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여행 칼럼니스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 마연희 저자 인터뷰
엄마, 아빠, 친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떠났던 여행을 생각하며, 곧 다시 떠날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리며 저와 그 추억을 함께 하시길 바라요. 여행은 여러분의 발끝까지 다가와 있으니까요. (2021.11.24)
『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살아남아 꿋꿋하게 여행의 즐거움을 전하는 여행사 대표 겸 여행 작가의 이야기다. 어딘가 현실성이 없어서 만화 같지만, 실제로 여행 중에 일어날 수 있는 트러블은 물론 감동적인 에피소드 또한 가득 담겨 있다. 때문에 코로나로 인해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지 못해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소소한 위로와 웃음을 전해 주는 동시에 잠들어 있던 여행 세포를 일깨워 주는 도서다. 아직은 먹구름이 잔뜩 있어 여행을 자유롭게 떠나지 못하지만, 언젠가 맑은 하늘이 돌아 올 것으로 굳게 믿는다.
『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은 작가님의 첫 에세이인데요. 어떻게 집필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2020년은 제가 여행사를 시작 한지 딱 10년이 되는 해였어요. 10년 전 책상 하나로 시작한 작은 여행사였기 때문에 개업식도 하지 않았죠. 그래서 10주년에는 못다 한 개업식까지 해서 성대한 10주년 기념식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방해하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어요. 10주년 파티는 고사하고 갑자기 일이 없어졌습니다. 무엇보다 그 공백의 시간이 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어요. 한 1년은 멍하니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사무실 정리를 하면서 지난 10년 동안의 자료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 참 많은 일이 있었더라구요. 손님들과 울고 웃고 함께한 시간이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라는 걸 깨 달았습니다. 그래서 그 추억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대기업을 그만두시고 여행 컨설팅 일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으셨나요?
다른 직장인들처럼 짧은 휴가를 바라보고 열심히 회사를 다니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떠난 시드니 여행에서 세상으로 나가는 출구를 알게 되었고 점점 회사보다 공항으로 가는 횟수가 늘어났던 것 같아요. 결국 짧은 여행에 만족하지 못하고 맘 놓고 여행을 다녀 보자며 회사를 그만두었어요. 늦깎이 서른다섯에, 여행을 다니면서 경험한 것들로 ‘내가 원하는 여행’을 콕 짚어서 만들어 주면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여행 컨설팅’을 시작했어요. 그때만 해도 여행을 컨설팅 한다는 것이 마냥 생소했어요. 처음엔 부동산 컨설팅이냐고 많이 듣기도 했죠.
코로나로 인해 여행 업계가 많이 힘들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내고 계시는가요?
공식적으론 여행사 대표이지만, 작년 2월부터는 비공식적인 백수입니다. 처음엔 어떻게 한 달을 견디나 했지만 벌써 1년 11개월이 지났어요. 일은 없었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출근했던 것 같아요. 블로그와 SNS에 여행 정보를 공유하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 손님들과 매일 소통하고 있는데 그게 요즘 저의 소확행입니다.
소통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아직 코로나 이전처럼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기는 어렵지만, 문이 열리는 나라가 많아지고 있어서 희망적입니다. 코로나 이후로 첫 손님도 오셨고요. 참, 얼마 전 비행기표를 끊었어요. 곧 여행, 아니 출장 갈 생각에 하루가 빨리 지나갑니다.
여행 작가로서 여행사 대표로서 지금껏 많은 곳을 여행하셨을 것 같아요. 해외여행 장소 중에서 작가님이 추천하는 장소가 있을까요?
15년 전, 개인적으로 큰 고민이 있었어요. 도저히 여기에서는 해답을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도망치듯이 무작정 비행기표를 끊어서 떠났습니다. 단지 남아있는 비행기표가 있는 곳이 태국, 방콕이었어요.
서울보다 더 복잡한 그곳에서 우연히 들어간 마사지 가게. 투박한 손으로 마사지해 주시던 아주머니께서 뭉친 어깨를 보고 ‘힘든 일 있나 봐요’라는 한마디에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아 펑펑 울어버렸던 그 날. 어디 서든 눈이 마주치면 따듯하게 웃어주던 사람들, 따듯한 공기처럼 따듯하게 맞아주던 정이 있는 곳이에요. 그래서 저는 방콕을 ‘소울 시티(Soul City)’ 라고 불러요. 그 후론 고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늘 그곳을 찾는답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엄마 품을 찾는 것처럼요.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을 하시나요?
여행은 낯선 곳에서 느끼는 자유로움 때문에 떠나게 되요.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엄마, 누군가의 아내보다 나 자신의 모습으로 보여지게 되잖아요. 짧은 치마도 입고 늦잠을 자는 작은 일탈을 해도 되고. 일상에서 하지 못했던 순수한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고요. 돌아가면 이렇게 살아야지라며 다짐도 하게 되는 건 여행만이 줄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여행을 시작하면서 많은 게 바뀌었던 거 같아요. 어렵게 사는 아이들을 보면서 기부도 시작했고, 삶의 가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는 계기도 있었어요. 나이 서른 너머 시작한 여행에서 나의 자아를 찾았다고나 할까요?
여행을 하면서,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정말 힘든 일이 많으셨는데 그걸 버티게 해준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여행이 좋아서 여행사를 시작했지만 제일 힘든 건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어요. 여행의 주인공은 사람이니까요. 의도치 않게 상처도 받고 중간에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만, 오히려 그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힘을 준 사람도, 손님들이었어요.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릴게요.
『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은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우리의 여행 이야기에요. 알콩달콩 신혼여행, 아이와 함께한 가족여행, 부모님의 여행까지 우리가 잊고 있었던 그 여행을 떠올리며 ‘맞아, 맞아.’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엄마, 아빠, 친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떠났던 여행을 생각하며, 곧 다시 떠날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리며 저와 그 추억을 함께 하시길 바라요. 여행은 여러분의 발끝까지 다가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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