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무쌍 사업가 지망생, 그는 왜 인터뷰 여행에 나섰을까?
동남아 5개국 한인 사업가 인터뷰 여행기 『사장님 만나주세요!』 김상우 저자 인터뷰
대표님들이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했던 점은 ‘다른 사장 밑에서 일하며 사업을 도우면, 그 경험은 고스란히 자신의 소중한 자산으로 쌓인다’는 거였어요.(2020. 06. 19)
꿈은 사업가. 그러나 현실은 대학 예비 졸업생에, 군 입대 대기자.
갑갑한 상황 한가운데 서 있던 스물네 살 청년은, 자신의 어렴풋한 꿈을 조금이라도 현실에 가깝게 만드는 방법이 무얼까 고민한다. 주어진 시간은 단 두 달. 그는 이내 결심한다. 마지막 여름방학 동안, 해외에서 활약하는 우리 사업가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창업과 경영에 관한 조언을 얻겠다는 것.
확정된 약속도, 그 어떤 연줄도 없이 내딛는 그의 발걸음은 사뭇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그 도전의 결과는 대성공! 마치 ‘도장 깨기’ 하듯, 동남아 5개 나라에 걸쳐 현지 한인 기업가들과의 인터뷰 미션을 하나하나 클리어해나간다. 뜨겁고 습한 동남아의 환경 속에서 좌충우돌 종횡무진하는 이 용감한 청년에게, 기업가들은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를 전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는 이 시대 청춘들 사이에서, 그 불확실한 길을 조금 먼저 용기 있게 내디딘 이 사람. 스물아홉 살 청년 사업가 김상우 작가에게, 동남아 인터뷰 여행과 그 뒷이야기들을 들어본다.
여행의 목적이 해외 한인 기업가 인터뷰였다니, 참 독특합니다. 이도 저도 시도하기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대체 어떻게 그런 여행을 결심하게 된 건가요?
여행을 결심하기까지의 상황을 설명해드리는 게 좋겠네요. 여행을 계획한 2015년 당시에 저는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었어요. 졸업과 군 입대를 동시에 앞두고 있던 건데요,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무척 많았죠. 대학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소모임을 개설하고 운영해왔어요. 영화 제작, 교육 봉사, 독서 등 다양한 동아리를 만들어 이끌었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기획할 때 즐거워하는 저 자신을 발견했고, 전공인 수학과는 전혀 다른 영역인 ‘해외 사업’을 꿈꾸게 되었죠. 사실, 지금 돌이켜보면 아주 막연한 꿈이었어요.
아무튼 그때 “입대 전 2개월 동안 사업에 대한 지식을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마지막 여름방학 기간을 활용해 해외 사업가들을 직접 찾아가 묻고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물론 어떤 사업가도 저를 만나주겠다고 약속해준 바 없었지만요. (웃음) 그 후 베트남에 계신 한인 기업가에 대한 정보를 찾아서, 그분께 인터뷰 요청 이메일을 보낸 게 여행의 시작이 되었죠.
한여름의 동남아 여행인데다가 인터뷰 계획 또한 정해져 있지 않고 유동적이어서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더군요. 당시 여정 중에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때를 꼽는다면요?
세 번째 여행지인 라오스요! 여행이 계속되면서 육체의 피로가 잔뜩 쌓인 상태였는데요, 불확실한 인터뷰를 앞둔 상황이라 정신적인 불안감도 만만치 않았어요. 사실 평범한 대학생 신분으로 초면의 기업가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일은 매번 아주 부담스러웠어요. 특히나 대표님들이 제 요청을 수락해주실지 알 수가 없었기에 새로운 여행지에 갈 때마다 불안감이 상당했죠.
첫 번째와 두 번째 여행지인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는 다행히 인터뷰를 별문제 없이 진행했는데, 라오스에 들어가서 기업가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려니 왠지 다시금 여행의 출발선상에 선 기분이 들더라고요. 무엇보다 인터뷰를 요청하고서 기약 없이 시간만 흘려보내는 건 아닐지 두려웠어요. 특히 또래 여행자들이 웃고 즐기며 관광지를 오가는 모습을 볼 때는 스스로가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때로는 ‘나 혼자 해외에서 이렇게까지 고생할 필요가 있나?’ 생각하며 진지하게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때 제 마음을 다잡게 된 계기가 있어요. 혼자 울적하게 메콩강가를 산책하는데, 노을빛을 받으며 흐르는 강물이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문득 ‘여기까지 포기하지 않고 와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기하지 않고 거기까지 갔기에 그토록 아름다운 풍경도 볼 수 있었던 거죠. 인터뷰 여행이 고되긴 했지만, 서서히 변화할 저 자신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게 해준 순간이에요.
초반부터 질문이 너무 심각했나 봐요. 가벼운 이야기를 좀 드리겠습니다. 캄보디아를 떠나기 전 겪은 '가족 사기 도박단'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에요. 책을 보니 꽤 당당하고 용감하게 탈출(?)하셨던데, 당시 솔직한 심정은 어땠나요? 그런 사기가 흔한 일인가요?
우연히 만난 현지인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도움을 요청하기에, 저 역시 호기심과 동정심에 이끌려 대화하게 된 건데요. 책을 보시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꽤 위험한 상황에 휘말려들 뻔했죠. 무사히 빠져나온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동남아시아에서 여행객을 상대로 펼쳐지는 유명한 사기 수법이더라고요. 환대를 베풀거나 동정심을 유발하여 여행객에게 접근한 뒤에, 다른 현지인을 상대로 불법으로 돈을 벌자면서 돈을 내놓게끔 하는 방식이에요.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어떤 일본인 여행객은 현지인의 유혹에 휘말려서 여행 경비 전부를 잃기도 했더군요.
좀 안타까운 얘기지만, 여행 도중에 현지인이 난데없이 과도한 환대를 베풀거나 도움을 요청해 올 때는,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다수의 선량한 사람들 가운데, 여행객을 속여 금품을 뺏으려 드는 소수의 사기꾼이 숨어 있기 마련이니까요.
이야기를 동남아 여행 이후로 옮겨와볼게요. 인터뷰 여행 이후, 작가님 본인이 꿈꾸던 창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게 있다면요?
군대에서 3년간 장교로 복무한 뒤, 한 IT 업계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거기서 온라인 마케팅 관련 업무를 맡아 진행했죠. 동남아 여행 때 만나 뵌 대표님들이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했던 점은 ‘다른 사장 밑에서 일하며 사업을 도우면, 그 경험은 고스란히 자신의 소중한 자산으로 쌓인다’는 거였어요. 그렇기에 저는, 비록 아르바이트생 신분이지만 ‘내 사업을 한다’는 마음을 갖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거기서 일을 돕는 내내 ‘대표님 입장이라면, 여기서 필요한 건 무얼까?’ 생각하면서 업무를 했던 거 같아요.
감사하게도, 그 회사 대표님께서 제가 사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고, 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생각이 열려 있는 분이라, 꿈이 있는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투자하셨죠. 그분의 도움과, 그 아래서 보고 배운 것들이 제가 창업을 하는 데에 좋은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저도 훗날 후배를 양성할 줄 아는 멋진 선배 사업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죠.
2015년의 여정 그대로, 2019년에 다시 한 번 동남아 여행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다시 만나 뵌 대표님들은 어떻게 지내시던가요? 인상적인 변화를 보여준 케이스가 있던가요?
2015년 여행 당시 대표님들을 만나 말씀을 나눈 건, 평균 2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어요. 그렇기에 여러 해가 지난 시점에 다시 찾아뵈려니, 그분들이 저를 과연 기억해주실지 걱정됐죠. 그런데 한 분도 빠짐없이 저를 알아보시고 반갑게 맞아주셔서 큰 감동을 받았어요.
대표님들은 여전히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사업을 하고 계셨어요. 요즘같이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업체들이 사라지는데, 대표님들이 각자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계신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 분 정도는 새로운 업체를 맡아 경영하고 계셨는데, 모두 이전에 종사하던 분야를 그대로 지킨 채 더 적극적으로 경영에 임하고 계셨고요.
다시 만나 뵌 대표님들 중에서 인상적인 경우는, 캄보디아에서 운송 회사를 경영하시는 대표님이었습니다. 2015년에 만났을 때는 택시회사를 크게 운영하고 계셨는데, 알고 보니 그 이후에 세계적으로 우버, 그랩 등 어플리케이션 기반 운송업이 확장하면서 한동안 사업상 어려움을 겪으셨더라고요. 그 대표님은 과거 저와의 인터뷰 중에 ‘직원과의 수평적이고 돈독한 관계’를 강조하셨던 분이에요.
바로 그 덕분이었을까요. 대표님이 어려운 상황을 맞은 그 시점에, 과거 직원으로 있었던 분으로부터 사업의 난국을 타개할 만한 도움을 받았다더라고요. 과거 직원이었던 그분은 독립해서 자기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운수업 관련 바이어가 와서 프로젝트를 같이할 만한 업체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주저하지 않고 그 대표님을 소개해드렸다고 해요.
결국 그 바이어는 대표님의 택시 회사와 협약하여 사업을 확장했고, 대표님은 그 덕분에 사업을 다시 일으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본인이 과거 저에게 들려주신 말씀, 바로 그 경영 마인드의 실천을 통해 난관을 극복한 대표님의 근황에 저는 커다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근래에 드디어 청년 사업가로서의 삶을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시는지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어요?
업체의 홍보를 도와주는 마케팅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SNS를 통해서 브랜드가 효과적으로 노출되도록 기획하고 홍보하는 일이에요. 고객을 모아야 하는 신생 소상공인들이 주된 고객층이죠.
저는 이 일을 하면 할수록 저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업에선 수익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저희 클라이언트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아울러, 아직 신생 업체인 저희도 클라이언트와 함께 성장하고 있고요.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마케팅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거래처 사장님들이 꽤 있어요. 근래에 한 거래처에서 여건이 좋지 않아 계약 금액을 낮추었는데, 물론 저희도 같은 상황 속에서 분투하고 있긴 하지만, 오히려 서비스를 추가해서 마케팅을 진행해드렸죠. 그러자 그 업체 사장님과의 신뢰가 더욱 돈독해졌고, 그 후 그분께서 제게 다른 거래처를 많이 소개해주셨습니다. 일시적인 손해를 감수한 덕분에, 결과적으로는 더 좋은 계기를 마련한 셈이지요.
마케팅 사업은 클라이언트가 성장하는 만큼 제 회사도 성장한다는 특징이 있어요. 그렇기에 사업을 하면서 꽤 많은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업종이라고 생각합니다.
5년 전에는 해외 창업을 꿈꾸었는데, 그때의 목표와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한 셈이네요. 혹시 지금의 일 너머 꿈꾸는, 궁극적인 지향점 같은 게 있으신가요?
조금 생뚱맞은 표현이지만 ‘지금 그리고 여기’를 지향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실 이 말은, 동남아 인터뷰 여행 당시에 어떤 대표님에게서 들은 말씀을 빌려온 거예요. 제가 그분께 사업의 지향점에 대해 질문하자 답해주신 내용이죠.
모두들 나름의 목표를 두고 계획을 세우지만, 미래에 어떠한 변수가 발생해 진로가 변해갈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인 거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지금 이렇게 사업을 하고 책까지 출간하게 되리라고는, 대학생 시절에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렇기에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은 바로,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라고 저는 믿고 있어요. 매일 매일을 살아가면서 다짐하는 목표가 있다면, 일과를 마치고 오늘 밤 침대에 누웠을 때 뿌듯한 미소를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 바로 그거예요. 매일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 사업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진 않아요. 현재는 국내에서 마케팅 사업을 하고 있지만, 훗날 제가 이 사업을 기반으로 다른 어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니까요. 10년 뒤쯤엔 저도, 제가 만나 뵌 기업가들처럼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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