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비바두비, 제멋대로지만 솔직한 페르소나

비바두비(beabadoobee) <Fake It Flowers>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21세기의 문법인 베드룸 팝을 선택하지 않고 20세기 말의 록스타가 되겠다는 비바두비의 선언. (2020.11.18)


비바두비에게 2020년은 터닝포인트다. 데뷔 후 3장의 EP를 내면서 포크에서 그런지 록으로 음악의 방향성을 가다듬어가던 중, 그가 기타로 처음 작곡한 곡인 'Coffee'가 올해 틱톡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 그러나 그는 갑작스러운 인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첫 정규 <Fake It Flowers>는 21세기의 문법인 베드룸 팝을 선택하지 않고 20세기 말의 록스타가 되겠다는 비바두비의 선언이다.

강렬한 록 반주 위로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1990년대의 크랜베리스를 연상시키지만, 팝적인 멜로디나 거친 가사에서 드러나는 캐릭터는 앨라니스 모리셋, 혹은 에이브릴 라빈에 더 가깝다. 'Care'는 펑크(punk)의 간결한 구성과 정서를 차용하면서도 귀에 꽂히는 멜로디로 지루함을 발라냈고, 'Worth it'의 코러스는 10대 시절 겪을법한 친구 관계의 불안감을 완벽하게 담아낸다. 대중에게 다가갈 줄 아는 감각이 돋보인다.

다양한 록 장르의 근본 역시 놓치지 않는다. 자해에 대해 노래한 'Charlie brown'에서는 목을 긁어가며 소리를 지르고, 'Sorry'는 멜로디와 곡의 구성에서 메탈의 향기를 강하게 풍긴다. 특히 스트링을 차용한 섬세한 악기 편성에서 시작해 후반부에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완급조절이 일품이다. 제목부터 음울한 'Emo song'은 'Care'에서 운을 뗀 배신에 대한 정서를 한층 싸이키델릭하게 풀었는가 하면 'Dye it red'는 드럼 주법의 변주로 그런지 사운드에 질주감을 주입한다.

일탈을 노래하며 파도 소리를 넣어 다소 진부한 연출을 보여주는 'Back to mars'나, 6분 동안 자신의 남자친구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Horen sarrison', 같은 곡들은 유치함과 진정성 사이를 오간다. 그러나 자신의 미래 자녀 이름을 외치는 'Yoshimi forest magdalene'에서 제멋대로지만 솔직한 페르소나가 완성된다. 플레이밍 립스(The Flaming Lips)의 곡에 대한 레퍼런스인 'Yoshimi',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따온 'Forest', 그리고 픽시스(Pixies)의 'Magdalena'에서 따온 마지막 이름까지. 그 엉뚱함에 웃지 않을 수 없다. 미숙함을 캐릭터로 승화시키는 영리함이 앨범의 승부처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외치는 소녀의 모습에서 2000년대 초반에 완성된 매닉 픽시 드림 걸(Manic Pixie Dream Girl)의 전형이 겹쳐 보인다. 스네일 메일(Snail Mail)이나 사커마미(Soccer Mommy)같은 다른 Z세대 여성 인디 록 뮤지션에 비해 팝의 성향을 더 많이 드러내고 있기에 더 그렇다. 비바두비는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쿨한 소녀'다. 자신을 향할 수많은 대상화의 시선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하는 숙제가 그의 앞에 있다.



Beabadoobee - Fake It Flowers (CD)(Digipack)
Beabadoobee - Fake It Flowers (CD)(Digipack)
Beabadoobee
Dirty Hit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인간의 몸과 과학기술의 만남

김초엽 소설가와 김원영 변호사는 공통점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손상된 신체를 보완하는 기계(보청기와 휠체어)와 만났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사색을 통해 사이보그가 그려갈 미래를 논한다. 사이보그의 존재론과 윤리에 관한 두 사람의 통찰이 빛난다.

사라진 엄마, 아빠를 찾아 자정의 세계로!

영화화가 검토되고 있는 해리포터를 연상시키는 아동 판타지 문학. 사라진 엄마 아빠를 찾아 헤매던 소녀가 자신을 쫓는 정체 모를 존재를 피해 자정을 울리는 빅벤의 종소리가 울려퍼질 때 밤의 세상으로 모험을 떠난다. 마법과 비밀, 낮과 밤의 세계를 지키기 위한 에밀리의 여정이 펼쳐진다.

우리에게 두 번째 날은 없다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CEO부터 직원까지 2년간의 집중 인터뷰를 통해 발견한 그들의 생존 전략. 거대 기술 기업에겐 둔화와 정체라는 비즈니스 주기가 적용 되지 않는다. 하나를 성공할 때마다 다시 ‘첫 번째 날’로 돌아가 다음을 준비하기에 성장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울고 싶을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릴 거예요.

캐나다를 대표하는 시인 조던 스콧의 자전적인 이야기에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수상 작가 시드니 스미스의 그림이 만나, 전 세계 평단과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든 아름다운 그림책. 굽이치고 부딪치고 부서져도 쉼 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아픔을 딛고 자라나는 아이의 눈부신 성장 이야기.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