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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서포터즈] 속도의 시대, 느림의 미학 “필사(筆寫)”

대학생이 말하는 필사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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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껴 씀’을 의미하는 필사(筆寫)는 책을 읽을 여유도 없는 현대사회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독서방법이다. 그런데도 대학생들이 여전히 필사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7.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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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2일, 폭염주의보를 뚫고 필사를 해본 5명의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가 홍대의 한 카페에 모였다. 나영서(광고홍보학과 3학년), 박재형(행정학과 3학년), 유승희(국어국문과 3학년), 유영은(사회학과 3학년), 한재현(문헌정보학과 4학년) 좌담 전부터 꾸준히 필사해온 사람부터 하루 전에 처음 해 본 사람까지. 아르바이트하랴, 공부하랴, 여행하랴 바쁠 대학생들은 왜 시간을 쪼개가며 필사를 할까. 필사에 대한 대학생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필사해봤어요?


재현 : 필사가 흔한 듯하지만 흔하지 않은 경험일 텐데, 각자 필사 경력이 어떻게 되시나요?


승희 : 필사를 처음 한 시기는 스무 살이었는데, 본격적인 필사는 국문과에 들어가서 했으니까 실제적으로는 일 년 정도예요.


재형 : 이틀 전에 처음 해봤어요. (웃음) 사실 군대에 있을 때, 필사는 아니고 기억나는 소설을 재구성해서 써본 적은 있어요.


영은 : 고등학교 때 처음 해봤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고전을 필사하면 시상한다고 해서 잠깐 했는데 금방 포기했어요. 또 비문학 중 좋은 문장을 노트에 옮긴 적은 있는데, 실질적인 필사는 어제 처음 해봤어요.


영서 : 저는 필사한 지 2년 정도 되었어요. 소설 창작 교수님께서 필사하면 문장이 굉장히 빨리 늘고, 작가가 가진 작품의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동시에 자신의 문장도 나오게 된다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재현 : 필사를 오래 하신 분도 계시고, 아닌 분도 계시네요. 결과적으로는 필사를 모두 다 하셨는데 필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나 작품은 무엇인가요? 또 필사를 끝마쳤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승희 : 스무 살에 처음으로 필사한 게 신경숙 작가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였어요. 70페이지 정도 필사했던 것 같은데 비슷한 문장이 계속돼서 그만뒀어요. (웃음) 영서 씨 말처럼 필사해야 문장이 는다는 생각 때문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기억이 나요. 그러고 나서 다른 단편을 끝마쳤을 때, ‘그래도 내가 이걸 온전히 읽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서 : 저는 황석영 작가의 몰개월의 새』를 처음 필사했어요. 필사를 다 했을 때 작품이 내 안에 완전히 스며든 느낌이어서 좋았고 필사하는 내내 문장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좋았어요. 그러면서 내 문장을 쓸 수 있게 되는 듯한.


영은 : 비문학의 문장 구조나 글의 흐름이 좋아서 몇몇 문장을 베껴 쓰게 됐어요. 저도 그런 글을 써보고 싶었거든요. 이번에 필사한 글도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에요. 인간관계와 감정,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좋아서 골랐어요. 앞선 두 분과는 다르게 매끄럽고 명확한,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는 글들을 닮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문학은 다 읽은 뒤에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철학책은 한 문장마다 자체적인 의미가 강하잖아요. 문장마다 논리가 있고 정의가 내려진 느낌? 제 사고방식이랑도 비슷하고 그런 책을 좋아해서 필사하게 됐어요.


재현 : 문학은 표현에 있어 개연성을 보고 철학은 의미에 있어 개연성을 본다는 점에서 층위가 다른 것 같아요. 필사는 일반적으로 문학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사회과학서적이나 철학책을 필사하는 건 새롭네요.


재형 : 저는 이영도 작가의 『눈물을 마시는 새』를 필사했는데요. 문장이 탁월하진 않지만 좋아하는 작품이라서 선택했어요. 그냥 읽었을 때보다 철학적인 면에서 생각해볼 게 많았고, 제가 쓴 글을 퇴고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다른 분들과 달리 필사를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었어요. 부분을 골라서 썼는데 좋아하는 문장이다 보니 의미를 생각하게 됐거든요.


재현 : 색다른 느낌인 것 같은데, 필사할 때 ‘나라면 이렇게 썼을 텐데’라는 거잖아요. 저는 그냥 감탄하게 되던데.


영서 : 저도 가끔 ‘이걸 왜 이렇게 썼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여기서는 문장을 끊었으면 좋았을 텐데, 같은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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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렇게 필사해요


재현 : 대부분 글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필사를 하는 것 같아요. 혹시 필사할 때 특별히 하는 방법은 있으시나요? 작품이나 장르마다 필사하는 방법이 다르시다면 알려주세요.


영서 : 보통 저는 필사할 때 문장이 아니라 문단별로 끊어서 해요. 문장보다는 문단속에 맥락이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리고 한 문장을 쓴 다음에 그 문장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그림으로 묘사하듯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올리면서 필사하는 편이에요.


승희 : 그냥 많이 써요. (웃음) 시 같은 경우는 필사하다 보면 갑자기 어떤 단어가 다가올 때가 있어요. 눈으로 읽는 것과 손으로 쓰는 시간의 간극에서 오는 느낌이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소설 같은 경우는 특정 부분만 쓰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전체를 써요. 사실 일부분이 좋아서 그 작품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전체를 쓰다 보면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에 놓쳤던 부분이 보이고, 그곳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그 작품과 친해지는 느낌도 들고.


재현 : 예전에 음악 전문서점인 <초원서점>에서 노래 들으면서 가사를 필사하는 모임을 모집해서 간 적이 있어요. 그때 느낀 게 가사든, 대사든, 희곡이든 텍스트로 옮겨 쓸 때만의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영서 씨는 단편이든지, 희곡이든지 전체 작품을 필사해본 적 있으세요?


영서 :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단편집 필사를 많이 하는데, 단편집은 장편보다 축약된 느낌이라서 쓰다 보면 많은 부분을 쓰게 돼요. 전체는 아니지만, 전체에 이르는 부분을 써본 적은 있어요. 쓰다 보니까.


재현 : 길게 필사할 때와 짧게 필사할 때 느낌이 어떻게 다른가요?


영서 : 전체를 필사하면 승희 씨가 말한 것처럼 놓친 부분이 보여요. 기존에 보지 못했던 것과 그 문장이 왜 나왔는지 확 느껴지거든요. 그리고 한 번에 파도가 몰아치듯 갑자기 다가오는 느낌이 드는데 그 느낌이 정말 좋아요.

 

한 번 필사한 작가는 웬만하면 여러 번 하지 않으려고 해요

 

재현 : 또 필사할 때 중요한 게 작품 선정이잖아요. 필사하는 작품에 대한 기준이 있나요? 또 순서는 어떻게 정하시는지 궁금해요.


영서 : 읽고 난 뒤 좋았던 작품이 첫째인데, 그게 거의 장편보다는 단편이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단편을 읽고 좋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필사하는 편이라 딱히 순서라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승희 : 저는 좋아하는 작가 위주로 필사해요. 단편 하나를 필사하다 보니 그동안엔 일부러 다른 작가의 단편은 잘 안 읽게 되더라고요. 온전히 한 단편에 집중하기 위해서 장편 소설이나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는 거죠. 필사 작품 순서는 그때그때 느낌마다 다른 것 같아요. 다만, 몇몇 작품을 먼저 추려놓고 다시 한번 씩 꼼꼼하게 읽은 적은 있어요. 필사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웃음)


재현 : 작가의 글이 좋다는 기준이 여러 개가 있어요. 문장이 좋을 때도 있고, 책 자체가 좋을 때도 있고. 어느 부분 때문에 필사하게 되는 것 같나요?


승희 : 확실히 문장이 좋은 작품들을 많이 필사하는데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필사하고 싶어서 한 번 필사한 작가는 웬만하면 여러 번 하지 않으려고 해요. 문장이 좋은 다른 작가를 보는 거죠. 또 같은 상황이더라도 그걸 어떤 단어로 표현하느냐가 중요하잖아요. 필사하면 특정 단어가 오래 기억되는 경우가 있어요. 작가마다 자주 쓰는 단어가 있고. 그런 부분을 더 잘 알게 되고 단어를 하나씩 얻어 가는 느낌이라 좋아요.


영서 : 원래 저도 문장이 좋은 작품을 필사했는데 최근에 김영하 작가의 인터뷰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문장 하나가 좋은 소설은 전체 작품이 아니라 한 부분만 도드라지는 거라고 말씀하신 걸 듣고 약간 기준이 바뀐 것 같아요. 좀 더 스토리를 중심적으로 보게 됐고, 장면 위주로 필사하는 경우도 많아요.


재현 : 필사를 하면 문장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 같아요. 그럼 이제 최근 필사한 작품을 소개해볼까요?


승희 : 저는 편혜영 작가의 『저녁의 구애』요. 기존에 필사했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필사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 작품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래서 여러 번 곱씹으면서 다양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항상 둥글둥글하게 쓰는 작가들을 필사했기 때문에 날카로운 문체와 장면이 가득한 이 작품을 필사하면서 처음에는 조금 거부감이 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필사를 끝내고 보니 날카롭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미지가 다르게 다가왔고요.


영서 : 저는 요즘 희곡이나 시나리오를 필사해요. 희곡을 읽으면 연극 대사, 연출과 연극의 의도를 알 수 있어서 좋아요. 마찬가지로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를 보면 대사의 흐름을 알 수 있어서 색다르게 영화를 볼 수 있어요.


재현 : 시나리오는 영상과 비교하면 굳이 필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왜 필사를 하시게 되었나요?


영서 : 소설을 쓰는데 대사 쓰는 게 부자연스러운 거예요. 그래서 대사를 유연하게 쓰고 싶어서 시나리오 필사를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대화하는 방식을 알게 되면서 느끼는 게 달라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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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할 때 겪는 어려움


재현 : 필사를 하다 보면 손이 아프잖아요. 굳은살도 생기고. 필사하다 보면 후회될 때도 있을 텐데요. 필사하면서 겪은 어려움이 있나요?


영서 : 문장을 흡수하기 위해 필사하기도 하지만 저는 나중에 그 글을 계속 읽어보게 되더라고요. 그때를 위해 깨끗한 노트에 한 번도 안 틀리고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글씨를 틀리면 화가 나서 노트를 찢기도 해요. 수정 테이프를 쓸 수 있지만 다 티가 나잖아요. 그걸 참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승희 : 저는 꾸준히 쓴다는 게 어려웠어요. 문득 아무 생각도 없이 쓰게 될 때도 있고. 시작했으니까 끝까지 써야지, 라는 생각인데 좋은 점도 있어요. 작품을 느낀다기보다는 그냥 나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는 거죠. 필사하는 행위는 온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도구로 전락해요. 그리고 작품 전체를 필사하면 내가 좋아하는 부분을 쓰기 위해 가야 하는 분량이 많아요.


재현 : 영서 씨는 똑같은 펜만 사용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영서 : 제일 부드럽게 잘 써져서 BIC 라운드스틱을 써요. 날카로운 펜은 끊길 때도 있고 어떤 건 볼펜 똥이 묻어나오는데 그게 싫어요. 이 펜을 쓰면 문장을 술술 쓸 수 있어서 마치 제가 작가가 된 느낌이에요.


재현 : 필사할 때 필기구 선택도 중요한 것 같아요. 만년필은 쓰다 보면 농도가 달라져서 어느 순간 색이 변해요. 필사하면 첫 장과 다음 장의 색이 달라지는데 그게 눈에 보여서 색다른 맛이 있어요. 자연스럽게 종이 재질에도 신경 쓰게 되고. 승희 씨는 만년필을 쓰시는 이유가 있나요?


승희 : 만년필을 처음 산 건 지적 허영심 때문이었어요. (웃음) 사실 저는 만년필뿐만 아니라 연필도 써요. 만년필은 다른 펜보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많이 나잖아요. 그게 무언가 꾸준하게 쓰고 있다는 느낌을 줘요. 연필 같은 경우에는 필사할 때마다 여러 자루를 깎아놓고, 그중 몇 개가 뭉툭해지면 그날 필사는 그만두는 거예요. 시간을 재는 거죠. 뾰족할 때랑 뭉툭할 때의 느낌도 다르고.


영서 : 저는 언제 어디서든 필사하기 위해서 작은 노트를 쓰는데 승희 씨는 두꺼운 노트에 필사하시잖아요. 집에서만 필사하시는 건가요?


승희 : 저는 필사를 한 번에 쭉 하고 잠시 쉬고, 를 반복해요. 좋아하는 문장은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놓고 나중에 노트북에 옮겨 적어요. 방식의 차이일 텐데 저는 필사할 때 책이랑 노트를 같이 들고 다녀요. 그래서 학기 중에는 하기 힘든 점도 있죠. 또 여러 단편을 하나의 노트에 담고 싶어서 두꺼운 노트를 쓰는데, 조금 경건한 마음으로 필사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재현 : 필사를 하다 보면 슬럼프처럼 필사를 안 하게 되는 시기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어떤 기분이 드나요?


영서 : 꾸준히 하다가 조금 안 하게 되면 불안해져요. 뭔가 문장 실력이 줄 것 같은 불안감. 그 부채감 때문에 다시 필사하게 돼요.


승희 : 저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강박감은 있는데 사람이 바쁘면 나와의 약속을 먼저 어기게 되잖아요. 특히 저는 책을 빌려서 필사할 때, 아직 다 필사하지 못했는데 반납하면 기운이 확 빠져요. 그럴 때면 다른 걸 필사하려고 해도 그것부터 해야 하니까 조금 지루해져요.


영서 : 아무래도 필사는 양이 많다 보니 짜증 나서 슬럼프가 오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그럴 때 일부러 짧은 시 한 편을 써요.


승희 : 그리고 아무것도 안 느껴질 때 슬럼프가 오는 것 같아요. 너무 좋아서 쓰기 시작했는데 막상 필사를 끝내도 밋밋하기만 할 때.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그럴 때 잠시 필사를 쉬게 되더라고요.

 

능동적으로 책을 읽는 느낌

 

재현 : 힘든데도 계속 필사를 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영서 : 필사를 하고 나면 그 작품이 좋은 이유를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어요. 필사 전에는 좋은데 왜 좋은지 잘 몰랐거든요.


영은 : 능동적으로 책을 읽는 느낌이에요. 저는 스토리에 치중해서 책을 읽는 편인데 필사를 하게 되면 작가나 문장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동시에 작가나 책과는 약간 거리를 두고 읽을 수 있는 느낌도 들고요.


승희 : 필사할 때 최소 두세 번 읽은 작품을 고르게 되는데 사실 그건 그 작품을 좋아한다는 이야기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내가 써본다는 느낌이 중요해요. ‘나, 이 작품 필사해봤어’가 가지는 함의가 다른 것 같아요. 이해 여부와 상관없이 이 작품을 위해 이만큼 노력했다는 증거랄까. 좋아하는 작품에 대한 예의 같기도 하고.


재현 : 필사라는 게 좋아하는 작품의 척도이면서 동시에 더 알고 싶다는 척도이기도 해요. 저는 명백한 작품보다 찝찝한 작품을 필사하게 되더라고요.


승희 : 또 작가가 특정 문장까지 어떻게 갔는지를 써보는 느낌이 들어요. 그 앞의 문장을 어떻게 써왔는지, 그리고 나도 이 문장을 써봤구나, 하는 느낌. 또 다양한 작품을 필사하면 작가마다 무엇을 중심으로 쓰는지, 어떤 방식으로 소설이 구성되는지 알 수 있어요.


영서 : 저는 체험하고 싶은 것 위주로 필사하게 되더라고요. 김영하 작가의 단편도 많이 필사했는데 그때마다 스타일 변화가 보여서 재밌어요.


재현 : 필사를 처음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뭐가 있을까요?


승희 : 저도 필사를 처음 시작할 때 그런 거 많이 찾아봤거든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때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이나 김애란 작가의 『달려라 아비』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등을 추천하시더라고요. 근데 저는 그때 안 읽어봤거나 필사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냥 감명 깊게 읽은 작품을 먼저 필사하다 보니까 점점 필사하고 싶은 작품을 발견하게 됐거든요. 본인에게 의미 있는 책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도 추천해보자면 김승옥 작가의 서울, 1964년 겨울』이요. 다들 한 번씩 들어봤고 읽어봤을 작품이라서 거부감이 덜하지 않을까요?


영서 : 저도 승희 씨 말처럼 자기가 읽었을 때 좋았던 작품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자기가 좋았던 작품을 다시 곱씹어 보는 것이 훨씬 의미 있는 것 같아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진짜 개인적인 취향인데 레이먼드 카버의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요.


재현 : 끝내보는 경험이 있어야 필사를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시가 좋다고 생각해요. 표현이 좋은 시를 떠올리니 김소연 시인이 떠올랐어요. 지나치게 실험적이거나 아름답기만 하지도 않아서 좋아요. 『마음 사전』이나 『수학자의 아침』.


영서 : 시집 하니까 추천하고 싶은 시집이 생각났어요. 김혜순 시인의 『피어라 돼지』요. 문장이 감각적인 느낌이어서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승희 : 저도 시집이라고 하니, 하재연 시인의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을 추천해요. 마냥 쉽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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