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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의 바로잡는 의학상식] 과잉 진료, 어떻게 대처할까?

이승훈의 바로잡는 의학상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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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같은 환자 호객용 병원 홈페이지는 선진국에서는 거의 없다. 병원의 내외부 인테리어도 그저 깔끔한 편이지, 국내 성형외과, 피부과 같은 화려한 디자인은 흔하지 않다. 필요한 환자만 걸러서 오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2022.07.19)


격주 화요일, 이승훈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가
우리가 꼭 알아둬야 할 의학 상식을 소개합니다.

언스플래쉬

지난번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의료 진료 체계는 1차, 2차 및 3차 병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응급 상황이 아니라면 반드시 동네에서 1차 진료를 받은 후, 의사의 소견에 따라 2차나 3차로 넘어가도록 강제된 구조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운영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별로 없을 듯싶다. 실상은 3차 병원 방문을 위해, 1차 병원을 단순히 진료의뢰서 발급처로 활용하는 경우가 더 흔할 정도다. 게다가 비급여 진료라면 처음부터 3차 병원 진료도 가능하다. 우리나라 의료 체계는 사실 느슨해도 너무 느슨하다.

사실 1-3차로 나누는 병원 진료 체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서구 국가에서는 응급 상황을 제외하면, 환자가 임의로,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3차 병원을 바로 방문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상급 병원의 방문은 반드시 자신을 돌보는 가정 주치의의 허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병원 후송에 관련하여 정부의 모니터링을 받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인정에 이끌려 부탁을 들어주기는 매우 힘들다. 

이렇게 선진국에서 강제적인 후송 절차를 만든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 의학은 전문 영역이므로 일반인의 판단에 좌우되면 안 된다는 점, 둘째, 의료 비용을 전부 국가에서 책임지는 만큼 주치의 시스템을 이용해 전체 지출을 관리하도록 의도하였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의료는 공공재라는 인식이 강하다. 의학은 사적 영역이 아닌 국가 관리를 받는 주요한 사회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같은 환자 호객용 병원 홈페이지는 선진국에서는 거의 없다. 병원의 내외부 인테리어도 그저 깔끔한 편이지, 국내 성형외과, 피부과 같은 화려한 디자인은 흔하지 않다. 필요한 환자만 걸러서 오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3차 병원 접근이 쉬운 국내에서 종합 병원 쏠림 현상은 사실 너무 당연하다. 그러다 보니 필자가 외래 클리닉을 볼 때면 기가 찰 정도로 가벼운 증상을 가지고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러려니 하고 다시 동네 병원으로 보내지만, 속으로는 ‘환자나 우리나 이게 무슨 불필요한 고생인지?’하고 혀를 차곤 한다.

이렇게 많은 환자를 3차 병원에 뺏기는 동네 병원들은 과연 어떻게 대처를 할까? 모든 병원이 그런 것은 절대 아니지만, 환자 수가 줄어드는 동네 병원에게 과잉 진료는 수입을 보전하기 가장 쉬운 수단이 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건강검진 MRI에서 노화로 인해 가벼운 백질변성이 나온 환자에게 뇌졸중이라고 진단하는 일이나, 좌욕하고 지낼 만한 가벼운 치질 환자에게 바로 수술하자는 병원, 허리 디스크 수술로 강남에 빌딩을 세웠다는 병원 등, 이런 소식들은 같은 의사로서 웃어 넘기기에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가벼운 환자를 놓고도 3차 병원과 경쟁해야 하는 동네 병원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진료비 수가는 전세계적으로 아주 낮은 수준이어서, 교과서적인 진료만으로는 병원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의료는 기본적으로 공공재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저수가 정책을 이용해 급여 심사를 하는 것 외에는 모두 민간 자율에 맡겨 버린 형국이다. 차라리 유럽 선진국들처럼 수가를 현실화하고, 환자 이송은 강제하는 시스템으로 개혁한다면, 지금 같은 과잉진료는 훨씬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30년 이상 국내 의료 시스템을 경험한 필자 입장에서,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그런 수준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의료 소비자들은 어떻게 병원을 이용해야 할까? 

필자가 생각하는 몇 가지 요령을 알려주고자 한다. 물론 완전한 방법은 아니다.



1) 국가에서 시행하는 건강 검진은 확실하게 챙긴다.
2) 가벼운 증상으로 습관적으로 병원에 가지 않도록 한다.
3) 뇌졸중, 심장 질환처럼 장기간 진료가 필요한 경우, 환자 본인이 질병에 대한 지식을 최대한 갖춘다.
4) 별다른 설명 없이 검사만 추천하는 의사보다, 신뢰가 가는 설명을 하는 의사를 만나도록 한다.
5) 과잉 진료가 의심되는 경우엔 다른 병원이나 상급진료의 의견을 추가로 듣는다.
6) 과잉 진료가 확실한 경우, 확실하게 거절 의사를 표시하되, 다만 서로 얼굴 붉히지 않도록 잘 처신한다.
7) 비급여 영양 주사 등, 종합 병원에서 하지 않는 1차 병원만의 처방은 대개 불필요한 치료다. 받지 않도록 한다.
8) 일단 의사를 선택한 경우엔 그를 거의 전적으로 믿고 진료한다. 가급적 그 의사의 단골이 되도록 한다.


적고 보니 너무 당연한 얘기 같지만, 실제 병원에서는 이런 원칙으로 다니는 환자들이 그리 많지 않다.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개선을 위해, 또한 환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환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기본적 행동 양식이라고 봐주면 좋겠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일부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을 제외한 나머지 의사들은, 그들도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사는 개인 사업자들이자 직장인들이다. 그들의 애로를 이해하고 진정한 환자-의사 관계를 형성한다면, 동네 병원에서도 종합병원 못지않은 수준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나 그들이나 사는 게 힘든 건 똑같다.



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이승훈 저
북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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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승훈(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저자. ㈜세닉스바이오테크 대표이사, (사)한국뇌졸중의학연구원 원장 및 뇌혈관대사이상질환학회 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의학자로서 뇌졸중의 기초와 임상에 관한 200여 편의 국외 논문을 발표했으며, 대한신경과학회 향설학술상, 서울대학교 심호섭의학상, 유한의학상 대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및 보건복지부 장관표창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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