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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꾹 눌러 쓴 김새녘의 기억, 추억, 시간
김새녘 <새빛깔>
<새빛깔>은 저마다의 감정 속으로 듣는 이를 떨어뜨린다. 혹자는 그 이유를 음악 앞에 '드림팝'이란 수식을 붙여 설명하려 들겠지만, 장르의 구분을 떠나 그저 쉽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작품이다. (2022.09.21)
김새녘의 음악을 완성하는 것은 나른한 기타 톤과 빼곡히 써 내려간 가사, 그리고 목소리다. 써놓고 보니 훌륭한 음악이 공통으로 지닌 요소들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첫 번째 음반 <새빛깔>은 자꾸만 묻고 싶은 것들을 만든다. 음악과 비슷한 느낌을 가진 '새벽'과 활동명 '새녘' 사이 의도한 연결 고리가 있는 것인지... 기쁜 사랑보다는 슬픈 사랑을 풀어가는 각 수록곡은 어떤 상황에서 쓰인 것인지 등등. '새'로운 '빛깔', 아니 '새'녘의 '빛'나는 색'깔'을 담은 작품은 이처럼 듣는 쪽에서 질문을 쏟아내게 할 만큼, 좋다.
'좋다'는 감상은 새로움 속에서 피어나지 않는다. 그의 음악은 독특하거나 새롭지 않다. 이를테면 '가느다란 사랑 하자며 / 나를 쫓아 따라오지 말아요 / 나는 줄 수 있는 것이 없어요 / 같은 생각 나눌 수도 없어요' 인상적인 노랫말로 문을 여는 '싫증'은 밴드 '쏜애플'의 멜랑꼴리함을 닮았고, 힘없는 보컬과 탱탱한 일렉트릭 기타 선율로 곡 흐름의 강약을 조절하는 끝 곡 '알람'은 신해경, 검정치마 음악과 같은 선로를 달리는 식이다. 새로움은 없지만 분명 '내 것'인 덕에 익숙함과 편안함이란 강점을 가졌다. 또한, 조급함 없이 '내 이야기'를 풀어낸 점 역시 완성도를 높인다.
6개의 트랙은 흥분하지 않은 욕심으로 가득 차 있다. 부유하는 일렉트릭 기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드럼 비트로 골격을 다진 비슷한 구성 사이, 매 곡이 선명한 힘을 가진다. 특별히 색 강한 사운드 소스를 쓰지 않아 호흡이 늘어질 수도 있었지만, 앨범은 그 인과 관계에서 벗어난다. 힘 있는 메시지와 완급 조절의 맛이 살아있다. 김새녘표 사이키델릭. 지는 계절 속 슬픈 나를 회상하는 'Floor Flower',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너의 이기심이야' 비난하는 '갈증' 등 앨범에는 꾹꾹 눌러 쓴 기억, 추억, 시간, 순간의 편린이 살아 숨 쉰다.
그를 '무드 메이커'라고 칭하고 싶다. <새빛깔>은 저마다의 감정 속으로 듣는 이를 떨어뜨린다. 혹자는 그 이유를 음악 앞에 '드림팝'이란 수식을 붙여 설명하려 들겠지만, 장르의 구분을 떠나 그저 쉽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작품이다. '나는 / 이런 / 오직 / 이런 / 다툼 / 그만 / 너와 / 하고 싶어' 노래하는 '고집'과 '날 버리기 전에 다시금 떠올려봐요' 붙잡는 '의심' 사이 누군가는 또 어떤 기억을 떠올릴지 궁금하다. 24분의 짧은 러닝 타임 동안, 쓰거나 달지 않게 되묻는 사랑 노래가 흐르고 때에 맞춰 각자의 (히)스토리가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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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