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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엔드게임> 화려한 엔딩이자 새로운 비기닝

재미와 감동을 보여줬다는 평이 우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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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며 아쉬운 감정이 들면서도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이 설레는 건 마블의 작품들이 단순 슈퍼히어로물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와 조응해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해서다. (2019. 0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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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배우들

 


(* 최대한 자세한 내용 묘사는 자제하였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립니다!)

 

 

보통 기자시사회에서는 영화가 끝나면 박수 소리가 나지 않는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달랐다. 3시간 1분의 상영 시간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쿠키 영상이 없었음에도 끝까지 확인한 후 박수로 만족감을 표하는 이들이 꽤 됐다. 부제처럼 <어벤져스>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작품에 걸맞은 완성도와 재미와 감동을 보여줬다는 평이 우세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에서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손에 쥔 타노스의 핑거 스냅으로 세계는 인구의 절반을 잃었다. 어벤져스의 ‘살아남은’ 멤버들은 양자역학에 갇혔다가 5년 만에 강제(?) 귀환한 앤트맨(폴 러드)이 제안한 아이디어로 중요한 힌트를 얻는다. 없어진 절반의 인구를 되살릴 방법으로 양자 역학을 이용해 시간 여행을 시도하는 것. 

 

이게 무슨 멸망한 지구의 미래에서 ‘터미네이터’가 ‘백 투 더 퓨처’ 하여 인류를 구원하는 소리인가.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토르: 다크월드>(2013) 당시로 돌아가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의 한 장면을 참조한 양 막 잠에서 깬 것 같은 멍한 상태로 엄마 프리가(르네 루소)에게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늘어놓는 등의 오마주를 은근히 드러내면서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손에 넣기 전의 시간대로 멤버들을 돌려보낸다. 

 

세 개의 팀으로 쪼개진 멤버들은 2012년의 뉴욕 침공 당시 로키(톰 히들스턴)가 가지고 있던 치타우리 셉터의 마인드 스톤을 비롯하여 2013년과 2014년으로 이동, 모든 스톤을 모아 현재로 귀환해 먼지로 사라진 이들을 살려내려 한다.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특히 뉴욕팀의 경우, 일이 꼬이면서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가 태서렉트를 찾겠다며 1970년까지 더 내려가는 식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는 이전 영화에서 등장했던 <어벤져스>의 2012년과 <토르: 다크월드>의 2013년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2014년의 특정 장면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 시간대에 현재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멤버들이 개입하는 방식으로 극이 진행된다. 이는 지난 어벤져스 여정의 향수 돋는 복습이면서 몇몇 멤버들의 마지막을 예비하는 근사한 방식의 작별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이의 설정에서 비중이 높은 건 아무래도 이 시리즈의 포스터 중앙을 차지하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와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다.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두고 대립하게 된 이 둘에게는 멤버의 분열 문제 외에도 가장 가까웠던 이와 강제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시리즈의 작품마다 꼬리표로 따라다녔다. 이들에게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시간 여행의 설정으로 마음의 빚을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토니 스타크에게는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존 슬래터리), 스티브 로저스에게는 페기 카터(헤일리 앳웰)가 그런 존재일 터. 그럼으로써 안녕을 고하고 마음의 빚을 일정 정도 내려놓는 과정을 통해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퇴장을 염두에 둔 복선을 깔아놓기도 한다. 그렇다, 이 영화를 끝으로 이 둘은 이제 이 시리즈와 안녕을 고한다. 

 

물론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향후 지속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완전히 사라질 거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얼마 전 디즈니는 자사 OTT ‘디즈니 플러스’ 계획을 발표하면서 마블 시리즈 중 만약에 그때 그랬으면 어떻게 됐을까? 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스토리 <Marble’s What if... ?>의 향후 제작을 알렸다!) 이들이 전면에 나서는 극장판 작품은 더는 볼 수 없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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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포스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본격적으로 어벤져스의 세대교체를 단행할 거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굳이 이 작품이 아니어도 어느 정도 예상된 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바톤을 이어받을 리더 격의 멤버는 누가될 것인가도 궁금한 포인트다. 이번 영화에서는 쿠키 영상을 따로 배치하지 않는 등 확실한 종지부를 찍으면서도 한편으로 이후 이어질 새로운 리더에 대한 일종의 이관식의 의미를 부여한 엔딩으로 기대감을 불어넣는다. 

 

이의 콘셉트를 정의하면 ‘다양성’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3기에서 스파이더맨(톰 홀랜드)과 블랙팬서(채드윅 보스만)와 캡틴 마블(브리 라슨) 등의 솔로 무비로 다양성 히어로를 소개해왔다. 그렇더라도 지금까지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로 대표되는 백인 성인 남성이 주도권을 가져왔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슈퍼히어로물의 전통적인 관념을 깨고 이 작품 이후로는 다양성이 중심에 설 것을 예고한다. 

 

토니 스타크의 마지막 자리(?)에 집결한 어벤져스 멤버와 쉴드 일원과 페퍼 포츠(기네스 펠트로)와 일군 가족 가운데 유독 홀로 선 캡틴 마블이 눈에 띄는 건 ‘그녀’가 이제 리더의 역할을 맡을 것임을, 캡틴 아메리카의 수트를 벗고 자연인으로 돌아간 스티브 로저스가 시그니처 무기 방패를 ‘흑인’ 팔콘(앤서니 마키)에게 넘겨주는 등 다양성으로 진화한 히어로물을 기대하도록 한다.

 

마블은 <아이언맨>(2008)을 신호탄으로 히어로물의 시리즈 개념을 ‘최초’로 열어젖혔고, <어벤져스>로 여기저기 흩어졌던 히어로들을 하나로 모아 팀의 개념을 ‘최초’로 선보였으며, <블랙팬서>(2018)로는 백인 이외의 인종이 히어로로 나서는 ‘최초’의 다양성 기록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지에 새기며 이 장르의 선구자로 군림해왔다. 아시아의 슈퍼히어로도 곧 발표한다고 하니, 마블의 세계는 독보적이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며 아쉬운 감정이 들면서도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이 설레는 건 마블의 작품들이 단순 슈퍼히어로물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와 조응해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해서다. 말이 길었다. 이 장르의 팬이든, 그렇지 않든 이만한 전 세계의 이벤트에 실시간으로 참여할 기회는 흔하지 않다.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은, 떠나는 히어로에게는 작별의 박수를, 이후 전면에 나설 히어로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지 않으면 손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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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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