픈 진실을 깨달아 성장해 가는 과정이 좋더라고요.

『도술 글자』에도 은신술, 분신술, 도술 도구 등 정말 탐이 나는 신비한 능력들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작가님께서 가장 가지고 싶은 도술 능력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도술 능력도 좋지만 도구로 답을 해도 될까요?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많이 달리더라고요. 3권의 금림이가 서천 꽃밭에서 받아온 피로 회복과 자양강장을 위한 환약을 가지고 싶네요. 작가로서 제일 탐나는 건 2권의 순성이가 만든 먹이에요. 수백 년 나무들의 지혜가 어우러진 먹으로 글을 쓰면 조금이라도 더 글을 잘 쓰지 않을까요. 용궁 보고에 있던 보주도 갖고 싶어요. 과거를 비춰주는 지장보살의 구슬 같은 건데요. 그걸 슬쩍슬쩍 들여다보면, 한결 편하게 역사 동화나 역사 소설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고증을 염려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세 권이 동시에 출간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완결까지 한 번에 출간하게 되신 계기나, 작업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전에 『선암여고 탐정단』을 썼어요. 1권과 2권을 쓰고 나서 드라마로 제작이 되어 방송이 되고, 그 뒤로 방송 캐릭터들에서 벗어나려고 조금 사이를 둔다는 것이 손을 놓게 되었지요. 시리즈의 완결을 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무척 컸어요. 만약 다시 시리즈를 시작하면 반드시 완결을 보자고 결심하게 된 거지요. 그래서 『도술 글자』는 세 권의 원고를 한꺼번에 쓰게 된 거예요. 세 권의 연결이 촘촘해요. 출판사에서도 전 권의 교정을 함께 보고 출간하는 게 효율적이겠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도술 글자』 최종 장을 마치며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도술 글자』 3권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있어요. 정소가 과거의 기억을 회복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섞이는 부분인데요. 정소는 그 장면에서 그간 생에서 누렸던 모든 여행의 기회가 과거에 두억시니가 꿈꿔왔던 소망에 기반해서 얻어진 것들이라는 걸 깨달아요. 저는 그 장면이 무척 좋았어요. 사실 우리가 이렇게 한글을 쓰고 편하게 문자 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세종 대왕께서 과거 꾸셨던 소망과 꿈의 결과물들이잖아요.

때로 우리가 가진 소망들이 터무니없게 느껴지고, 약해 보일 때가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희망은 생각보다 힘이 세요. 미래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요. 더 놀라운 건 내 꿈이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거예요. 우리는 지금도 매일 미래 세대에게 영향을 미치는 도술을 부리고 있어요. 그러니 때로 지칠지라도 소망하기를 멈추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완결 이후 『도술 글자』 속 주인공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궁금하실 독자분들을 위해 조금만 풀어 주세요.

모험을 계속하고 있을 것 같아요. 뒤이어 생긴 문제들을 계속 해결해 나가면서요. 기이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예상치 못한 인물들을 만나겠지만, 어떤 문제를 해결하든 다섯은 언제나 함께할 거에요. 두옥은 옥황상제로서 원길이는 지하국 왕으로서 정소와 금림이, 맹이의 모험을 지지해 주겠지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한 십만 년 이상이 흐른 뒤에는 정소도 옥황상제가 될 만한 그릇이 되지 않을까요?



*박하익

신유년 청주에서 태어났다. 중고교 시절에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을 좋아했고, 사회 문제를 현실적으로 드러내면서 대중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추리 소설에 매료되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추리작가협회, 한국미스터리작가모임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추리소설이라는 선입견 없이 어떤 독자라도 빠져들 수 있는 소설을 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마음속 편견들을 채굴하는 기분으로 글을 쓴다.




도술 글자 1~3권 세트
도술 글자 1~3권 세트
박하익 글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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