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MZ는 그런 거 아니라고요
책읽아웃 - 이혜민의 요즘산책 (306회) 『___답지 않은 세계』
10대부터 30대까지를 뭉뚱그리는 무분별한 MZ화에 반기를 들고, 맥락 없는 세대 규정 과정에서 개인은 너무 쉽게 사라져버리는 현실을 꼬집는 에세이예요. (2022.11.09)
이혜민 : 상훈님,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그간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 있었죠.
김상훈 : 너무 충격이었어요. 일요일 저녁에 마침 아홉 살 조카가 집에 왔는데 같이 밥 먹으면서 뉴스를 봤어요. 조카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지 계속 "왜? 어떻게?" 이렇게 묻더라고요. 그리고 "가족들이 너무 슬프겠다"고 말해서 마음이 아팠어요.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회피하는 모습에 분노하기도 했고요.
이혜민 : 그럴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될까, 그런 것도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이런 일을 잘 보내는 방법에 대해서요. 직접적으로 그곳에 있지 않았거나 직접 희생당하지 않았더라도 그 소식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모두가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떻게 우리가 함께 건너갈지 이런 좀 더 나아간 얘기들이 나와야 할 것 같은데, 그러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쉬워요. 그리고 슬픔과 애도의 시간은 분명히 필요하고, 그것과 더불어서 구조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그것도 충분히 밝혀져야 나중에 또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김상훈 : 오늘의 산책길도 이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어떤 길인가요?
이혜민 : 오늘도 질문부터 드릴게요. 상훈님은 MZ세대라는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M과 Z가 묶이는 것이 괜찮을까요?
김상훈 : 제가 80년대 중반 세대인데, 회사 동료 중 97년생도 있는데 저희가 같은 세대가 맞을까요? 어제 안 그래도 민들레영토, 캔모아, 피카츄 돈까스 얘기가 나왔는데 하나도 모르더라고요. 게다가 저와 같은 나이라고 해도 수도권이냐 지역이냐, 남성이냐 여성이냐, 그 외 수많은 요인에 따라 생각과 경험 등 모든 것이 다를 거예요.
이혜민 : 맞아요. 한 기사의 설문 조사에서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만 18~42세의 사람들이 실제로 서로 비슷한 경험과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68%'로 나왔다고 해요. 그 중에서도 'Z세대는 M세대와 하나로 묶이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어쩌면 MZ세대라는 명칭은 당사자의 의견은 무시한 채, 기성세대의 필요에 맞게 합쳐지고 정의 내려진 것일지도 모르는 거죠. 오늘은 진짜 MZ세대가 말하는 MZ에 대하여 얘기해 보려고 해요.
김상훈 : 오늘의 책은 어떤 책인가요?
이혜민 : 『___답지 않은 세계』라는 책이에요. 부제는 'MZ에 파묻혀버린 진짜 우리의 이름'이에요. 10대부터 30대까지를 뭉뚱그리는 무분별한 MZ화에 반기를 들고, 맥락 없는 세대 규정 과정에서 개인은 너무 쉽게 사라져버리는 현실을 꼬집는 에세이예요.
김상훈 : 저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이혜민 : 홍정수 저자는 기자이자 91년생 밀레니얼 세대예요. 세대론을 너무 좋아하는 업계에서 일하면서 잘못된 MZ세대론에 질려서 책까지 쓰게 됐다고 해요.
김상훈 :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나요?
이혜민 : 래퍼인 '이영지'씨의 말로 시작해요. "MZ세대 본인들은 MZ세대인 걸 전혀 모른다." MZ세대가 유독 다른 세대에 비해 붙은 이름에 대해 시큰둥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저자는 MZ세대는 나눠야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서 나눈 세대가 아니라, 묶으면 부르기 편하니까 묶어버린 세대여서 그렇다고 말해요. 19세에서 34세까지 법적 청년들은 머릿수만 1,000만 명이 넘는데, 사실 모든 MZ세대의 성장 과정은 너무 다르다는 거죠. 하나의 세대로 묶어 분야별 대표 특성을 하나씩 뽑는다는 건 과도한 일반화라고 말합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10대, 20대, 30대 안에서도 차이가 선명하고요. 'MZ세대는 개인주의자다'와 같은 납작한 시선을 입체화해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유독 세대론이 붐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사회가 지배하는 게 나이이기 때문'이라고요. '-답다'라는 표현이 너무 공고한 사회이기도 하고요. 한 명의 개인을 어떤 '나이'의 사람이나 어떤 '세대'의 일원으로 규정하고 짐작하기보다 '그냥 한 사람'으로 보는 것부터 시작이죠. MZ세대를 'MZ라서 역시' 혹은 '20대 젊은이'라고 부르기보다는 각각의 한 사람으로 봐주길 바라는 거죠.
책은 네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요. 첫 번째 파트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MZ세대의 취향에 대해 들여다봅니다. MBTI에 과몰입하는 이유, 지극히 개인주의적으로 취향 존중을 주장하면서도 취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모습, 집 꾸미기에 진심인 요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MZ세대의 고민을 담았습니다. 명품에 열광하면서도 짠테크에 집착하는 이유가 뭔지, 유튜버가 되겠다면서 대기업을 때려치우는 심리는 무엇인지, 가상 화폐에 인생을 거는 듯한 광기의 근원이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세 번째 파트에서는 기성세대가 불편해하는 MZ세대의 측면과 MZ세대 내에서도 존재하는 갈등과 차이점을 살펴봅니다. 무엇이든 쉽게 좋아하다가도 쉽게 혐오하고, 상대적으로 풍족한 시대에 태어나 자랐으면서도 누구보다 비관적인 우리의 면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해요. 네 번째 파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 적응하고 무언가를 조금씩 바꿔보려는 젊은이들의 분투를 다뤘어요. 물론, 불의에 맞서 거리로 쏟아져 나와 몸과 마음을 합쳐 투쟁하던 과거의 방법과는 다르지만, 대신 각자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과거부터 이어져온 부조리에 반대하며 미래를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싸워나가는 움직임과 목소리에 대해 담았습니다. 마지막에는 실제 요즘 것들의 인터뷰도 실려 있는데요. 2000년대생, 1990년대생, 1980년대생의 목소리가 각각 담겨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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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인터뷰 채널 '요즘 것들의 사생활'을 운영하며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먹고사니즘』 등을 썼다. 나다운 삶의 선택지를 탐구하는 사람.
<홍정수> 저13,5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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