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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있어요

박서원, 『아무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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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타계한 박서원 시인의 첫 시집이 복간되었다. 그의 눈동자는 세상과 유리된 긴 잠 속에 감겨있다. 나는 그가 생전에 어떤 외로움을 견뎠는지 짐작하며 슬픔에 잠기기보다, 죽음이야말로 그의 고향은 아닐까 생각했다. (2017.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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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imagetoday

 

육체적 건강과 아름다움을 투기의 대상으로 삼을 때, 정신의 고통은 완전히 소외된다. 나는 나의 외연에 관한한 거의 정원사에 가깝다. 균형 잡힌 생활과 즐거운 태도를 위해, 어수선한 근심의 삭정이들을 능숙하게 손질할 수 있다. 불면의 씨앗이 될 만한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눈꺼풀 아래 심지 않는다. 신체건강이야말로 나의 건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현듯 알 수 없는 신경증에 사로잡혀, 완전히 어리둥절해진 채로, 병원을 찾는 날이 있다. 선생님, 잘 자고 잘 먹고 운동도 했어요. 해로운 것이라면 무엇이든 멀리 했는데요, 심지어 아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요!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나를 무심히 본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곤란, 원인을 알 수 없는 오늘, 그러니까 또, 스트레스라고요?

 

난 태양을 찬미할 수 없게 되었지 건강을 집요히 추적했지만 12시간을 자야 정상인 나에게 세상은 무리였어 이파리 한 조각도 무거워 항상 헐렁한 걸 원했지 누구나가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지만 난 그게 왜 그리 어려웠을까

―「실패」부분

 

스트레스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건강을 쫓아가려는 육체적 긴장이 정신을 병쇠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인가. 이파리 한 조각 들어 올리는 일조차 스트레스가 된단 말인가. 나는 멸균실의 빈대처럼 꾸물꾸물 병원을 빠져나오며 생각했다. 나의 건강과 내 삶의 준거를 평균에서 구하려할 때 우리는 천천히 다치는 중인지도 모른다고. 오랫동안 서서히 다치고 별안간 통증을 감각하게 되는 오늘은, 소외된 정신의 고통이 살갗을 찢고 형체를 드러낸 날이라고.

 

2012년 5월 타계한 박서원 시인의 첫 시집이 복간되었다. 그의 눈동자는 세상과 유리된 긴 잠 속에 감겨있다. 나는 그가 생전에 어떤 외로움을 견뎠는지 짐작하며 슬픔에 잠기기보다, 죽음이야말로 그의 고향은 아닐까 생각했다. 외로움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인간을 드나들기에, 밀실 같은 잠, 밀실 같은 삶이라면 외롭지 않았으리라. 우리가 사회적 건강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개인적 정신의 고통을 제한하는 동안, 시인은 자신만의 방에서 정신의 고통만을 매만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땅 위에서 걷지 못하는 나와

  모여드는 군중

 

  누군가가 말했어

  「발작하나 봐」

  「간질인가 봐」

 

  나는 말하고 싶었어

  헌데 무얼 말해야 하지?

  아직 귀여운 아가씨인 내가

 

  그렇지 않아도 병원에서 오는 길이라고?

 

  누군가가 또 말했어

  「구경 그만하고 가자」

 

  나는 행복하게도

  이 시대에 살고 있지 않았던 거지

 

  누군가가 가다가 되돌아왔어

  「좀 더 구경하고 가자」

  ―「발작ㆍ1」부분

 

 그러나 산 자가 죽은 자의 명복을 빌며 어설픈 자기위로나 하고 있을 때,「발작1」, 「발작2」와 같은 시를 만나면 마음이 무너진다. 쇼핑센터를 어슬렁거리듯 외로움을 장만하러 다녔던 나는, 밀실 너머 들려오는 희미한 목소리에 감응하는 시인 앞에 할 말을 잃는다. 그는 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방에서 희고 고요한 시간을 보내는 중인데 창문 너머 수군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군중의 목소리가 밀실의 유리창을 빗방울처럼 두드린다. 고통은 전시된다. 군중은 소외된 정신의 고통엔 관심 없다. 오직 사회적 건강과 아름다움을 이탈한 육체를 구경하기에 바쁘다. 그의 창문으로 외로움이 주먹을 뻗는다.

 

외롭지 않은 삶은 없다. 밀실 같은 잠이라도 인간은 외롭다. 꿈꾸는 동안에도 인간은 외롭다. 아무도 없지만, 바깥에 누군가 있다고 예감하기에 외롭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다. 죽음의 세계에서는 삶의 수런거림이 들리지 않기를 비는 일, 삶을 죽음까지 질질 끌고 가지 않기만을 바라는 일. 그뿐이다.


 

 

 


 

 

아무도 없어요 박서원 저 | 최측의농간
시집을 통해 우리는 죽음충동과 삶에의 의지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 하는 박서원 시인의 젊은 날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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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계영(시인)

1985년 인천 출생.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0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 『온갖 것들의 낮』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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