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가의 현실밀착형 돈 탐구생활
『이러다 벼락부자가 될지도 몰라』 지해랑 작가 인터뷰
가만히 있다간 벼락거지 꼴을 못 면하겠다는 위기감 때문에 돈에 대해 탐색하기 시작했어요. 부동산이다, 코인이다, 주식이다 돈 벌었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만 벼락거지가 되는 건 너무 무서운 일이라서. (2022.03.28)
베테랑 방송작가 지해랑은 ‘돈 밝히는 작가’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일을 해댔다. 성실히 일하고 안 쓰고 모으다 보면 큰돈이 되고 그 돈이 저절로 자가발전해 큰 자산으로 돌아올 거라는 어리석은 판타지 속에 살았다. 하지만 결국 돌아온 건 집 한 채 소유하지 못한 전세난민 신세요, 열혈 주식 유튜버들 목소리에 중독되어 붉고 푸른 봉들을 쫓는 주린이요, 정신적 피로를 풀기 위해 줄기차게 카드를 긁어대는 쇼핑중독이요, 끊임없이 갖고 싶고 쌓아두고 싶은 돈에 대한 허기진 마음뿐이니...이러다가는 벼락거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돈 탐색에 나선 작가 지해랑. 오늘도 주식창을 드나들고, 청약을 넣고, 로또를 사야 마음이 놓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그 기나긴 돈 탐색의 결과를 『이러다 벼락부자가 될지도 몰라』의 저자에게 직접 들어보자.
『이러다 벼락부자가 될지도 몰라』, 책 제목이 무척 솔직합니다. 정말로 ‘벼락부자’가 되고 싶어서 이 책을 쓰셨는지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이러다 벼락부자가 될지도 몰라’는 반어적인 제목입니다. 가만히 있다간 벼락거지 꼴을 못 면하겠다는 위기감 때문에 돈에 대해 탐색하기 시작했어요. 부동산이다, 코인이다, 주식이다 돈 벌었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만 벼락거지가 되는 건 너무 무서운 일이라서, 거지가 되지 않으려 기를 쓰는 과정을 담은 것이 이 책이거든요. 말이라도, 글이라도 벼락부자가 벼락거지보다는 훨씬 좋지 않습니까?
방송작가로 억대연봉자의 반열에 들기 위해 애쓰셨다는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작가님에게 있어 일과 돈은 어떤 의미일까요?
저의 수입이 제 가치를 증명한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프리랜서 방송작가로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 내가 뛰어난 작가라는 사실을 인정받는 거라고, 그래야 내 인생이 가치 있는 거라고 믿었어요. 그래서 기를 쓰고 종합소득 금액 총합에 억대를 넘기려 애써왔죠. 그런데 돈 벌겠다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일과 삶의 균형을 잃었고, 빠르게 번아웃을 경험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몰아쳐서 많이 버나, 꾸준히 적당한 금액을 차곡차곡 벌어서 쌓아가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더군요. 이제는 몰아쳐 돈을 많이 벌기보다 어떻게 하면 일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출 수 있을지, 꾸준히 오래 돈을 벌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꽤 오랜 세월 방송일을 하셨고 돈도 좀 버셨을 텐데 어쩌다 전세 난민 신세가 되었을까요?
책에도 나오는 에피소드인데요, 30대 초반에 집을 샀었습니다. 서울 시내 역세권에 25평 신축 아파트였죠. (지금도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지만) 너무 돈에 대해 몰랐던 시절이라 대출이 발목을 잡는 게 너무 싫어서 망설임 없이 팔아버렸습니다. 사실 이렇게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죠. 당시에는. 지금도 너무 가슴이 아파서 그 아파트의 가격을 검색하지 못합니다. 몇 년 전 두 배 넘게 뛴 것을 확인한 게 마지막이었습니다. 피눈물을 흘렸죠.
파이어족이 되기로 마음먹고 시작한 주식! 그 이야기가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주식할 때 가장 유념해야 할 사항(노하우) 몇 가지만 알려주세요.
주식을 하고 알게 된 게 있습니다. 주식은 벼락부자가 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보통 사람이 여윳돈이 많아 봐야 얼마나 되겠습니까. 돈을 많이 넣어야 수익도 클 텐데, 소액을 넣다 보니 돈 불어나는 게 생각처럼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주식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버리고, 적금처럼 돈 생길 때마다 가능성 있어 보이는 기업에 넣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얼만큼의 가격까지 내려오면 사야지’라고 마음을 먹었다면 메모해 두고, 장이 좋든 안 좋든 그 가격이 오면 (기업에 특별한 악재가 없는 한) 꼭 사야 합니다. 괜히 흔들리지 말고. 두 번째로는 길게 보는 걸 추천합니다. 1달, 2달이 아니라 최소 5년 10년을 생각하고 투자를 했으면 합니다. 공부처럼 주식도 타고난 천재가 아닌 이상 긴 시간을 투자하거나, 더 많은 돈을 투자하거나 해야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반짝 투자로 큰돈을 벌기 위해서는 정말 죽을 각오로 공부를 해야죠. 그런데 그렇게 하기에는 생업에도 소홀하게 되고, 스트레스도 과하게 받게 되니 저에겐 맞지 않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주식도 다른 일처럼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필요합니다. 내가 어떤 성향의 투자자인지 내 성격을 파악해서 투자방법을 바꿔 나가길 추천합니다.
요즘 재테크 안 하는 직장인이 없습니다. 주식, 부동산, 코인 등 책도 넘쳐나고요. 재테크 좀 해본 선배로서 재테크에 올인하는 MZ 세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일단 일찍 시작해보는 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해봐야 성공의 길도 찾을 수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꼭 여윳돈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겁니다. 가능하다면 한꺼번에 뭉텅이 돈을 넣지 말고 나눠서 분할로 넣을 것을 추천합니다.
대학 갓 졸업하고 일을 시작한 후배가 한 달에 1주씩 대기업 주식을 사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조금씩 시장을 알아가고 꾸준히 관심을 가지면서 재테크 자산을 늘려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한방에 큰돈! 꿈일 뿐 현실이 되기 어려운 이야기니까요.
진정한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최근 주식 시장이 좋지 않지만 길게 보고 투자를 계속하고 있고, 부동산에 대해서도 지인과 함께 임장도 다니며 정보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 경험에 큰 투자를 하고 있어요. 작년에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이라는 곳인데요, 미래 기술과 과학에 대해 배우며 작가로서 나갈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드라마 시놉시스와 SF소설도 써보고 있습니다. 어떤 도전이든 성패는 알 수 없지만 결국 남는 건 경험이 아닌가 싶습니다. 100세 시대가 되었으니 중년에 한 번쯤은 20대처럼 다시 도전하고 실패해가며 새길을 찾아야 하는 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해보지 않았던 일이 들어오면 무엇이든 해보려 합니다. 카이스트 대학원 진학 역시 그 일환이죠. 얼마 전부터는 KBS 라디오 방송에 패널로도 출연하고 있습니다. 욕망에 관한 책도 꾸준히 내보려 합니다. 첫 책 『구해줘 밥』이 식욕을 녹여낸 것이었다면, 이번 책 『이러다 벼락부자가 될지도 몰라』는 돈에 대한 욕망을, 다음 책은 ‘사랑’이란 욕망에 대해 써보려 합니다. 그리고 다음은 감정이나 관계, 힘에 대한 욕망에 대해서도 써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은, 그리고 읽을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뛰어들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적극적인 참여자보다 밥벌이에 충실한 방관자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실패나 도전이 두려웠던 게 아닌가 싶어요. 가진 것도 별로 없으면서 행여 다 잃지 않을까 전전긍긍했었죠. 그런데, 시도하고 도전하지 않는다면 어떤 경험도 얻을 수 없고, 경험하지 않는다면 결코 발전할 수 없더라고요. 도전하세요! 크게 말고 작게 꾸준히 도전해보세요! 작은 실패들이 쌓이면 경험이 되고 경험이 쌓이면 성공이 됩니다!
*지해랑 어떻게 살아야 할까? 돈이 전부인 사회 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아끼고 절약해도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뼈 때리는 자각이 들면서 오래도록 이 고민에 시달렸다. 20년 넘게 방송작가 생활을 하며 유명 프로그램도 여럿하고, 한때 억대 연봉을 꿈꾸며 돈 벌기에 매진했던 시절도 있었으나 정작 돈에 대해선 너무도 몰랐던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러다 벼락부자가 될지도 몰라』는 돈이 신기루처럼 떠도는 세상 속에서 중심을 잡아가는 한 작가의 돈에 관한 탐구이자 삶의 분투기다. 이 외에 지은 책으로는 『구해줘, 밥』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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