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위로 특집] 인문심리서 편집자에게 온 편지
<월간 채널예스> 2021년 2월호
지친 나의 마음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을 때면, 아무 페이지나 열어보세요. 그곳에 펼쳐진 문장을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 운동 ‘명상’은 시작됩니다. (2021.02.15)
캐럴 길리건 지음 | 심심
“여성들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나는 여성의 삶을 포함하면 심리학과 역사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인간의 역사가 서술되는 방식과 역사를 전달하는 목소리의 주체를 문자 그대로 송두리째 바꾼다.”(19쪽)
침묵에서 말하기로 옮겨가기 위해 싸워온 수많은 여성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세요. 그리고 두려움에 맞서는 당신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서문부터 완벽하게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우리에겐 목소리를 듣는 일이 더 중요하니까요.
윤홍균 지음 | 심플라이프
“사랑과 이별은 우리를 성장시킨다. 사랑하느라 한번 크고, 헤어지느라 또 한 번 큰다.”(202쪽)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만나왔거나 마음을 주었던, 혹은 실패했던 인연들, 그때의 내 행동, 말 등이 떠오릅니다. ‘아, 그때 내 사랑은 이래서 어긋난 거구나’, ‘맞아, 이런 성향 때문에 힘들었지’…. 이렇게 지난 경험과 사례에 비춰가며 책을 읽다 보면 아팠던 상처나 분노가 곧 배움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픔에 머물러 있지 않고 더 건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으세요.
김지언·노영은 지음 | 휴머니스트
“눈을 감아보세요. 들이마시는 숨에 “지금”, 내쉬는 숨에 “여기” 낮게 읊조리며 잠시 숨에 머물러 쉬세요. ‘지금, 여기’에는 내가 걱정하는 내일의 일도, 자꾸 곱씹게 되는 어제의 일도 없어요.”(122쪽)
지친 나의 마음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을 때면, 아무 페이지나 열어보세요. 그곳에 펼쳐진 문장을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 운동 ‘명상’은 시작됩니다. 제공된 명상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하면 더 좋습니다.
캐럴라인 냅 지음 | 나무처럼
“알코올은 두려움을 잠재우고, 거짓 행동을 하게 하고, 가기 싫은 곳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하지만 술은 행복한 섹스가 있는 로맨스의 길도 열어준다. 여자의 섹스에서 알코올은 너무도 튼튼한 결합재다.”(127쪽)
이 책은 술에 중독된 한 젊은 여성의 내밀한 기록입니다. 자신의 거죽을 쓰고 사는 것이 힘겨운 저자는 술의 매혹에 빠져 서서히 파멸해요. 그런데 묘하게도 이 책은 읽는 내내 낭만과 환상이 가득한 러브 스토리라는 착각을 일으킵니다. 그것은 저자의 빼어나고 화려한 문체에 매료되고 놀라우리만치 솔직한 심리 묘사에 빠져들기 때문입니다.
일레인 N. 아론 지음│웅진지식하우스
“여기 한 가지 중요한 규칙이 있다. 경계를 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가장 큰 권리다. 경계가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자극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몇몇 매우 민감한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로 주위의 거의 모든 자극을 차단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주 편리한 능력이다. 하지만 ‘의지’가 필요하다.”(119쪽)
이 책이 얼마나 많은 민감한 이들을 ‘구원’했는지는 재차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코로나 탓에 비자발적으로 얻은 은둔의 시간을 내적 근육을 키우는 일에 한번 써보시겠다면, 이 책은 최고의 홈트 파트너입니다. 저자 스스로 민감한 사람이었기에 가능한 세심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를 따라 하는 데 적어도 일주일은 쏟아주길 바랍니다. 『명랑한 은둔자』와 함께 읽으면 궁합이 완벽합니다.
올리버 색스 | 알마
“병에 걸린 생명체, 다시 말해서 개인은 항상 반발하고 다시 일어서고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하고 주체성을 지키려고 한다. 혹은 잃어버린 주체성을 되찾으려고 하고 아주 기묘한 수단을 동원하면서까지 반드시 반응한다.”(23~24쪽)
뇌과학 책이다, 처음부터 읽어야 한다 등의 부담감에서 벗어나보세요. 올리버 색스의 따뜻한 시선과 환자들의 감동적인 사연이 어우러진 꼭지를 먼저 읽다 보면 어느새 책 속에 빠져 있을 거예요.
에리히 프롬 지음 | 휴머니스트
“타인은 그와 손잡고 같은 사업에 종사하는 동료가 아니라 경쟁자가 되었고, 그는 타인들을 파멸시키느냐 아니면 자신이 파멸하느냐의 선택에 직면할 때가 많았다.”(76쪽)
아이러니하게도 자유가 우리를 고립시키고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에리히 프롬의 날카로운 통찰은 내 마음속 불안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합니다. 조금 어렵지만, 이 책을 읽으며 불안의 실체를 확인하고 다른 사람과, 또 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생각하는 일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유용한 방법이 될 거예요.
스칼릿 커티스 외 지음 | 윌북
“인생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 연약하면서도 열린 마음을 지니고, 친구의 얼굴에 입 맞추고, 치즈 토스트로 배를 채우고, 서로에게 친절하게 대하기. 내가 어제의 울적함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즐거움에 온전히 감사하지 못했을 것이다.”(61쪽)
불안과 우울은 때로 이유도 출처도 없이 생겨납니다. 그 마음을 설명하기엔 그 어떤 책도 부족할지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같은 마음으로 써 내려간 글을 만날 수는 있을 거예요. 처음부터 차례대로 다 읽을 필요는 없어요.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읽고 싶은 부분을 골라서 읽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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