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브랜딩 특집] 브랜드로서의 일(work) - 모빌스 그룹
『월간 채널예스』 2021년 9월호
모빌스 그룹의 브랜드 모베러웍스가 내놓은 첫 번째 상품은 ‘메시지’다. 대표 메시지는 아삽(A.S.A.P.), ‘As Soon As Possible’이 아니고 ‘As Slow As Possible’. (2021.09.13)
2019년 8월 ‘모춘 브랜드 제작기’라는 평범한 제목의 영상으로 유튜브 채널 <모티비(MoTV)>를 개국한 이후 A.S.A.P.을 필두로 ‘Small Work Big Money’, ‘Too Much Income’을 비롯한 노동자 전용 메시지로 시즌 1을 전개한 모베러웍스는 이듬해 4월, 두 번째 시즌 ‘웰컴 투 두낫띵클럽’을 론칭한다. 같은 해 5월 1일에는 노동절 잔치를 벌였다. 이후 자신들의 브랜딩 방법을 공개한 ‘누브랜딩’, 디자인·브랜딩·마케팅 신(scene) 선배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현실조언’ 시리즈 등을 쉼 없이 생산했다. 오뚜기, 롯데월드, 뉴발란스를 비롯한 기업과의 협업 과정도 낱낱이 공개했다. 무엇을 공개하고 감출지는 고민하지 않는 편이다. ‘일’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콘텐츠가 된다.
『프리워커스』 출간일이 5월 1일이에요.
소호: 노동자의 브랜드니까 노동절에 펴내고 싶었어요.
‘프리워커’라는 새로운 개념을 세상에 등장시켰어요. 프리워커는 누구인가요?
소호: 직역하면 ‘자유노동자’쯤 되겠지만 저희는 ‘주체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재미있고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저희 대답이 ‘주체적으로 하는 것’이었어요. 정답이라기보다 우리는 그렇게 할 때 더 재미있다, 그 구체적인 방법을 실행하는 과정을 콘텐츠에 담아왔고요.
책을 다 읽고 내린 결론 중 하나가 ‘이제 워라밸이 구시대의 유물이 됐구나’였어요. 프리워커라는 단어가 다음 흐름이 밀려오고 있다는 걸 선언한 느낌이었어요.
소호: 저희의 성향 때문에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었던 건데, 세상에 ‘프리워커’라는 개념을 내놓았더니 생각보다 반향이 컸어요. 회사가 더 이상 나를 표현해주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일하는 사람들 안에 잠자고 있던 열망을 그 말이 툭 건드린 거죠.
이 인터뷰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자신감을 얻고 브랜딩의 모멘텀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모빌스 그룹이 있기까지, 결정적 모멘텀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어요.
소호: 저희의 모멘텀은 사람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모춘과 저, 둘이 시작한 브랜드가 마케터 숭& 님을 만나 ‘웰컴 투 두낫띵클럽’을 론칭하고(두 사람과 협업하는 동안 제자리걸음이던 모베러웍스 계정 팔로워는 1000명 단위로 늘었다.) 배달의민족 장인성 상무님과 페이스북 서은아 상무님을 만나게 해준 사람도 그 둘이에요. 그러다 대오 님이 합류하면서 그의 인적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유입됐고요. 그런 식으로 점점 관계가 확장되고 세계관이 넓어진다는 걸 경험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이 합쳐지는 거죠.
그다음으로 가장 어려운 일은 콘셉트 찾기일 것 같아요. 모빌스 그룹은 일을 실험하는 팀이고, 모베러웍스는 노동자의 메시지를 팔아요. 그 자체로 신선해요.
모춘: 브랜딩과 콘셉트를 연결할 때 제일 먼저 ‘시장에 팔릴 콘셉트는 무엇일까?’를 생각하죠. 저희 시작은 조금 달랐어요. ‘일’을 좋아하니까 일을 이야기하자는 게 다였죠. 주변에서는 지금 워크 - 라이프 밸런스 찾는다고 난리인데, 그런 키워드로 되겠냐고 말렸고요. 그런데 퍼스널 브랜딩 혹은 스몰 브랜드라면 내면의 니즈에 집중하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나’를 알리는 일이니까요.
5만 ‘모쨍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모티비 구독자에서 시작한 모쨍이들은 이제 모빌스 그룹의 팬덤이 됐어요. 친밀도도 어마어마하고요. 어떻게 하면 이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거죠?
대오: ‘매력’인 것 같아요. 여러 시도를 했지만 그것들은 커뮤니케이션 방법 중 하나인 것 같고. 결국 모쨍이들은 모춘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해 밤마다 모티비로 모여든 거죠.
소호: 저희가 브랜딩 실험을 하면서 세운 가설이 있어요. ‘솔직하게 보여줄수록 관계가 더 진해진다.’ 친구 사이도 그렇잖아요. 어렵다는 얘기도 하고, 앓는 소리도 하고. 한영수 님은 담배도 막 피우시고요.(웃음) 그래서인지 내적 친밀감을 느낀다는 댓글이 많아요.
노동절 잔치에 열흘 동안 7000명이 다녀간 걸로 알아요.
모춘: 신기한 일이죠.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정말 진지하게 일 이야기를 나눴어요. 팬덤이라고 이야기하면 기분이 좋기는 한데 실체를 보지는 못하잖아요. 그러다 만났는데 뭉클하더라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아끼는 마음이 진해져요. 큰 파트너와 함께 일할 때 제일 큰 힘이 되는 사람들이기도 하고요.
대오: 지난해 잔치 때 함께 쓴 롤링 페이퍼에 이런 글이 있었어요. “꼭 살아남아 주세요!” 힘들 때마다 그 생각해요.
일 방식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어요. 오뚜기 누룽지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합주’라는 표현을 썼는데 노동자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웠어요. ‘외주’가 아니라 ‘합주’라니. 일 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 있었나요?
소호: 모춘과 저, 둘만의 조직일 때 모베러웍스와 외주 업무, 두 개의 트랙으로 일했어요. 그런데 외주 업무가 너무 재미없더라고요.(웃음) 그렇다면 외주 트랙 운영 방식을 바꾸는 건 어떨까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어요. 누브랜딩이 시작된 거죠.
누브랜딩은 무엇인가요?
대오: 힙합과 재즈가 섞인 누재즈에서 온 말이에요. 원래 누재즈를 좋아했고요. 우리 방식으로 하고 싶어서 명명했어요. 기존 브랜딩과 가장 큰 차이는 관람자에게 브랜딩 전 과정을 오픈하고 피드백을 반영한다는 거예요. 오뚜기 때는 ‘뚜룽지’라는 캐릭터 이름을 공모했고, 롯데월드 프로젝트는 로티와 로리의 세계관을 함께 만들었어요. ‘로티, 로리도 일을 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나니 하고 싶은 얘기가 피차 많았어요.
마지막 질문의 키워드는 ‘공유’예요. ‘과정’의 ‘공유’는 모빌스 그룹이 해온 모든 일을 실험하는 출발선이잖아요. 『프리워커스』에는 야마구치 슈의 이 말을 인용했더군요. “공유하고 나누는 사람의 최종 이익이 커진다.”
모춘: 모티비 10화를 넘기면서 “네가 10년, 20년 고생하면서 알게 된 지식과 노하우를 공짜로 나눠도 돼?” 하는 걱정을 많이 들었어요. 이 시대에 공유란 내가 어떤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지 알리는 작업이에요. 저희는 공유를 통해 모쨍이인 오뚜기 부장님을 만났고, 전에는 몰랐던 선배들을 만나 조언을 얻었어요. 나눠보면 느끼실 거예요. 얻는 게 더 많다는 것을.
소호: 모티비에서는 저희가 영업 비밀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조금만 디깅하면 알 수 있는 정보가 더 많아요. 그걸 움켜쥐고 있다고 내 경쟁력이 될 수 없는 세상이에요. 공유하고 집단지성을 더할 때 폭발력은 놀랍도록 커져요. 저희가 경험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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