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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월, 기법은 풍부해졌고 멜로디는 친근해졌다

김사월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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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고독과 절망을 옆자리서 마주 시키던 김사월이 '어떻게든 너를 행복하게 할 거야'라 사뿐사뿐 노래하며 다가오는 광경은 언뜻 어색하게 느껴진다. (2018.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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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미워하는 것' 보단 '로맨스'가 더 달다. 그런데도 은밀한 고독과 절망을 라이브 녹음으로 옆자리서 마주 시키던 김사월이 '어떻게든 너를 행복하게 할 거야'라 사뿐사뿐 노래하며 다가오는 광경은 언뜻 어색하게 느껴진다. 비밀 가득한 여인 <수잔>의 이야기와 잔인할 정도로 자신을 몰아붙이던 <7102>의 잔향이 깊었던 탓인가,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라는 김사월이 이제껏 없었던 탓인가.

 

<로맨스>의 이질감은 언어 자체의 매력이 덜해진 데서 온다. 김사월의 로맨스는 낭만적인 사랑과 은근한 유혹을 말하디가도 쓸쓸한 이별과 그 후의 회한을 읊어가는 등 폭이 넓지만 깊은 인상으로 남지 못하고 일상 속 문장으로 흘러간다. '나를 아껴줘 / 아니 그냥 내버려 둬', '소녀 같은 건 소년스러운 건 어울리지 않아' 등 모호했던 유혹은 '나를 사랑해줘요'('연인에게'), '나를 그리워해 봐 / 네 맘을 움직여줘'('그리워해봐')처럼 정직해졌고, 예기치 못한 일상 속 감정의 몰아침을 절제된 단어로 파고들던 '젊은 여자'는 1달러와 세계 일주, 캣 파워로 압축된 '세상에게'와 추운 날 밖에서 속상한 마음을 애원하는 '엉엉' 정도로 간소화됐다.

 

결핍의 페이지를 덮고 충만한 감정으로 더욱 넓은 영역을 향하려는 의도다. 언어를 섬세하게 받쳐주던 사운드가 보다 전면에 나서는 앨범은 김사월의 커리어 중 가장 친절하고 쉽게 들을 수 있으며 복고적이다. 밴드 구성으로 전에 없던 리듬감을 들려주는 '연인에게'와 '누군가에게', 보사노바 리듬과 플룻을 더한 '오렌지', 일렉 기타 리프가 잔잔히 흐르는 '엉엉'과 '세상에게' 등 기법은 풍부해졌고 멜로디는 친근해졌다. 내밀함 대신 보편의 주제를 다루면서 작법 면에서도 확장된 면모를 갖추려 한다. <7102> 발매 후 이즘과의 인터뷰에서 예고한 '긍정적 정서'와 '세련되고 멋있는' 작품의 의도가 읽힌다.

 

무던한 사랑의 이야기라 생각하면 불만은 없다. <로맨스>는 이전처럼 본인 자신을 치열하게 응시하는 앨범이 아니다. 시기상으로는 <7102>가 1집과 2집의 가교 구실을 했지만, 오히려 이번 작품이 아티스트의 세계를 넓히기 위한 도움닫기로 느껴지는 순간이 많다. '그리워해봐'와 '죽어'의 날 선 단어, '오렌지'의 신비한 무드 등 특유의 느낌이 순간 다가오다가도 모두에게 통용될 수 있는 주제와 고전적 작법이 우선에 있다. '나'를 많이 언급하지만 뮤지션 본인의 세계보다는 '김사월'이라는 브랜드 아래의 어떤 작품이라 보는 편이 옳겠다.

 

김사월의 페르소나는 조곤조곤 비밀스럽게 읊조렸음에도 순간의 반짝임이 치명적이었기에 매혹적이었다. 이제 그 캐릭터는 사랑하고, 사랑했던 과거를 담담히 풀어놓으며 보다 많은 이들에게 닿고자 한다. 그렇기에 큰 틀에서는 공감가지만 깊이 파고들지는 못하는 앨범이 나왔다. 아티스트가 매번 결핍되고 절망하며 상흔을 보듬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보편의 정서를 평범한 언어로 묘사할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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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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