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넉살, 현대 사회에 띄운 검은 퀘스쳔 마크

넉살 <1Q87>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물음표로부터 출발하여 굳은 느낌표로 각인된다. 여느 확장 속에도 굳게 중심에 위치할 정체성, 넉살이 결코 '팔지 않아'라 외칠 소중한 자산 말이다. (2020.12.01)


<작은 것들의 신>과 <쇼미더머니> 이후 넉살의 자아는 여러 방면으로 갈라졌다. 방송에 출연해 유쾌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선 예능인 넉살, 1987년 연희동에서 태어난 인간 이준영, 4년 7개월의 공백 기간을 가졌던 래퍼 넉살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분열되기도 합쳐지기도 했다. 넉살은 이 다면의 삶과 경험을 그와 꼭 닮은 소설 '1Q84'로부터 가져온 아이디어와 결합한다.

긍정적인 태도와 희망을 품고 있던 데뷔작과 달리 신보의 기저 무드는 어둡다. 현재의 자신을 격렬한 시간의 흐름 속으로 빠트리는 'Bad trip'으로 넉살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프로듀서 버기(Buggy)가 주조한 거친 베이스의 왜곡 속 악에 받친 듯 톤을 교차하는 데서 결코 그의 공백기가 평온하지 않았음을 짐작한다. 그 과정에서 'Am I a slave'처럼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와 힘겨웠던 과거를 교차하여 현실을 돌아보기도, 음울의 최대치인 '나' 같은 트랙에서 끝없이 바닥을 뚫고 내려가 보기도 한다.

넉살은 혐오, 광기, 편견, 질병에 병들어가는 현대 사회에도 검은 퀘스쳔 마크를 띄운다. 'Bad trip'과 함께 앨범의 뼈대를 형성하는 'Akira'의 염세적인 태도가 대표적이다. 아프로비트의 리듬감으로 펑키(Funky)하게 다듬어낸 이 트랙에서 넉살은 '모두가 미쳐가고 있어'를 외치고 훅을 담당한 개코는 '그냥 출근이나 할래요'라며 붉은 오토바이를 타고 무채색의 도시를 질주한다.

그렇기에 앨범은 '1Q84'와 더불어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1984'와도 가까워진다. 다만 그 정서는 과격한 비판보다 우원재와 오디가 참여한 'Won' 속 '대충 살고 싶어 나 좀 내버려두어'의 조소와 가깝고 어떻게든 새로운 하루를 살아나가는 현대인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맞닿아 있다. 외부 관찰이 아니라 내부에서 시스템의 일원임을 인정하는 휴머니즘적 태도다. 이것이 넉살의 새 작품이 어두울지언정 음울하지 않고, 용이한 접근성과 사유의 조각을 같이 제공할 수 있는 으뜸의 요인이다.

앨범 중반부터 후반까지 잔잔한 테마 아래 진행되는 인간 이준영의 고백으로부터 그 인간적인 터치와 활기를 찾을 수 있다. 클래식한 붐뱁 스타일 비트 위 삶의 공간, 일상의 궤적을 그리는 '연희동 Badass'에서의 넉살은 악동의 타이틀 아래 여느 때보다 자유로이 랩을 뱉고, 이어지는 비스메이저 동료들과의 '브라더'에서 형제애를 과시하며 세간의 시선과 개인적 고민을 떨쳐버리고 희망을 품는다. 코드 쿤스트의 차분한 비트 위 사랑의 다양한 의미를 고민하는 '너와 나', 자전적인 메시지의 '거울'을 거쳐 마지막 트랙 '추락'의 흐름 역시 넉살 개인은 물론 그의 삶을 듣는 이들에게 허무함 대신 새로운 의미를 고민하게 만드는 구성이다.

복잡다단한 지난날들의 경험과 느낌, 심경을 고백하는 자전적인 작품이다. '말론 브란도', '리썰 웨폰', '갈릴레오' 등 독특한 개인적 기호를 메시지에 대거 활용하고 톤을 넘나들면서도 또렷하고 날 선 랩 스킬이 기본을 탄탄하게 잡고 있어 '뮤지션 넉살'의 정체성을 다시금 각인하는 의미도 있다.

비록 그 하고픈 말이 일관되어 있다는 느낌은 약하고 완결된 서사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것이 결국 털고 일어서야 할 시간의 한 페이지였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기도 하다. 그렇게 <1Q87>은 모노 톤의 물음표로부터 출발하여 굳은 느낌표로 각인된다. 여느 확장 속에도 굳게 중심에 위치할 정체성, 넉살이 결코 '팔지 않아'라 외칠 소중한 자산 말이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넉살 (Nucksal) - 1Q87

<넉살>17,800원(19% + 1%)

4년 반 만에 돌아온 넉살의 두 번째 정규작 [1Q87]. 01. BADTRIP prod. BUGGY / written. 넉살 02. AM I A SLAVE prod. BUGGY / written. 넉살 03. WON (feat. 우원재, ODEE) prod. HOLYDAY / arrange..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첨단 도시 송도를 배경으로 한 세태 소설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화려한 고층 건물에 살고 있는 중산층부터 그들의 건물이 반짝일 수 있도록 닦아내는 청년 노동자까지 오늘날 한 도시를 구성하는 여러 계층의 서사를 써냈다. 그들의 몸을 통해 욕망과 상처로 얼룩진 저마다의 삶을 복합적으로 표현했다.

사유와 성찰의 회복과 공간의 의미

빈자의 미학' 승효상 건축가가 마지막 과제로 붙든 건축 어휘 '솔스케이프’. 영성의 풍경은 파편화된 현대 사회에 사유하고 성찰하는 공간의 의미를 묻는다.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공간이야말로 건축의 본질이기에, 스스로를 어떻게 다듬으며 살 것인가에 대한 그의 여정은 담담한 울림을 선사한다.

당신의 생각이 당신을 만든다.

마인드 셋 전문가 하와이 대저택이 인생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임스 알렌을 만났다. 인생의 벼랑 끝에서 집어 들었던 제임스 알렌의 책이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생각하는 대로 삶이 이루어지는 내면 생각의 힘과 그 실천법을 만나보자.

그림과 인생이 만나는 순간

‘이기주의 스케치’ 채널을 운영하는 이기주의 에세이. 일상의 순간을 담아낸 그림과 글을 통해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소재를 찾는 것부터 선 긋기, 색칠하기까지,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인생이 배어 있다고 말한다. 책을 통해 그림과 인생이 만나는 특별한 순간을 마주해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