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필요한 건 종이와 펜뿐이다

『종이인간』 편집 후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덴마크에 있는 작가의 연락처를 수소문하여 출간 허락을 얻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환상적인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으로 내 마음의 시계침은 조급히 째깍거렸다. (2017.08.07)

20616748_1417830554938411_645891096623014786_o---복사본.jpg

 

전 세계 사람들의 감탄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의 바다를 떠돌던 어느 덴마크 작가의 3D 페이퍼 아트가 우리나라에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였다. 그 작가의 이름은 후스크밋나운HuskMitNavn, 덴마크어로 ‘내 이름 정도는 기억해줘야지’라는 뜻을 지닌다고 한다. 당시에 그 이름은 내 알 바 아니었지만, 종이와 펜만으로 온갖 이야기와 장면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그의 작품만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17년간 근무하였던 출판사에서 막 독립하여 ‘북레시피’라는 1인 출판사를 시작한 즈음 접한 유쾌 상쾌 기발함이 가득한 그의 작품은 내 머릿속에 3D 육성을 아로새겼다. “이것은 국내 출간해야 해!” 그리고 국내 에이전시를 통해 덴마크에 있는 작가의 연락처를 수소문하여 출간 허락을 얻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환상적인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으로 내 마음의 시계침은 조급히 째깍거렸다.

 

출간 준비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접한 후스크밋나운의 예술세계는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순수함과 단순함 그 자체였다. 세계 행복지수 1위인 덴마크의 '휘겔리(hyggely)’한 삶과 교육 속에서 자연스레 배양된 자유로운 상상력 때문인가? 후스크밋나운의 작품들은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한 장면들을 많이 연출해낸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내의 불륜현장을 목격한 오쟁이 진 남편의 분노한 모습과 건물 외벽으로 옷을 벗은 채 달아 난 외도남의 표정이 코믹하게 전해지는 소소한 유머는 말할 것도 없고 일상생활의 장면들을 새롭게 포착해내는 아날로그적 상상력에 우리의 혀가 내둘려진다. 볼수록 빠져드는 그의 종이 예술은 물살을 가르며 수상스키를 즐기는 역동적인 모습과, 경사로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슬아슬한 장면까지 그야말로 ‘어메이징’하다.

 

종이를 구기고 비비면 무거운 구름 사이로 번개가 번쩍이며 사람이 든 우산 위로 곧장 내리꽂히기도 한다. 비 오는 날 재촉하는 바쁜 발걸음에 빗속의 흙탕물이 튀어 오르고, 농구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골대에 빨려 들어가려 한다.

 

옷감을 구김 없이 반듯하게 펴지도록 다림질하는 모습은 우중충한 기분까지 말끔하게 다려주고, 볼일을 본 뒤 손을 뻗어 잡은 화장실의 두루마리 휴지는 금방이라도 풀려나올 듯하며, 자유를 위해 탈출한 수십 명의 사람이 탄 배가 넘실넘실 파도를 넘는 보트피플의 모습은 위태로워 보인다. 이 밖에도 북극의 녹은 빙하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외로운 곰의 모습을 통해 지구온난화 문제를 경고하는 등 종이 한 장으로 보여주는 후스크밋나운의 작품 세계는 무한하다. 그에게 종이 한 장은 무궁무진한 스토리가 탄생하는 작은 세상인 것이다. 이렇듯 후스크밋나운의 종이 예술은 일상생활의 지루함을 달래고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예술 세계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그의 작품을 접할 수도 있겠지만, 150개가 넘는 슈퍼울트라 입체적 상상력이 가득 들어차 있는 25cmㆍ25cm의 소프트 양장 제본의 종이책을 손에 들고 볼 때라야만 후스크밋나운의 작품은 진정한 매력을 뿜게 된다. 여기에 그간 움츠러들었던 우리의 아날로그적 상상력이 거침없이 발기되는 건 덤일 것이다. 나 혼자, 혹은 아이들과 함께 그의 작품들을 따라 그리다 보면 기분이 즐거워지는 것은 물론 우리 아이들에게 그렇게 바라마지 않았던 창의력과 상상력은 저 혼자 쑥쑥 자라난다.

 

이런 내 생각처럼 자신의 그림들을 보고 바로 따라서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후스크밋나운은 한국 독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한다. “필요한 건 종이와 펜뿐입니다. 여러분도 함께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image1.jpegimage2.jpegimage3.jpegimage4.jpe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2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김요안

드넓은 상상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생동하는 언어를 원재료로 싱싱하고 향기로운 마음의 책을 조리하고자 하는 출판사 [북레시피]의 대표입니다.

종이인간

<후스크밋나운> 저22,500원(10% + 5%)

A4용지 한 장으로 전 세계인을 사로잡은 남자, 후스크밋나운의 3D 페이퍼 아트! 필요한 건 종이와 펜이 전부! 위대한 예술은 단순했다. 종이와 검은 펜만으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은 예술가 후스크밋나운의 세계. 낭떠러지에서 곧 떨어질 것만 같은 모습에 조마조마해지기도 한다. 이 책에는 후스크밋..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지나간 시절을 쓰며, 마침내 맞이한 계절

2023년 신동엽문학상 수상작가 이주혜의 장편소설. 한 사건으로 인해 혼자가 된 주인공. 정신과 상담 끝에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일기쓰기 수업을 들으며 쓰게 된다. 글쓰기로 고통스러운 현실을 되돌아보면서 진정으로 이별을 고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100명의 산타가 만드는 100배 즐거운 크리스마스!

일 년 내내 크리스마스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산타마을! 산타 마을에 사는 100명의 산타들은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맡아서 크리스마스를 준비해요. 산타들이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크리스마스가 끝난 후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다 같이 산타 마을로 놀러 가 볼까요?

육아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불량육아』 김선미 작가 4년 만의 신작. 이번엔 20년 책육아와 함께 저자 개인적 성장을 이뤄낸 경험을 말한다. 알싸한 말투로 그간의 동반 성장 기록을 솔직히 담아낸 책은 '육아 내공'이 곧 '인생 내공'이었음을 전하며 성공의 법칙 100가지를 안내한다.

언더독의 성공 공식

'뉴스에서 춤추는 아나운서'로 주목을 받으며 다양한 채널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인 정영한 아나운서의 이야기다. 열악한 환경을 받아들이고 뛰어넘어 1600 대 1의 경쟁력을 제치고 MBC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펼친 자신만의 전략과 성공 공식을 들려준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