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리독자들이 기다려 온 수준은 이것!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07-2020 특별판』 수상자 황세연 저자 인터뷰
한국 추리소설의 매력은 한국 작가들이,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인들의 정서에 맞는 사건을 다루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 추리소설은 한국 작가들이 아니면 그 어느 나라 작가도 쓸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2021.01.05)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07-2020 특별판』은 한국 유일의 권위 있는 추리 문학상 ‘한국추리문학상’의 최우수 단편추리소설 부문 ‘황금펜상’을 수상한 2007년부터 2020년까지의 열두 편 작품을 모은 특별판이다. 지난 14년간 한국 추리소설이 어떻게 진화하며 다양해졌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퍼즐 미스터리에서부터 법정, 학원, 사회파, 역사, 경찰, 공포에 이르기까지 추리소설의 다양한 매력을 즐길 수 있다. 올해 제14회 황금펜상은 황세연 작가의 <흉가>가 선정되었다.
2020년 황금펜상 수상작인 <흉가>는 어떤 소설인가요?
이 소설은 지난 여름, 한국추리작가협회 소속 작가들과 괴이학회 작가들이 콜라보로 작업한 『괴이한 미스터리』 시리즈의 ‘범죄 편’에 수록했던 작품입니다. 재개발을 노리고 낡은 주택에 이사 온 소심한 추리소설가와 가족에게 생각지 못한 괴이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스토리입니다.
<흉가>는 제가 실제로 겪은 일화들에 몇 가지 아이디어를 덧대어 새롭게 지은 이야기입니다. 새로 이사 간 집의 신발장 속에서 발견된 녹슨 무쇠 칼, 전에 살던 사람이 방문들을 때려 부순 뒤 수리한 흔적, 물이 새서 벽지를 뜯어내니 천장과 벽에 검은 곰팡이가 가득해 연탄창고처럼 보이는 집안 풍경 등은 모두 제 체험담입니다. 암시이자 복선인, 마당의 푸른 수국 사이에 핀 붉은 수국 이야기는 저의 자작 추리퀴즈에서 가져온 아이디어입니다.
이번에 받으신 황금펜상은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주관하는 상인데요. 아직 이 상이 익숙지 않을 독자분들을 위해 황금펜상과 한국추리문학상에 대해 설명 부탁드려요.
1985년부터 한국추리작가협회는 당해 발표된 한국 장편 추리소설 중 최우수 작품에 ‘한국추리문학상 대상’, 등단 5년 이내의 신인이 출간한 최우수 장편 추리소설에 ‘한국추리문학상 신예상’을 수여해 왔습니다. ‘황금펜상’은 2007년에 제정한 단편 추리소설 문학상으로, 그해 발표된 가장 우수한 한국 단편 추리소설에 수여됩니다. 역대 황금펜상 수상자를 살펴보면 그 해에 막 전성기에 접어든 비교적 젊은 작가분들이 많습니다.
<흉가>의 ‘내 집 마련이 꿈인 가족이 재개발을 노리고 이사한 새집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전작들에서도 연쇄 살인마, 북한 핵 위기, 비무장지대 등 다양한 소재들을 다뤄오셨는데요. 집필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재미’에 가장 큰 비중을 둡니다. 독자들의 취향은 가지각색이고 재미의 종류가 너무 다양해 ‘재미’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기발한 아이디어나 탄탄한 스토리를 재미의 첫째 조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장르 성향의 대중적 재미랄까요. 10년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소설을 쓰게 된 이후로 한국적 휴머니즘을 소설에 많이 넣기도 합니다. 설명이나 묘사는 가급적 줄이고 단문으로 명료하게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소설들도 마찬가지지만 추리소설은 치밀한 구성과 더불어 몰입감을 주는 서사가 더욱 중요할 텐데요. 작품을 집필하실 때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소설을 쓸 때마다 경험하지 못한 상식과 지식이 저를 괴롭힙니다. 조선 초기가 배경인 역사소설을 쓴다면 지형, 복식, 풍습, 문화, 계급, 용어 등을 공부해야 하듯 추리소설 집필도 비슷합니다. 경찰의 수사과정을 서술하고 싶다면 경찰의 수사체계와 수사방법 등을 공부해야 하고 범죄자 관련 이상심리학, 법의학 등도 공부해야 합니다. 범죄자의 범죄 수법과 과학수사 기술은 나날이 진화합니다. 추리소설은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장르인데 작가가 살인 등의 범죄를 직접 체험할 수는 없는 일이니 자료 조사에 더욱 충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도소 군 복무, 광고 카피라이터, 편집기획자라는 이력 끝에 현재 전업 작가로 생활하고 계신대요. 작가님의 일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잡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다양한 방면의 글쓰기를 해왔습니다. 가수 이효리 씨와 배우 황정민 씨가 모델이었던 S전자 휴대폰 광고의 추리물 시리즈 스토리를 쓰기도 했고, TV 프로그램 구성 작가, 라디오 대본 작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 만화 대본 작가를 소설 쓰는 일과 병행했습니다. 현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작업실에도 나가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글만 쓰고 있습니다. 좁은 집에서 놀기 좋아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늦둥이와 뒹굴며 작업을 하다 보니 생산성은 꽤 떨어집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한국 추리소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한국 작가들이,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인들의 정서에 맞는 사건을 다루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 추리소설은 한국 작가들이 아니면 그 어느 나라 작가도 쓸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근래 한국 추리소설의 전반적인 수준은 외국 추리소설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과거에는 오랜 세월 축적된 외국의 수많은 추리소설 중 우수작만 골라 번역하였기에 한국 추리소설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였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한국 출판사들이 출간하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 수준이 더 높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인지 근래 한국 추리소설이 외국에서 출간되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차기작 계획과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021년에는 국가정보원 홈페이지 등 여러 곳에 연재한 추리퀴즈들을 모아 출간하고자 합니다. 그 후에는 그동안 집필했던 단편 추리소설들로 단편집을 낸 뒤 장편 추리소설을 출간할 생각입니다. 이 장편 추리소설은, 가난에 찌들어있던 한 사람이 어느 날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한 뒤 정신을 차려보니 대한민국 최고 갑부의 얼굴로 성형되어 있고, 신분까지 완전히 바뀌어 있다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한국 사회를 풍자하는 블랙코미디가 가미된 추리소설이 될 것 같습니다.
추리소설은 독자들의 개인 취향이 강해 어떤 작품이든 호불호가 꽤 갈리는데,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은 개성 강한 작가들의 우수작 모음집이어서 소재와 분위기 등의 색깔이 다양합니다. 어떤 취향을 가진 독자든 분명 몇 작품은 입맛에 잘 맞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황세연 충남 청양의 칠갑산 밑에서 태어나 자랐다. 26세에 단편 추리소설 「염화나트륨」이 [스포츠서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전업작가가 되었다. 소설 몇 권을 출간한 뒤 삼성전자 휴대전화 시리즈 광고의 스토리를 쓰는 등 영화계와 방송계를 기웃거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등 떠밀려 들어간 출판사에서 꽤 오래 편집기획자로 일했다. 월급의 달콤함에 빠져 꽤 오래 직장 생활하는 동안 국가정보원 홈페이지에 연재하던 추리퀴즈를 제외하고는 펜을 놓고 살았다. 다니던 회사가 대기업 계열사에 합병되며 잘린 것을 기회 삼아 다시 열심히 소설을 쓰고 있다.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대상, 한국추리문학상 신예상,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한국추리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으로, 장편 추리소설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국정원 추리퀴즈 모음집 『IQ 추리퀴즈 프로젝트』, 『EQ 추리퀴즈 프로젝트』, , 『삼각파도 속으로』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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