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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도 살찔 수 있어

생각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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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더 먹은 식사가 곧 나에게 몸무게로 돌아올 것만 같아 불안한 것처럼, 하나씩 던지는 안부 인사가 괜히 신경이 쓰인다. (2020. 01. 10)

출처 언스플래쉬.jpg

언스플래쉬

 

 

2020년이 왔고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었다. 근근이 셈해보니 입사한 이래 평균을 내면 일 년에 1킬로그램씩 꾸준하게 쪘다. '인생 최대 몸무게'치고는 미미한 성장이다. 가끔 배를 잡고 ‘이게 돈이라면...’ 생각하고는 한다. 왜 몸에 쌓인 근육은 자산이 되는데, 지방은 부채처럼 느껴질까. 나는 정상 체중이고, 앞으로 5킬로그램쯤 더 쪄도 여전히 정상 체중 범위 안에 있다. 이제까지 미용 체중이라 불리는 표 안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정상 체중'이라는 게 불쾌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한 번도 이렇게 무거워 본 적이 없다. 나는 이것이 불편하다. 바지도 새로 사야 한다. 그 역시 불편하다. 새로 몸이 바뀌는 작용은 겁을 먹게 만든다.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체형, 이제까지 겪어 보지 못한 더부룩함. 이제까지 내가 알고 있던 나 자신이 내가 아니게 되었다는 생소함. 이것은 살 때문인가 나이 때문인가 건강 때문인가.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면 습관으로 살이 빠졌네요, 살이 좀 붙으셨네요, 하고 인사를 건넨다. 이 말에는 어떠한 공격이나 의도도 담겨 있지 않다. 의미 없는 잡담이기 때문에 날씨 이야기처럼 넘어간다. 그러나 한 입 더 먹은 식사가 곧 나에게 몸무게로 돌아올 것만 같아 불안한 것처럼, 하나씩 던지는 안부 인사가 괜히 신경이 쓰인다.


이제까지 별로 건강하지 못했지만, 살이 찌면 더욱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된 것 같다. 건강하지 못할수록 모난 사람이 될 것만 같다. 몸이든 마음이든 스스로 자신이 없으면 점점 모나게 된다. 누군가를 찌르고 싶지 않다. 살찌는 게 불쾌하다고 말하면 또 미용 체중의 신화를 공고히 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또 불편하다. 체제에 부역(?)하는 꼴이 날까 봐 겁나는 것이다. 살에 대한 생각에 한번 빠지자 모든 게 살로 보였다. 어제 비운 사이다 한 컵, 오늘 먹은 초콜릿 하나, 이제까지 마셨던 술, 여태껏 미뤄 둔 체력활동이 머릿속에서 전부 살로 치환된다. 살이 쪘는데 왜 여전히 겨울이 춥지? 올해는 특히 기후 위기로 유난히 따뜻한 겨울인데도?


생각은 계속 다른 생각을 불러온다. 생각을 멈추고 몸을 움직이고 싶어서 또 책을 꺼내 들었다. 『왜 우리는 살찌는가』 에서 게리 타우브스는 "날씬해지고 싶다면, 즉 지방 조직에서 지방을 방출 시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싶다면 반드시 인슐린 수치를 낮추어야 한다. 나아가 아예 처음부터 인슐린이 더 적게 분비되도록 해야 한다"(158쪽)며 탄수화물 섭취의 비중을 줄일 것을 주문한다.


『평생 살찌지 않는 기적의 식사법』 에서는 장내 미생물균의 구성이 어그러지면 살이 찌기 쉬운 체질이 된다고 말한다. 먹기 때문에 찌는 것이 아니라, 먹기 때문에 장내 환경이 바뀌어서 살이 찌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여자는 체력』 에서 박은지는 "사회에서 정상 범주로 보는 표준체중, 사진 속에서 예뻐 보이는 미용 체중, 체성분 분석기 위에서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저체중부터 고도비만으로까지 나뉘는 체중은 마치 내 몸의 성적표와도 같다. 그런데 숫자로 보이는 체중은 피상적이다. 그걸 분석해서 과체중이네 아니네 하는 것도 본질과 거리가 먼 평가다. 내 체중을 저울의 숫자로 아는 것과 실제 무게로 느끼는 것은 아예 다르다. 저울에 표시되는 숫자는 그저 숫자일 뿐이다. 나이가 숫자일 뿐인 것처럼 말이다."(71~72쪽)라고 체중의 숫자에 연연해하지 않을 것을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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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다 연결되어 있다, 한탄하고 책을 덮는다. 작년에는 댄스학원에 다니다 수업이 끝나면 탄산음료를 한 캔씩 마시는 버릇이 들었다. 여전히 습관이 남아 있어서 갈증이 나면 먼저 탄산음료가 떠오른다. 수면시간을 늘리려고 애를 써도 제자리걸음이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단백질을 늘리려다가도, 고기 섭취를 늘리면 또 환경에 해가 될까 봐 마음이 복잡해진다. 숫자에 연연하기보다 건강에 연연하고 싶다.


오늘도 TV에서는 당신도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광고가 나온다. 말을 바꿔서 혼자 중얼거린다. 야, 너도 살찔 수 있어. 허기를 양배추로 잠재우듯이, 헬스장 1년 치를 끊기 전에 계단 오르기를 시작하듯이. 풍채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않은가? 그러나 생각도 요요 현상이 일어나는지 다시 처음의 걱정으로 돌아간다. 다이어트 강박도 한 번에 마법처럼 없어지면 좋겠다. 곧 SNS 광고에 ‘다이어트 생각이 싹 사라지는 약’ 같은 것도 뜨지 않을까? 다이어트약보다 더 혹할 것 같은데.

 

 


 

 

여자는 체력박은지 저 | 메멘토
운동을 할 필요는 느끼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넘쳐 나는 다이어트 정보 가운데 무엇을 믿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 자기에게 맞는 운동 센터와 운동 코치를 찾고 싶은 사람, 나이가 많아서, 질환이나 장애가 있어서 운동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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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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