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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시작한 복싱, 인생 운동이 되다!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 설재인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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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은 다른 운동에 비해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폭발적으로 쓸 수 있는 종목이라서, ‘모든 것을 불태웠구나’라는 뿌듯함을 매번 느낄 수가 있어요. (202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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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는 거 좋아하고 술 마시는 거 좋아하는 보통의 사람이지만, 복싱에서만큼은 특별한 설재인 저자가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 를 통해 삶의 자세를 이야기한다. 어느 외고의 수학 선생님에서 아마추어 복서가 되기까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테다. 그런 불안과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 발을 내딛는 여정을 발랄하고 담백하게 이 책에 담아냈다. 복싱으로 “영원히 살고 싶다”라고 외치는 설재인 저자의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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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운동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가 많이 출간되었는데요. 복싱에 관해서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9년 초에 단편소설집을 계약하게 되었는데, 그곳 편집자께서 “운동에세이를 쓰셔도 재미있겠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사실 제가 운동했던 과정에 누군가가 관심을 두고 재미있게 읽을 거란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진 못했는데 그 말씀이 방아쇠가 되어 혼자서 쓰기 시작했어요. 제 이야기가 가진 차별점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운동바보라는 게 가장 크더라고요. ‘운동바보가 반 십 년 동안 미친 사람처럼 매진한 결과물.’ 그렇게 방향을 잡고 나니 꽤 신나게 쓸 수가 있었어요.

 

복싱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직접적으로 많이 겪었을 텐데요. 여러 사람의 편견에 맞닥뜨렸을 때, 작가님만의 대처(?) 방법이 있나요?

 

호전적, 폭력적인 사람일 거라는 편견을 마주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사람을 때리면 어떤 기분인가? 죄책감 같은 것은 없나?”라는 질문을 받은 적도 많습니다. 펜싱이나 검도처럼 생각하면 어떨까요, 라고 되물어요. 칼 대신 주먹이 무기일 뿐. 그리고, 링 위의 레프리(심판)를 전적으로 믿기에 안전한 스포츠라고 덧붙여요. 레프리의 기본은 선수 보호거든요. 그가 위험한 상황까지 방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껏 훈련했던 것을 최선을 다해 펼쳐 보일 수 있다고. 실제로, 경기가 끝나면 두 선수가 포옹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어요. 폭력적인 사람들이 연출할 법한 모습은 아니에요.

 

책을 읽으면,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더라고요. ‘당산동 포세이돈’, ‘당산동 검은손’, ‘당산동 늑골브레이커’ 그리고 당산동 꼬맹이들까지요. 별명을 붙이게 된 에피소드를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또 체육관에서 새로 생긴 별명이 있나요?

 

별명을 붙이기 시작한 건 관장님이에요. SNS에 이따금씩 회원의 훈련 영상을 올릴 때가 있는데, 실명을 게재하긴 좀 그렇다며 별명을 만들기 시작하셨어요. 거기에 제가 재미를 붙이는 바람에 이것저것 작명을 시작한 거예요. 가장 웃겼던 건 ‘당산동 팅커벨’인데요, 팅커벨은 사실 남자분이에요. 작고 마른 경량급인데 몸이며 주먹이 너무 빨라서, 제가 “무슨 팅커벨이에요?”라고 물은 게 그렇게 굳어져 버린 케이스고요. 요새 새로 만든 별명은 ‘당산동 버즈’가 있었어요. <토이 스토리>의 버즈와 똑 닮은 분이 있거든요. 흥행하진 못했습니다. ‘버즈’라고 하면 다들 민경훈 씨를 먼저 떠올려서…….

 

태국의 무에타이 체육관에서 홀로 복싱을 하신 에피소드가 감명 깊었습니다. 지금도 태국에 갈 때마다 그렇게 운동하시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작가님이 마음의 고향으로 생각하는 태국의 매력에 대해서도 살짝 이야기해주세요.

 

최근에 2주간 태국에 다녀왔는데, 복싱용품 대신 클라이밍 용품만 챙겨갔어요. 가자마자 후회했죠. 복싱은 시설이 열악해도 훈련에 큰 지장이 없는데, 클라이밍은 그렇지 않거든요. 결국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서 매일같이 걷고 뛰고를 반복했어요. 다음에 갈 땐 꼭 복싱용품을 싹 챙겨 가려고요.


제가 태국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냥, 옷 가볍게 걸치고 땀 흘리며 돌아다니다가 얼음 컵에 따른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는 게 그렇게 좋은 것 같아요. 햇빛을 워낙 사랑해서 식당이나 바가 노천에 있는 것도 좋고. ‘사바이 사바이’(천천히 천천히)라는 마인드도 부럽고요. 그리고 향이 강한 음식을 좋아해요. 한국에 돌아오면 음식이 밋밋해서 식욕부진에 시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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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에 다니면서 담임으로 맡았던 제자들이 많이 생각날 거 같아요. 앞으로 멋진 인생을 살아갈 제자들에게 지금의 작가님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청소년들에게 “학교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라는 말을 요새 자주 하는데, 막상 제가 담임했던 아이들한텐 그런 말을 못 해줬어요. 이미 모두 성인이 되었으니 대신 이런 말을 하고 싶어요. 어른들 말, 다 믿지 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괜찮아! 다만, 스스로 야무지게 건강 챙겨야 된다!

 

새로운 운동으로 클라이밍을 시작하셨는데, 복싱과는 어떤 다른 매력이 있나요?

 

클라이밍은 완전100프로 전신 근력 운동이에요. 평소에 쓸 일이 없던 근육들을 죄다 강화할 수 있어요. 전 클라이밍 하면서 전완근이 너무 좋아져서, 사람들 만날 때마다 다짜고짜 팔 내밀어요. 만져보라고. 아이돌 ‘하이터치회’ 하듯 ‘전완근터치회’ 하는 중입니다.


특히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강력 추천하고 싶어요. 벽을 한 번 타고나면 10분 정도는 쉬면서 펌핑된 근육을 회복해야 하거든요. 그때 책을 읽으면 시간이 후딱 가요. 운동과 독서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놀라운 종목이에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5년 이상은 복싱을 꾸준히 하실 텐데요. 취미로 복싱을 추천하는 이유를 채널예스 독자님들에게 말씀해주세요.

 

일단 저는 운동이 삶에 주는 긍정적 변화를 너무나 신봉해요. 특히 복싱은 다른 운동에 비해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폭발적으로 쓸 수 있는 종목이라서, ‘내가 오늘 체육관에서 모든 것을 불태웠구나’라는 뿌듯함을 매번 느낄 수가 있어요. 그리고, 내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생각은 큰 자신감과 용기를 불러오는 것 같아요. 복싱을 하지 않던 저를 떠올려봤을 때, 지금의 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추천합니다. 산 증인으로서.

 

 

 

* 설재인


1989년생. 머리가 매우 커서 걸음마를 늦게 떼었다. 특목고에서 몇 년간 수학을 가르쳤으나, 수많은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들어야 하는 역할에 지쳐 대책 없이 사표를 냈다. 20대 중반까지 운동의 ㅇ도 모른 채로 살았는데, 어쩌다 보니 복싱을 수학 교육보다 오래 하고야 말았다.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을 썼다.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설재인 저 | 웨일북
단순히 다이어트나 취미 생활로 복싱을 시작한 게 아니다. 삶을 버텨내고자 했다. 이 이야기는 극적인 인생 역전이나 프로 복서로서의 성공적인 삶을 그려내지 않는다. 열렬히 복싱을 한 대가로 작가가 무엇을 얻었는지 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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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죽고 싶었는데, 지금은 영원히 살고 싶다” 삶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았지만, 복싱과 사랑에 빠진 이 순간만큼은 내가 중심이었다 “복싱은 주먹질이 아니다. 복싱은 ‘자기 것을 지키며 (방어)’, ‘상대의 것을 뺏기 위해(공격)’ 수없이 기술을 훈련하고 자신의 몸을 담금질해야 하는 운동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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