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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부동산에 뛰어들다

『오르는 부동산의 법칙』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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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부터 언론에서는 늘 “강남 집값이 비싸다”, “거품이 곧 꺼질 것이다”라는 말들이 넘쳐났다. 몇 년도 아니고 몇십 년째 같은 말을 반복하는 신문기사와 경제전문가들을 보며 ‘남의 말을 듣기보다는 내 손으로 직접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7.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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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이 슬슬 꿈틀거리기 시작했던 2004년. 당시 난 몇 년 간의 직장생활과 더불어 조금씩 하던 주식투자 등으로 어느 정도 종잣돈을 모은 상황이었고, 그 나이 또래 직장인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집을 살까?”

 

고민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집값이 거품이라는데 지금 사는 것이 맞는 걸까?’ 속칭 ‘IMF’라고 불리던 외환위기가 진정되면서 집값이 들썩이고 있었다. 언론에는 연일 서울, 특히 강남 집값이 거품이라는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경제 전문가들이 나름의 도표와 그래프를 들고 나와 왜 한국이 부동산 공화국인지, 왜 지금의 집값이 거품이고 곧 꺼질 것인지 나름의 논리로 설명하고 있었다.


“2004년이 정점이고 이제 곧 폭락이 시작된다”고 말이다.한 가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말들을 지금껏 너무 들어와서 이제는 지겨울 정도로 귀에 익었다는 것이었다. 1980년대부터 언론에서는 늘 “강남 집값이 비싸다”, “거품이 곧 꺼질 것이다”라는 말들이 넘쳐났다. 몇 년도 아니고 몇십 년째 같은 말을 반복하는 신문기사와 경제전문가들을 보며 ‘남의 말을 듣기보다는 내 손으로 직접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남 집값이 거품인지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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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1980년대 강남 집값을 찾아보기로 했다. 아무리 뒤져도 믿을 만한 소스가 없었다. 부동산 사이트에서도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시세정보는 제공하고 있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이나 한국감정원 등도 마찬가지였다. 예전 가격을 알아야 지금 가격이 거품인지 알 것 아닌가?

 

다행히 1980년대 실거래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우리 집을 사고 판 가격이다. 1984년 내 부모님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52평을 매각하고, 당시 막 개발이 시작된 개포지구의 현대아파트 59평을 매입하셨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집을 사고 파는 것은 일생에 몇 번 안 되는 큰 이벤트다. 때문에 부모님은 당시 매매가격을 정확히 기억하고 계셨다. 1984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6차 52평 9층 가격은 1억 2,000만 원이었다. 이제 과거 데이터는 확보했다. 개포동은 몰라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라면 ‘강남 아파트’로서 대표성이 충분히 있지 않은가? 2004년도에 압구정동 현대 52평 가격은 당시에도 인터넷만 쳐보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다. 11억 원이었다. 20년 동안 약 9배 정도 오른 것이었다.

 

이게 많이 오른 것인가? 아닌가? 다시 아리송해졌다. 분명 오른 것은 맞고 20년 만에 가격이 9배로 뛰었다면 많이 오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냥 느낌 만으로 많이 올랐네 거품이네 이럴 수는 없었다.

 

투자 분야에서 이런 경우 벤치마크 인덱스 Benchmark Index 라는 것을 활용한다. 쉽게 말해 2000년에 100만 원을 펀드에 투자했는데 2017년 현재 500만 원이 되어 있다고 하자. 이 펀드가 잘 운영된 것인지, 2000년에 산 주식이 많이 오른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기준이 필요하다.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 KOSPI 가 이 벤치마크 인덱스 역할을 한다. 코스피가 20% 오른 동안 내 펀드는 30% 올랐을 경우 수익률은 훌륭한 것이다. 반면 내 펀드가 50% 올랐어도 같은 기간 코스피가 100% 올랐다면 형편없는 수익률이라고 할 수 있다.

 

집값에도 이런 벤치마크 인덱스가 필요했다. 코스피 같은 기준 인덱스가 없는 자산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인 벤치마크 인덱스로 쓸 수 있는 것이 은행금리다. 쉽게 말해 안전하게 은행에 넣어둔 것보다 원금이 더 불어 있었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이다. 1984년부터 2004년까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수익률이 같은 기간의 은행 금리보다 높은지 낮은지를 보면 이게 거품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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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984년부터의 금리 데이터를 찾았다. 한국은행 통계사이트에 가보면 경제 및 금융 관련된 모든 지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부터의 데이터뿐이었다. 1980년대 데이터는 예금금리가 아닌 5년 만기 국민주택채권 1종과 AA-등급의 회사채 수익률만 1987년부터 제공되고 있다.

 

아쉽긴 했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분석이 가능했다. 회사채는 몰라도 국민주택채권은 정부에서 원리금 상환을 보증하는 채권이니 예금자 보호법에 따라 5,000만 원까지만 보장되는 은행 예금에 비해 오히려 더 안전한 투자처다. 또한 국민주택채권은 집을 살 때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일종의 준조세이기에 그 수익률은 시장 금리보다 조금 낮다고 보면 된다. AA-등급의 우량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은 시각에 따라 조금 다를 순 있지만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프리미엄이 요구되는, 즉 아파트보다는 수익률이 높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니 1984년부터 2004년까지 20년 동안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수익률이 같은 기간 동안의 국민주택채권 1종과 AA-등급 회사채 수익률 중간 어디쯤에만 있으면 거품은 아닌 것이다. 만약 AA-등급 회사채 수익률을 훨씬 뛰어넘는 수익률을 보인다면 이는 거품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편의상 1984년부터 1986년까지의 3개년 간 데이터는 1987년도 데이터로 갈음했다. 당시 시대상황이나 경제흐름을 볼 때 실제 데이터를 구해와도 결과는 대동소이할 것이다.

결과가 어땠을까?

 

모든 거래비용과 보유세 등은 논외로 하자. 자산 가격의 큰 흐름만을 따져보았다. 1984년에 1억 2,000만 원이었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52평은 2004년에 11억 원이 되었다. 5년 만기 국민주택채권 1종을 구입해 만기 시마다 재투자를 한 경우 2004년 10억 8,000만 원이 되었다. AA-등급의 회사채에 투자해 역시 만기 시마다 재투자를 한 경우는 2004년에 12.9억 원이 되었다.


놀랍지 않은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수익률은 정말 딱 이 두 벤치마크 인덱스의 중간 어디쯤엔가에 떨어졌다. 오히려 시장수익률보다 낮은 국민주택채권에 투자한 것과 그 결과가 비슷했다. 그러니 ‘강남 아파트가 거품이고 곧 거품이 붕괴될 것이다라는 말은 틀렸다’라고 결론지었다.

 

물론 아파트의 경우 주거가치가 있으니 금융상품과 단순 비교할 순 없다. 만약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월세를 놓아 이를 20년 동안 꼬박꼬박 연복리로 정기예금에 넣었다고 가정하면 엄청난 수익률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조사의 목적은 ‘당시 강남 아파트값이 1980년대에 비해 정말로 폭등한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통해 ‘시장 금리에 비해 별로 오른 것도 없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자 마음 놓고 부동산 투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약 1년에 가까운 조사와 답사 끝에 2004년 말 송파구의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하며, 부동산 투자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런데 앞서 말한 세 가지 투자, 즉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52평과 국민주택채권 1종, AA-등급의 회사채를 2017년까지 계속 보유( 만기 시 재투자) 해 왔다면 결과가 어땠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 책을 쓰면서 다시 계산을 해보았다. 국민주택채권과 회사채 관련 데이터는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국가통계포털 KOSIS에 모두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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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를 보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이제는 약간 고평가 구간에 접어든 것 같기도 하다. 1980년대와 1990년대까지는 한강변의 인기가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서 각자 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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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부동산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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