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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높은 곳을 향해 펼치는 날갯짓
박지훈 - <The W>
두 장의 EP <O'CLOCK>, <360>을 발매하며 수련을 거친 그의 본작에는 한층 튼튼해진 자아가 담겨있다. 전작보다 잘 빠진 음향과 강해진 음의 매력과 재치. 아이돌 팝 스타로서의 적정 위치를 물색해 나가는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2020.08.26)
워너원의 박지훈은 세 번째 미니 앨범을 통해 즐기기 좋은 팝 넘버를 선보이며 자신의 가능성을 표출한다. 작년 봄 솔로 활동의 첫걸음을 내디딘 후 두 장의 EP <O'CLOCK>, <360>을 발매하며 수련을 거친 그의 본작에는 한층 튼튼해진 자아가 담겨있다. 전작보다 잘 빠진 음향과 강해진 음의 매력과 재치. 아이돌 팝 스타로서의 적정 위치를 물색해 나가는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타이틀곡 「Wing」은 이전 노래보다 퍼포먼스에 강점이 있는 곡이다. 중독성 있는 보컬 루프 전주를 지나 뭄바톤 리듬 위 기악 부피를 키우며 폭발하는데, 이러한 외관의 화려함에만 점철되지 않고 간결한 멜로디를 심어 반복 청취의 여지도 붙잡는다. 비상이라는 주제에 발맞춘 힘찬 고음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그의 보컬 역시 성장을 증명한다. 좋은 음색에도 전체 공간을 메우는 힘이 약했던 전과 달리 본 머릿곡의 활약은 곡에 빈틈이 없게 한다. 뒤이은 끈끈한 그루브의 '주파수'도 리드미컬한 반주를 무심한 듯 힘을 뺀 톤으로 이어받은 목소리가 핵심. 가창에 더욱 여유가 생기니 작품 전면에 가수가 주인공으로서 살아 숨 쉰다.
텐조, 이기 등 국내 히트 작곡가에게 맡긴 다른 수록곡들도 앨범의 유기성을 충분히 고려했다. 무난하게 듣는 재미를 끌어내는 노래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연계를 이루며 아티스트의 면모를 다양화한다. 위에서 언급한 두 곡의 분위기가 고혹적이었다면 그와 비교해 후반 트랙은 한층 밝은 무드를 내비치는데, 일렉트로닉 팝 「Driving」은 제목대로 달리는 듯한 속도감 위 애상적인 노랫말과 선율이 어우러지고 끝자락 「Let's love」에서는 통통 튀는 비트에 후렴 '무심한 듯 툭'을 무기 삼아 마디마다 랩과 싱잉을 유연하게 오간다. 또한 신시사이저 드롭을 활용하여 가수보다 사운드 스케이프에 무게를 둔 「Paradise」로 음반에 청량감을 한 움큼 보태기도 한다. 6곡의 짧은 분량에도 작품을 조밀하게 채운 짜임새가 돋보인다.
보다 큰 음악적 호응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더 강하고 공고한 콘셉트가 필요한 듯 보이나, 현재 입지에서 감행한 최선의 선택은 성공적이다. 좋은 타이틀과 각개 모양새로 안정적인 수록곡. 그간의 경험이 무의미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The W>는 아티스트가 더 높은 곳을 향해 펼치는 날갯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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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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