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권나무, 음압 폭격 없이도 날카로운 앨범

권나무 <새로운 날>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따뜻한 말들 사이로 찰싹 달라붙는 선율이 모이고 모여 늦겨울, 자주 꺼내 봄직한 힐링가(哥)가 탄생했다. (2019. 02. 07)

1.jpg

 

 

 

포크 뮤지션 권나무의 정규 3집 <새로운 날>은 담백하고 빽빽한 음반이다. 때로 어떤 곡에서는 가사보다 바이올린의 선율이, 어쿠스틱 기타의 울림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또 어떤 곡은 “사람은 사람을 말해야지 않겠소”(「깃발」), “눈이 마주치는 사람들도 다 저마다 사랑이 내리네”(「빛이 내리네」), “너를 생각하는 이유를 몰라”(「도시에서」)하며 직설적이고, 단호하게, 일상의 순간과 생각을 포착하여 노래한다.

 

이런 의도된 빈 공간들, 그러니까 자극적으로 소리를 뭉치지 않고 편편하게 정제해 선율을 꾸리고, 자기 술회적일만큼 자신의 어조와 관점이 많이 담긴 노래 말들은 기존 권나무의 음악 성향과 큰 차이를 지니진 않는다. 다만 이번 신보는 이전까지와 달리 일렉트릭 기타, 현악기, 가끔의 지글거리는 엠비언트 사운드를 사용해 기존 무채색에 가깝던 곡조에 색깔을 입힌다. 너무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게 가미한 다양한 악기들이 그의 커리어 중 가장 오래도록 귀로 입으로 즐기기 좋을 완성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빛이 내리네」 「춤을 추고 싶어요」로 대표되는 구성의 단조로움과 「자전거를 타면 너무 좋아」 “도저히 이해가 안 될 때에는 너를 사랑한다 말해요” 이야기하는 「거짓말은 없어요」가 품는 순수한 감정의 발화는 이번 음반에서도 시너지를 낸다. 빠르지 않은 템포. 한 음 두 음 쉬어가며 호흡하는 보컬은 오랜만에 음악의 잔상에 취해 감상할 기회를 내주고, 「그대 곁에 있으면」에서는 휘파람으로, 혁명가스러운 「깃발」에서는 기존과 다른 거친 보컬로, 「사랑을 찾아갈 거야」에서는 피아노, 현악기, 노이즈를 결합하는 등 곡의 결에 따라 배합한 사운드 구성은 강렬한 음압 폭격 없이도 앨범이 날카로울 수 있는 이유다.

 

사람, 사랑, 고독, 즐거움 그리하여, 삶을 다루고 있는 이번 신보 <새로운 날>은 추운 겨울 잠깐 찾아온 봄바람처럼 포근하다. 언제나 어쿠스틱 악기의 건조한 소리를 중심으로 음악 세계를 그려가던 그가 더 다양한 질감을 손에 든 채, 예쁘고 아름다운 언어로 노래하니 한 곡 한 곡이 생생하다. “복잡한 말들을 쏟아내도 괜찮아, 어디론가 흘러가겠지, 후회들로 길을 잃어도 괜찮아, 모두 다 사랑을 찾아갈 거야”(「사랑을 찾아갈 거야」), “누가 먼저 이 길을 지났다면 내게 좀 알려줘, 끝이 없을 것 같은 지금 이 빛나는 날들”(「빛나는 날들」). 이 따뜻한 말들 사이로 찰싹 달라붙는 선율이 모이고 모여 늦겨울, 자주 꺼내 봄 직한 힐링가(哥)가 탄생했다.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YES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권나무 3집 - 새로운 날

<권나무>14,900원(19% + 1%)

이 시대 마지막 포크의 신성, 권나무의 새 정규앨범 '새로운 날' 2015-2016 2년 연속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를 수상한 권나무의 3년 만의 신보! 다양한 색채로 포크 음악의 정형을 넘는 ‘새로운 날’, ‘춤을 추고 싶어요’, ‘도시에서’, ‘LOVE IN CAMPUS’ 등 12곡 수록 ‘반대..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소설이 우리를 위로하는 방법

수천 년을 산 나무의 힘으로 한 명만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주인공 목화. 특별하지만, 잔인한 이 운명으로 인해 생명의 무게와 죽음의 의미를 깨달아 간다. 그 과정을 보며 오늘을 살아가는 ‘단 한 사람’ 우리 역시 위로와 감동을 받는다. 2023년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인 최진영의 신작.

고립된 현대인을 향한 냉철한 분석

스마트폰으로 늘 연결된 현대인이지만 외로운 건 왜일까? 『피로사회』 저자 한병철은 서사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사와 스토리를 대조하며 현대사회를 설명한 이 책은 시대를 예리하게 통찰한다. 바쁘게 사는데 공허한가? 『서사의 위기』가 이유를 알려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타고난 유전자가 아니다

DNA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우리의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 후성유전학. 데이비드 무어는 환경과 맥락에 따라 바뀌는 유전체와 유전자에 새겨진 경험의 대물림에 대해 살펴보며, 경험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바꾸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가장 쉬운 달러 투자

달러 투자의 신 박성현 저자가 알려주는 달러 투자 입문서다. 기축통화인 달러 투자를 해야하는 이유와 기본 원리부터 세븐 스플릿을 이용한 실전 투자법까지 모두 담았다. 원화 및 엔화 투자도 함께 다루고 있으며 단계별로 따라하고 예제를 풀며 쉽게 이해하도록 구성되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