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제 떡볶이 좀 줄여야지
그렇지만 떡볶이 없는 인생 상상할 수 없어
오늘처럼 낡고 지치는 날이면 생각나는 그곳이 다시 한번 나를 살아가게 할 테니까.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하며 이따금 생각날 때마다 좋아하는 걸로 나를 충전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지. (2022.01.28)
오늘은 떡볶이를 먹어야겠어.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어느 날이면 퇴근하는 길에 생각한다. 잘 먹지만 뭐든 잘 먹는 건 아니라서 메뉴를 고를 때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나이지만, 이런 순간 어떤 음식이 내게 필요한지 만큼은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건 다행이다. 이제 떡볶이 좀 줄여야지 그동안 너무 과잉 섭취해왔어,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떡볶이가 응급해지는 순간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다른 안 좋은 생각을 하려는 내 몸을 떡볶이집 앞으로 데려가는 수밖에.
좋아하는 것에 언제나 진심인 나는 좋아하는 책은 스무 번을 넘게 닳도록 읽고, 좋아하던 공연은 열 번을 넘게 회전문을 돌았으며, 좋아하는 게임의 플레이 시간은 100시간을 훌쩍 넘겼다. 반면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는 질문에는 언제나 딱히 가리지 않지만 특별히 선호하는 것도 없다고 대답하던 나였다. 귀찮을 땐 편의점에서 끼니를 쉽게 때우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남기는 타입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떡볶이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나는 떡볶이주의자가 될 운명이었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는 건 재밌는 일이다. 처음 가보는 동네에선 이곳의 떡볶이는 어떤 맛일까 설레 하고, 여행을 가서도 지역 특산품 떡볶이를 찾아 먹는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월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는 모임(이름하여 월간 떡볶이)을 만들기도 했고, 혼자일 땐 편의점 신상 떡볶이를 먹으며 역시 익숙한 맛이 최고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약속을 잡을 때면 그게 누구든 "당연히 떡볶이 먹는 거 아냐?"하고 반문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모두들 다 같이 한마음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떡볶이 먹자고 할 일인가 싶어 웃음이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있는 너희들이 떡볶이를 볼 때면 나를 떠올려주는 것도, 우리가 함께여서 기쁜 순간들에 언제나 떡볶이가 함께하는 것도 좋다.
그러다 보니 떡볶이 책도 많이도 읽었다. 『아무튼, 떡볶이』를 읽으며 떡볶이로 몸과 마음을 정결케 한 다음 『내일은 떡볶이』를 읽으며 어쩐지 약간 눈물을 흘리고,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읽으며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계속해서 떡볶이를 찾는 건, 마음 한 구석에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해서가 아닐까. 오늘처럼 낡고 지치는 날이면 생각나는 그곳이 다시 한번 나를 살아가게 할 테니까.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하며 이따금 생각날 때마다 좋아하는 걸로 나를 충전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지.
기름떡볶이 왕국에 살던 쌀떡과 밀떡은 붉은 깃발을 들고일어나 공화정을 세우는데, 그곳은 고추장을 기반으로 한 거대 양당 쌀떡파와 밀떡파뿐만 아니라 소수정당인 카레떡볶이와 짜장떡볶이, 구왕당파 기름떡볶이가 모두 공존하는 곳이었다. 이곳 떡볶이 공화정의 중앙정치는 하원을 이루는 판떡과 상원을 이루는 즉떡이 꾸려갔고, 지방의회는 컵떡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손을 잡고 의견을 경청했다더라.
물론 다 헛소리다. 아무튼 쌀떡이든 밀떡이든, 판떡이든 즉떡이든 떡볶이는 모두 옳다. 그래, 힘들 땐 떡볶이를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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