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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세 살 직장인은 왜 절에 갔을까?

『서른세 살 직장인, 회사 대신 절에 갔습니다』 신민정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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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서 행복할 수 있고, 단지 눈앞에 있는 행복을 못 보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반드시 볼 수 있어요. (2020. 06. 18)


‘절’ 하면 예전에는 그저 종교적인 공간으로만 인식됐었다. 하지만 불교가 철학과 마음공부의 수단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지금은, 절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은 직장인, 마음의 정화와 비움을 경험하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사색의 공간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많은 직장인들이 ‘템플 스테이’를 하기 위해 휴가를 내어 절을 찾는다. 시끄러운 머릿속을 잠재우고, 마음에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절은 기꺼이 자리를 내어준다.

『서른세 살 직장인, 회사 대신 절에 갔습니다』는 평범한 직장인이 100일간 절에서 지내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고 진정한 나를 찾게 된 여정을 그린 힐링 에세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우연한 기회에 우연한 인연을 만나 100일 동안 깊이 있는 템플 스테이를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나락으로 떨어졌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었다. 신민정 저자를 만나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목부터가 흥미로운 책입니다. 회사 대신 절에 갔다고 하니, 그 동기가 궁금합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그냥 죽을 것 같아서였어요. 태어나서 30여 년간 대구를 벗어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같은 꿈과 목표를 가진 이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과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심한 거예요. 난리가 난 엄마를 뒤로하고 덜컥 서울에 올라가 그 사람들이랑 같이 스타트업을 창립했어요. 처음에는 모든 게 좋았어요. 새롭게 시작한 일도 너무나 재미있었고, 멤버들은 제 이사를 직접 도와주는 등 저를 물심양면 받쳐줬고요. 그때는 그 멤버들이 제 가족이나 다름없었어요.

하지만 곧 제 앞에 현실이 닥친 거예요. 주말 없이 하루에 14시간 넘게 일했는데 온갖 질병이 내 몸을 덮쳐서 버티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정신 차리고 보니까 제가 회사에서 소위 ‘왕따’가 되어 있었어요. 어떤 식이었냐면, 저를 아예 업무적으로 부정하더라고요. 제일 기억나는 말이 “민정 씨가 하는 일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라는 말이에요. 애초에 서울에서 의지할 데라곤 그 멤버들이 전부였는데 그들한테 배신을 당했으니 제 마음은 지옥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자취방에서 일하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숨이 안 쉬어져서 눈이 번쩍 떠졌어요. 숨은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드나들어야 하는데 그것조차 안 되는 몸뚱이가 된 거예요. 이대로 있다간 숨이 막혀 죽겠다 싶었어요. 말 그대로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심리학 교수님의 추천으로 절에 들어가게 된 거예요.

책의 도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절에서 100일간 지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잠깐 주저한 후 바로 승낙을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낼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원래 절에서는 보름 정도 있을 생각이었는데, 100일을 지내보라는 스님의 말씀에 많이 당황한 게 사실이에요. ‘100일 동안 있으라고? 그럼 직장을 어떻게 구해? 월세는? 생활비는?’이라는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그럼에도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건, 오직 제 마음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에요. 빨리 새 직장을 구하고 돈을 버는 것보다 중요한 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는 일이었거든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계속 고통받을 게 너무 무서워서, 그에 비하면 100일 정도 세상과 떨어져 지내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절에서 100일간 지내기로 마음을 낼 수 있었어요.

매일의 생활과 감정을 그대로 기록한 구성이 흥미롭습니다. 이렇게 책을 구성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마음이 힘들 때나 감사한 일이 있을 때 이를 기록하는 습관이 있어요. 힘든 내 마음을 솔직하게 풀어놓으면서 나를 달래고 스스로를 북돋아 줄 수 있거든요. 절에서도 틈틈이 노트에 내 생각과 감정을 쓰곤 했어요.

그런데 스님께서 아예 일지를 쓰라는 과제를 주셨어요. 매일 내가 무엇을 하며 보냈는지,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어떠한 생각과 감정을 느꼈는지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라는 것이었죠. 아마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보라는 뜻으로 이런 과제를 주신 것 같아요. 아무튼 덕분에 하루하루 그날의 기록들을 생생하게 남길 수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 이 일지를 다시 읽어보니, 나의 몸과 마음이 어떻게 변화되어가고 또 내가 나에 대해 알아가는 그 여정이 생생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를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공유하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공개하기 껄끄러운 부분도 있고, 그때의 내가 참 어리고 약했구나 싶은 부분도 있어서 책을 낸 지금도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에요. 하지만 한 나약한 사람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진정한 나와 진정한 행복을 찾은 과정을 적은 이 정직한 기록이 반드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는 ‘다이내믹한 사건이 있을까?’ 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하루에도 수십 번씩 뒤집히는 생각과 감정을 관찰하고 탐구하고 따라가는 여정이 굉장히 흥미진진하더라고요.

그때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어요. 목표가 사라진 마음자리에 사람에 대한 미움과 분노가 들어차서 나를 괴롭혔어요. 어머니들이 하는 표현처럼,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어요.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마음에, 스님이 시키는 대로 절을 하고 경전을 읽어 내려갔어요.

그러면서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질문했어요. 나는 왜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근데 내가 잘못한 걸까?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럼 나는 언제 행복하지? 온갖 질문과 대답, 거기에 따른 감정이 머리와 마음을 어지럽게 오갔어요. 그러면서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슬퍼지면 그 슬픔을 판단하지 않고 지켜보고, 그 이유를 찾아내고, 그런 감정을 느낀 나 자신을 다독여줬고요.

아침에는 슬프고 화가 났다가 저녁에는 또 기뻐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왜 우울한지 몰라서 나 자신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렇게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변화하는 내 생각과 감정들을 살펴보고 내면을 마주하는 일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어요. 스스로가 이해가 안 됐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재미있더라고요. 나중에는 일종의 충만감까지 느껴졌어요. 나의 내면을 마주하며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가 없을 수가 없지요. 생각할수록 절에 들어가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이만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정말 하기 힘든 귀한 체험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고 ‘나도 절에 들어가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나 조언이 있나요?

단순히 ‘절’에 들어간다고 해서 평화와 행복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절에서 행복해진 이유는 내가 나의 내면에 귀 기울여주고 나의 마음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절에서는 매일 절하고 경전 읽고 수행하는 아주 단순한 행위들을 반복하는데, 그 과정에서 호흡하는 것에서부터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까지 내가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자각할 수 있어요. 곧 자연스럽게 매 순간 ‘지금 여기’에 깨어 있는 연습을 할 수 있고요. 이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게 어디라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이 책을 읽고 절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만큼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워 휴식을 취하고 싶기 때문일 거라 생각해요. 그렇다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곳, 현재에 깨어 있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곳, 다시 말해 ‘지금, 여기’에 머무를 수 있을 수 있는 곳을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그곳에서 분명 마음의 평화와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이 100일간의 여정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 이 책의 독자들에게 나누고 싶은 핵심적인 생각은 무엇인가요?

내 행복은 내가 결정한다는 거예요. 그전에는 내게 일어난 나쁜 일이나 부정적 감정에 대해 상황이나 상대를 탓하곤 했어요. 하지만 알고 보니 모든 것이 내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내 마음에 밝은 생각과 감사함이 가득할 땐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고, 불평불만과 같은 어두운 감정과 나쁜 생각들이 지배할 땐 안 좋은 일들이 이어지곤 했어요. 사실 현실이란, 그저 내 마음의 거울로 비추어 낸 결과일 뿐이었던 거예요. 더 나아가 좋은 일, 나쁜 일이 따로 없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내가 나의 관점대로 현실을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니까 나를 괴롭히던 고통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어요. 결론은, 이왕이면 좋은 생각과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면 나와 상대와 세상에 대해 관대해질 수 있다는 거예요. 이제 사는 것이 한결 가볍고 쉬워졌어요.

이 책을 꼭 권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꼭 생각해봤으면 하는 지점은 무엇이 있나요?

예전의 저와 닮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어요. 사람 때문에 힘들다면, 바쁘게 살다 보니 몸과 마음을 돌보지 못해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다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데 서툴다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이 책을 읽으면 지은이인 제가 찾은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스스로에게 ‘내가 원하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꼭 던져봤으면 좋겠어요. 저는 누구나 ‘지금, 여기’에서 행복할 수 있고, 단지 눈앞에 있는 행복을 못 보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반드시 볼 수 있어요. 살아가면서 행복하기에도 바쁘잖아요. 그러니 꼭,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신민정

기업교육 분야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 주변 사람들은 ‘노력 중독’이라고 부른다. 노력 중독자답게 직장에서도 몸 바쳐 일했으나 동료들 사이에서 소외당하고, 업무적으로도 존재가치를 부정당하기에 이르렀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져 결국 퇴사를 선택한다. 본디 종교와는 아예 인연이 없었으나 잘 알고 지내던 심리학과 교수님의 추천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절’로 찾아갔다. 스스로를 살리고자 하는 절박한 마음뿐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절에서의 100일 동안 오로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스스로를 관찰하고 탐구해나갔다. 그러면서 서툴고 어설픈 자신을, 나와는 많이 다른 상대를,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조금은 더 유연해졌다. 현재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오늘을 잘 살아가려 노력 중이다.




서른세 살 직장인, 회사 대신 절에 갔습니다
서른세 살 직장인, 회사 대신 절에 갔습니다
신민정 저
북로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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