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사무엘 베케트의 고전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허름한 분장실에서 <고도를 기다리며> 무대에 오를 순간만을 기다리는 두 언더스터디 에스터, 밸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예술과 인생,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고도를 기다리며>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연출을 맡은 오경택 연출가는 "<고도를 기다리며>가 상징적이고 보편적인 질문을 던진다면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현실적이다. 각자의 고도를, 무대에 올라가기를 기다리는 이야기를 현실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로 그린다"고 설명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지난해 국내 초연 이후 1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이번 시즌에는 에스터 역에 박근형, 김병철이, 밸 역에 이상윤, 최민호가 캐스팅됐다.
최근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블라디미르 역을 맡아 활약했던 배우 박근형은 블라디미르가 아닌 에스트라공의 언더스터디인 에스터 역을 선택했다. 그는 "배우는 생명이 있는 한 수천 가지 역할에 도전하는 것이 본능"이라며 "'저 배우가 이번에 저 역할을 하는 데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열심히 해보겠다. 기대하셔도 좋다"고 말했다. 이어 "에스터는 사라져가는 노배우다. 어쩌면 저일지도 모른다. 무대에 서기 위해 일생 동안 기다리는 사람, 즉 사회에서 소외돼 가는 사람들의 마지막 심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작품에 참여하는 이유를 꺼내놓았다.
오경택 연출과의 인연을 통해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김병철은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떨리기도, 설레기도 한다. 잘 준비해서 좋은 작품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연기하는 에스터는 제대로 된 연기를 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배우다. 새로운 파트너인 밸을 만나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는 인물"이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처음으로 코미디 연극에 도전하는 이상윤은 "코미디 연극이지만 코미디만 있는 작품은 아니다"라며 "연출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대본에서 느껴지는 것보다는 조금 더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하신다고 하셨다. 박근형 선생님과 연습을 시작한 후, 선생님은 연출님의 생각보다도 더 깊게 이 이야기를 다루려고 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어떻게 합을 맞춰야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초연으로 연극 무대에 데뷔했던 최민호는 이 작품으로 다시 돌아온 것에 대해 "연극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개인적인 꿈이 있었는데, 작년에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다시 이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작년과는 다른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저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초연 때 제가 생각했던 캐릭터의 모습도 담고, 이번에 만나 새롭게 발견한 모습도 담으면서 관객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을 표현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무대 조감독 로라 여은 김가영, 신혜옥이 맡는다. 김가영은 "임신, 출산, 육아를 거치며 무대와 떨어져 있었는데,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때에 이 작품을 만났다. 무대에 다시 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무대라는 공간이 배우로서 얼마나 감사한 공간인지 다시금 깨닫고 있다"고 무대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멋진 배우들과 함께해 행복하다. 동생에게 '언니가 꿈을 포기하지 않아서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극 중 에스터가 '무대를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는데, 이번에 이 작품을 하며, 함께하는 선배님들을 보며 다시 꿈을 꾼다"고 말했다.
신혜옥은 "대본을 받고 순식간에 읽었다. 내게 왜 이렇게 크게 다가왔을까 생각해 봤는데, 배우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어서 더 깊이 빠져들어 봤던 것 같다. 더 나아가 인생 자체를 이야기하는 작품 아닌가. 그래서 더 잘 표현하고 싶다. 다른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며 "웃느라 대본을 제대로 못 읽을 정도로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고 작품에 임하는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오경택 연출가는 "언더스터디 배우들의 이야기를 유명한 배우들이 연기한다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여기 있는 배우들이 '나는 좋은 배우야, 나는 무언가를 이뤘어'라고 생각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라면 또 다른 것, 더 나은 내일을 바라지 않나. 각자가 기다리는 '고도'는 무엇이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 좋은 배우들이 표현하는 보편적 인간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더 잘 가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오는 9월 16일부터 11월 16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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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희
뮤지컬 전문 매체 <더뮤지컬> 기자. 좋아하는 건 무대 위의 작고 완벽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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