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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김윤석의 다른 면모’들’

감독으로 데뷔한 배우 김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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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 선배쯤 되면 알거든요. 자신의 연기 하나하나보다는 전체적인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요. (2019. 0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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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성년>의 감독 김윤석

 


(*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배우’ 김윤석은 본업인 연기 외에도 영화 현장에서 연출과 편집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시간>에서 최동훈(<범죄의 재구성> <타짜> <도둑들> 등) 감독은 전개가 빠른 <전우치>의 편집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김)윤석 선배가 편집실에 가끔 들르곤 했는데, 프레임을 타이트하게 자르면 더 좋아했어요. 윤석 선배쯤 되면 알거든요. 자신의 연기 하나하나보다는 전체적인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요.”

 

김윤석이 이번에는 영화의 전체를 조망하는 ‘감독’으로 데뷔했다. 제목은 <미성년>이다. 여기서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한 남편이자 아빠 역할을 맡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대중의 관심은 ‘감독’ 김윤석의 연출로 모인다. 그래서 연기를 잘하는 것만큼이나 연출도 뛰어나냐고? 그에 답하기에 앞서 먼저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미성년>은 물리적인 나이로 치면 ‘미성년 未成年’이어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어린 나이답지 않은 태도와 대처를 보여주는 두 소녀의 성장담이다.

 

주리(김혜준)와 윤아(박세진)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급생이다. 친한 사이는 아니다. 우등생인 주리와 공부에는 별 뜻이 없는 윤아는 접점이 없어 보인다. 접점을 만드는 건 주리의 아빠 대원(김윤석)과 윤아의 엄마 미희(김소진)다. 둘은 그렇고 그런 사이다. 미희는 현재 임신까지 한 상태다. 이를 눈치챈 주리는 아빠 대원이 미희와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걸 확인하러 갔다가 윤아와 마주친다. 윤아가 미희의 딸인 걸 알게 된 주리는 당연히 윤아가 좋게 보일 리가 없다.

 

윤아도 주리가 싫다. 어떻게든 엄마 영주(염정아) 몰래 아빠의 그렇고 그런 사이를 수습하려는 주리와 다르게 윤아는 따지고 자시고 하는 게 없다. 영주에게서 온 주리의 전화를 가로채 우리 엄마가 아줌마 남편과 바람을 핀다고 폭로한다. 이게 불씨가 되어 대원은 연락을 끊은 채 잠적하고 영주는 미희를 찾아갔다가 밀치게 되고 그 여파로 미희는 하혈을 하면서 병원에 입원한다. 이 사단의 책임을 두고 윤아와 주리는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대립하고 이에 연루된 모든 이가 파국으로 향할 것만 같다.

 

김윤석 감독은 <미성년>의 이야기를 두고 “화목했던 가족 사이를 균열시키는 것은 비밀과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그 비밀과 거짓말이 들통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고 정리한다. 비밀과 거짓말을 핵심으로 두고 있어도 연출자로서 김윤석이 중요하게 생각한 건 그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에 따른 인물들의 심리 변화다. <미성년>은 비밀과 거짓말로 야기되는 사건의 정체를 파고드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미성년>이 아니어도 다른 작품에서 많이 다룬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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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성년>의 한 장면

 

 

심판자인 양 잘잘못을 따져 묻는 이분법의 연출은 지양하고 캐릭터 하나하나의 사정을 살펴 성장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미성년>에서 김윤석 감독이 지향하는 바다. 성장을 성숙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미성년>의 인물들은 잘못의 원인을 상대방에게 물으며 깊은 생채기를 내면서도 그게 또 미안해 기꺼이 손을 내미는 방식으로 시련을 이겨내려 애쓴다. 주리와 윤아의 사례는 아니지만, 입원 중인 미희를 찾아간 영주가 가져온 죽을 권유하면서 찾아올 곳이 여기밖에 없었다고 고백할 때, 이 영화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감이 잡힌다.

 

부모의 위치가 되어서도 배우자의 외도 혹은 들통난 부적절한 관계의 상황에 흔들리는 모습은 미완의 어른으로서 ‘미성년’을 가리키는 듯하다. 부모들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동안 방치되다시피 한 미희의 아이를 보살피는 건 주리와 윤아다. 남남인 주리와 윤아를 이어줄 동생이 될 아기가 인큐베이터 안에서 가까스로 호흡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주리와 윤아는 으르렁거리던 조금 전의 표정은 완전히 지운 상태다.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잡은 두 손에서 미성년답지 않은 책임감이 온기로 피어올라 새 생명은 물론 새로운 관계를 축복하는 듯하다.

 

김윤석이 그동안 해온 연기, <타짜>(2006)의 아귀, <황해>(2010)의 면가, <도둑들>(2012)의 마카오박, <1987>(2017)의 박처장 등 성격을 밑그림한 선이 두껍고, 사건의 추이에 비로소 캐릭터가 드러나는 역할들을 고려하면 <미성년>은 의외의 작품으로 다가온다. 인물에 눈을 맞춰 동공 깊이 자리한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 내밀한 감정의 상을 밝게 비추는 김윤석의 연출 솜씨는 그가 출연했던 대표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뛰어나다. ’다른 면모’라는 수식을 붙여 이번의 연출이 이벤트가 아니라 계속 이어질 활동이라는 사실을 기대하도록 한다.

 

다른 면모의 측면에서 김윤석이 연기한 대원이라는 인물도 감독으로서의 새로움 못지않다. 김윤석이 그동안 연기해 온 인물은 앞모습이 부각되는 이미지였다. 테스토스테론이 진한 캐릭터들은 물러서는 법도 없었고 그래서 뒷모습을 보인 적도 없었다. 그와 다르게 <미성년>의 대원은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등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그럼으로써 발생하는 그림자. 사람이 흥미로운 건 바로 그림자가 있어서다. 그림자에서 빛을 볼 줄 아는 김윤석의 차기 연출작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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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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