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희, 최서윤 “청년을 명명하기 전에 들어달라”
『미운 청년 새끼』 펴내 망가진 나라의 청년 생존 이야기
자기보다 상황이 나은 사람은 항상 있다. 그걸 비교하고 부러워하기 시작하면 열등감이 되고 자격지심이 되더라. 최대한 차단한 상태에서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많이 만드는 게 필요하다. 다만 내 상황에만 관심을 가지면 이 상황이 반복된다.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 ‘요즘 젊은이들은 취직도 안 되고, 너무 불쌍해’,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이 단어가 인기라며?’……. ‘요즘 젊은이들’은 언제나 동네북이다. 사회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자리에서는 모든 걸 포기한 가장 불쌍한 세대, 기득권을 보호하는 입장에서는 끈기없고 나약한 세대, 그러면서도 기존과는 뭔가 달라야 하는 세대로 옷을 입힌다.
잡지를 만들고 글을 쓰는 청년들이 모여 한국 사회에서 느꼈던 좌절과 공감을 묶은 책이 『미운 청년 새끼』다. 독립 잡지 <계간 홀로> 편집장 이진송, <월간 잉여> 편집장 최서윤, <캠퍼스 씨네21>기자 김송희는 청년에 대해 ‘떠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청년을 정의하려는 세대론보다 자기 경험을 푼 ‘썰’이 오히려 이 시대 청년론은 무엇이고, 청년은 누구인가를 잘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먹고사니즘, 정치, 문화, 연애, 주거 등 청년과 가장 가까운 만큼 중요한 주제를 다뤘다.
짐이 곧 청년이니 내 이야기가 청년세대를 대변하는 이야기, 라는 자의식은 없다. ‘나’따위가 뭐라고 감히 세대를 대표한단 말인가. 다만 지금을 이야기 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힘닫는 데까지 풀어내보려 한다. ‘청년’으로 분류되는 몇 사람의 이야기에서 공통점을 추리고 서툴게 분석해 지금 청년세대는 무엇이다라고 섣불리 말하고 싶지 않다.
이건 그냥 ‘내’ 이야기다. 거기서 우리를 발견한다면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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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희(좌), 최서윤(우)
이게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구나
‘미운 청년 새끼’라는 제목은 이진송 저자가 먼저 생각했다고 들었다.
김송희 처음 나왔던 아이디어는 ‘별일 없이 산다’, ‘우아한 청년 생존법’ 등이었는데, 다른 세대가 청년을 가리키거나 지칭하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톡 채팅방에서 우리를 ‘미운 청년 새끼들’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냐 농담을 하다가 나온 제목이다.
저자들이 생각한 ‘미운 청년’, ‘청년 새끼’는 어떤 사람들이었나?
최서윤 N포 세대라는 명칭은 내가 원하는데 못한다는 뉘앙스가 있다.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게 이득인 것 같아서 결혼이나 내 집 마련을 안 하는 걸 선택하는 건데 방송에서는 가난한 청년을 포르노처럼 소비한다. 청년을 불쌍히 여기고 시혜적인 태도로 콩고물을 던져주는 분위기에서 문제의식을 느껴 위악적으로 지은 느낌도 있었다. ‘그래, 우리는 새끼들이다, 어쩔 건데?’ 이런 느낌.
김송희 패러디한 <미운우리새끼>라는 방송은 3, 40대 남성들이 결혼을 못 했기 때문에 찌질한 거고 집안 살림 잘하는 여성만 들어오면 해결될 것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그럼 여성은 그 집에 청소해 주러 들어가는 건가? 페미니즘 감성이 없는 방송을 패러디한다는 걱정도 있었다.
같은 나잇대의 사람들도 서로 경험하는 게 다르다. 시대 문제를 계급론으로 볼 것인가, 세대론으로 볼 것인가 하는 해묵은 논쟁도 있듯이, 청년을 규정하는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
최서윤 잡지를 만들고 매체에 소개되면서 청년 이야기를 대변한다고 나올 때 오해할 여지가 있겠다는 마음이 든다. 나와 비슷한 견해가 있다고 느끼거나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공감하고, 그 목소리가 집합적으로 나올 때 담론 형성이 되는 거지 총체적으로 한 사람이 대변해서 담론이 만들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이 책도 삶의 배경이나 활동, 생각을 최대한 경험 위주로 쓰려고 했다.
김송희 대학생들이 볼 때 나는 세대 차이 나는 어른일 것이다. 나도 아직 사회에서 불안정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대학생이 보면 나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기득권 세대일지도 모른다. 그럼 내가 청년이 맞나?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청년 세대 내에서도 우리는 불행하고, 불행하기 때문에 바뀌어야 한다는 내재화된 의식이 있을 것 같다.
김송희 청년이라는 말에 피로가 쌓여 있다. 청년 세대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한 게 10년 전인데 10년 동안 청년을 위해 뭐가 달라졌나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없다. 청년을 지칭하는 언어만 바뀌었다. 오히려 3, 40대가 청년을 궁금해한다. 요즘 대학생들이 쓰는 유행어가 실시간 검색에 뜬다. 트렌디해야 한다는 압박이 모든 세대에게 있다. 청년 세대 관련한 책도 주제별로 이미 많이 나와서, 청년들부터 또 청년 얘기구나 하고 오히려 안 볼 것 같다. 이 책은 전체적인 맥락이나 세대의 경향성을 분석하는 게 아니라, 나는 직장에서 이랬고 어떤 집에 살았다는 신상팔이 이야기다. 이게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구나, 내가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조금씩 나아지는 변화를 체험하는 이야기가 모여 있다고 생각해줬으면 한다.
김송희 저자
주거와 먹고사니즘
공저자 세 명이 다 여성으로서 청년 담론을 이야기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청년 담론이 여성을 배제하고 이뤄지는데, 여성 청년 셋이 모이면 다른 결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거 면에서도 여성으로서의 주거 문제가 더 취약하다든지.
김송희 필자 세 명이 정해지고 난 뒤에는 여성들끼리 이야기하는 청년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안전을 챙겨야 해서 집세가 더 올라가는 부분이 생긴다. 처음에 집을 구할 때 아무 생각 없이 공사가 안 끝나서 문이 덜 닫히고, 화장실을 밖에서 보려고 하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트인 공간의 집을 가계약했다. 어머니가 같이 올라와서 보시더니 여자애가 어떻게 이런 집에서 사느냐고 계약을 철회하고 조금 더 비싼 집을 얻어주고 내려가셨다. 1층집에서 살았을 때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집 안이 보여서 여름인데도 커튼을 치고 살았다. 안전 면에서 생각해 보면 여성들은 진입하지 못하는 집이 많다.
최서윤 신혼부부에게는 대출 혜택이나 공공주택 당첨비율이 높다. 1인 가구로 결혼하지 않을 예정이고 자식을 낳지 않을 예정이면 복지 혜택을 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가난하면 이웃에게조차 방해가 되는 내용이 있었다. 늘 이웃하고 영향을 주면서 살 수밖에 없는데, 점점 관계 맺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김송희 도시에서 이웃과 관계가 없다는 걸 삭막하다고 이야기하고, 농촌에서 서로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아는 걸 지향해야 하는 목표로 이야기하는데, 귀향한 사람은 농촌 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인지 이야기하곤 한다. 도시에도 적당한 거리감으로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주거 환경이 있다. 옆집에 4인 가족이 사는데, 좁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집의 모든 짐이 집앞과 옥상의 계단을 점거하고 있으니 불편하다. 감자와 양파까지 내놓고 사는데 내가 가서 카레라도 해 먹으면 어쩌려고 그러나 싶다. 하지만 불편한 걸 말하는 순간 더 불편해지는 관계가 되니까 조심하게 된다.
‘탕진잼’, ‘시발비용’ 등 신조어가 계속 언론에 나타난다. 미래의 희망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 현재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비용으로 소개한다.
김송희 대학생에게 물어보면 기사에 나온 신조어는 이미 한 발짝 유행이 지날 때가 많다. 그리고 분석하는 것 자체를 웃긴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기성 언론, 소위 큰 언론에서 청년을 다룰 필요성은 있다. 경향성이 보이는데 안 다룰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런 명명이 한계가 있을 수 있고, 초반에는 이 분석 틀이 유효할지라도 곧 낡아진다는 걸 알면 좋겠고, 소비하는 입장에서도 그걸 알고 소비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일의 의미와 ‘먹고사니즘’ 사이에서 합의를 찾았나?
김송희 아직 모르겠다. 나이가 든다고 없어지는 고민은 아닌 것 같다. 연봉 올라가는 속도보다 전세금 올라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계속 일하는데 내 삶이 개선되는 게 보이지 않는다면, 열심히 모으고 살아도 재계약할 때 그만큼 올려달라고 하면 삶의 질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최근 같은 일을 하는 40대 선배들 집 구경을 했는데 집에 돌아오니 내가 너무 가난뱅이처럼 느껴지더라. 예전에는 선배보다 잘 될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요새는 선배만큼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못 할 것 같아서. 온라인 집들이를 보면 대부분 신혼부부 집이다. 안정적인 부자라서 인테리어를 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 투자를 받고 모은 돈과 대출을 껴서 집을 꾸밀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 그런 것 같다. 이렇게 살려면 결혼밖에 답이 없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웃음) 삶이 한발짝 나아가려면 어떤 변화의 지점이 있어야 하는데 주변을 보면 결혼밖에 없다. 나는 저렇게는 못 살 텐데 이런 생각이 든다.
최서윤 결국 결혼 때 부모들이 재산 분할을 하게 되니까 자본이 생기는 유일한 기회가 된다. 나는 결혼을 안 하려고 마음을 굳힌 상태에서 결혼식 때 냈던 돈이 너무 아까워서 이제부터는 결혼식에 안 가려고 한다.
최서윤 저자
문화, 죽은 듯 살지 않기 위해 찍 소리 내기
변화를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 보드게임인 ‘수저게임’도 이슈가 됐는데,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
최서윤 정치 참여해 봤자 바뀌지 않기 때문에 투표를 안 했다는 사람을 설득하려고 하니까 나도 꼰대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직접 게임에 참여해 법안이나 정책이 영향을 미치는 걸 보면서 현실에서도 유사한 정책을 정책 입안자들에게 요구해야겠다는 걸 느끼게 하려고 했다. 박근혜 탄핵정국으로 정치 혐오증이 없어지고 관심이 높아진 것과 비교하면 수저게임은 미비한 효과를 내지 않았나 싶다. (웃음)
수저게임은 방송을 타면서 원작자를 표기하지 않아 불편해진 지점도 있다고 들었다.
최서윤 방송을 꾸리는 개개인은 좋은 사람이 많다. 힘의 대칭 구조에서 큰 언론은 창작자를 홍보해 줬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데, 인식적인 문제다. 조직 내부, 회사의 관행이나 예산 편성, 매뉴얼 없음이 불편한 결과를 낳았다고 느꼈다.
‘글 값이 똥값이다’라는 말처럼, 콘텐츠 제작자들이 제작에 투입한 노력과 시간을 보답 받지 못하는 문제도 언급했다.
최서윤 돈이 없는 주체들끼리 같은 의식을 가진 때는 좋아서 할 수 있다. 다만 돈이 있는 주체에서 콘텐츠를 쓸 때는 공공기관에서 지원금으로 할당하든 방송국 예산 편성을 확충하든 돈이 필요하다. 창작자들은 주로 나이브하게 이런 게 없으니까 만들어보고 싶다는 이유로, 재미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만들지, 상업적인 기획으로 저작권을 등록한다든가 법무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안 한다. 그래서 법적인 보호에서는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법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뉴얼과 문화 내에서 정비될 수 있다.
김송희 기자나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면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사람을 저렴하게 쓰려고 한다. 최근 직장 생활에서도 느낀 게, 남 보기에 좋은 직장이 다니기 힘들다. 외부에는 아름다운 것처럼 보여도 그런 회사가 내부는 뒤틀려 있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너 아니어도 하고 싶다는 사람 많다면서 인력을 쉽게 대체하고 줄 서 있는 인력을 한 명씩 골라 가져가니까.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돈과 성취감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최서윤 콘텐츠 만드는 일에 절박하게 매달리지 않으려면 이거 말고도 할 거 많다, 나 혼자 할 거라는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다들 여유가 없다. 결국 그게 가능하게 하려면 기득권의 부를 나눠 가져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든다.
자존감을 높이거나 스트레스 해소하는 방법이 있나?
김송희 택배 뜯을 때 너무 기쁘지 않나?
최서윤 회사에 속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운이 좋았기 때문에 ‘시발비용’을 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창작이 자존감을 높일 방법인데, 요새는 창작자가 많아서 빨리 소비되다 보니 자극적인 소재로 관심을 끌려는 일베식 산업화 경쟁이라든가 불행 배틀 등이 일어나는 것 같다. 모두가 자존감을 높일 방법으로 일상 속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접촉 지점을 소소하게라도 만들어야 할 텐데, 그렇게 일상을 재편하기 위해서는 개인만의 노력으로는 어렵다.
730 프로젝트는 기존과 다른 인간관계를 맺으려는 시도로 보였다. 페이스북 친구와 1년에 한 명씩 2년 동안 같이 밥을 먹는 프로젝트였는데.
최서윤 그 프로젝트를 보고 한 달에 한 번씩 새로운 페북 친구를 만들었다고 알려준 분도 계셨다. 내 삶이 권태롭거나, 일상이 재미없을 때 새로운 사람을 통해 활력을 얻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SNS가 어떤 프로젝트나 업무를 같이 하기 위한 인력 플랫폼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상품으로 노출해 활용하는 사람도 많고, 비슷한 업계 사람끼리 교류하는 장이 되는 게 있다.
김송희 그렇게 취향으로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핏줄이나 자라온 곳과 상관없이 취향만 맞는다면 서로 관계가 없던 사람들하고도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최서윤(좌), 김송희(우)
이런 관계를, 이런 정치를 원한다
고양이와의 동거 이야기도 들어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게 1인 가구의 자존감을 키우는 한 방법일 것 같다.
김송희 내가 밥을 주고 보살펴서 이 친구가 따뜻한 방에 누워 배를 까고 편히 자는 걸 보면 내가 그래도 세상에서 좋은 일 하나는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면 형용모순인데 부모님이 나를 필요로 하는 건 부담스럽고 은혜를 갚아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어떤 동물이 나를 좋아하고 의지하면 위안이 되는 부분이 있다.
최서윤 고양이를 귀엽게 생각하면서도 키우진 않는다. 남의 집 고양이 사진을 보면서 만족하는 부분이 크다. 은행에서 대출받는 걸 싫어한 이유도 고정적인 지출이 생기는 게 싫어서다. 최대한 이 시스템에 속박이 덜 된 채로 살다 가고 싶은 마음이다.
김송희 반려동물을 키워야겠다는 결정에서 가장 큰 부담이 그거다. 사료랑 모래값으로 고정적인 지출이 생기는데 내가 현재 벌고 있는 돈을 계속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 아직은 젊으니까 하루에 5만 원 못 벌겠어 생각하지만, 나이 들어서까지 생각하면 내 미래가 불안한 상황에서는 큰 결단이다. 부모님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친구들을 보면 자식을 키우고 책임지는 걸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데 생명을 20년 넘게 책임지고 키우는 게 엄청난 일이고, 무서워서 자식을 못 키우겠다는 게 지금 우리들의 현실에 대한 인식인 것 같다. 나한테 불리한 걸 떠나서 자신이 없어 그런 것도 있다.
청년을 말하면서 기성세대와의 갈등으로 크게 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부모나 상사 등 다른 세대와 불화한다고 느끼나?
최서윤 나이와 세대 간 갈등이라기보다 조직에 속한 개인으로 어쩔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비슷한 나이여도 사장에 빙의해서 경영적인 결정을 하는 사람이 있고, 조직의 위치가 개인의 성향을 만드는 부분도 있다. 지금의 20대들은 애초에 연공서열보장이 안 되는 부분이 있고, 이미 안정적으로 계약이 된 4,50대는 계속 이 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계층이기 때문에 세대 간 갈등으로 보여지는 측면이 있다.
김송희 청년 세대는 부모 세대와 불화하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편견이다. 지금 20대 중에는 부모와 진로나 장래로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열린 생각으로 이해해주는 부모도 분명히 있다.
최서윤 중요한 건 미리 판단하지 않고 물어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지레 이럴 거라고 생각하고 먼저 대상화하기 전에 좀 들었으면 좋겠다.
1억 모으기 목표는 어떻게 되고 있나.
최서윤 원래는 대출 없이 모아서 1억을 만들어 협동 주택을 만들자는 목표였는데 이제는 대출을 받아야 할 것 같다. 협동 주택은 돈 있는 사람을 모으고, 그 사람과 잘 지낼 수 있어야 하며, 같은 곳을 계약해서 집을 세워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게 좋겠지만, 실질적으로는 매우 복잡한 일일 것이다. 가족이 때로는 지겹고 숨 막히고 말이 통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걸 발견한 세대라, 비슷한 세대끼리 소통하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욕망이 생길 것 같다.
김송희 추석이 지나면 며느리가 아니더라도 모든 커뮤니티가 가족 때문에 스트레스받은 이야기로 넘쳐난다. 1년에 한두 번 보는 가족 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왜 만나는 건가 싶다.
앞으로 계획은?
최서윤 일단 돈을 벌어야 하지 않을까. 조그만 일들을 모아 한 달의 생활비를 만드는 게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의 필수 조건이다.
김송희 대학생 타깃 잡지를 만드는 일을 하기 때문에 나이가 더 들면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다행히 지난호 마감을 하고 맥주를 마시는데 이것 때문에 일을 계속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맛있더라. 사람들이 잡지를 보지 않는 시대가 올 거고 그럼 내 경쟁력을 다른 방향으로 키워야 할 테지만, 그래도 재밌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성취감 느끼는 일이고 사람들로부터 글 잘 봤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였으면 좋겠다. 계속 내 삶을 비감만 할 게 아니라 그럼에도 이 부분은 좀 낫다는 희망을 발견해야지, 안 그러면 너무 우울하다. 주거에서도 대출을 알아본다든지, 동네를 옮긴다든지 하는 노력을 들여야 한다.
삶에서 어떤 관계를 꿈꾸나?
김송희 나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하고 비관하는 건 안 된다. 자기보다 상황이 나은 사람은 항상 있다. 그걸 비교하고 부러워하기 시작하면 열등감이 되고 자격지심이 되더라. 최대한 차단한 상태에서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많이 만드는 게 필요하다. 다만 내 상황에만 관심을 가지면 이 상황이 반복된다. 청년 세대를 위한 직장을 많이 만들어달라고 운동하던 사람이 취업하고 자신의 문제는 해결됐다고 끝나면 또 다른 문제가 계속 생긴다. 나 말고 공동체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개선을 위해서 작은 노력이라도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최서윤 대통령 선거가 눈앞인데,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회 구조가 되기를 바란다.
대통령 선거 이야기가 나왔으니, 청년으로서 대통령에게 바라는 게 있나?
김송희 최근에 어차피 대통령이 세상을 나아지게 만들 수 없는 사회니까 우리를 화내지만 않게 해달라는 글이 인상 깊었다. 어떤 정책을 펼치든지 그 결정이 공동체에 좋은 결과를 위해 낸 결정이라는 걸 설득시킬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최서윤 GDP 같은 수치는 이제 중요하지 않고 수치가 아닌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한국 사람이 될 수 있게 많이 일해줬으면 한다. 우리도 기득권을 편들어 주지 않는 대통령에게 그 진심이나 행위를 알아주는 게 보상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김송희 항상 아파트값 잡는 공약이 나오는데 나는 서울에 아파트를 가질 수 있을 거라는 걸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 부동산 정책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책을 누가 읽으면 좋겠나?
최서윤 도서관 이용하는 분들은 도서관에 신청해 달라. 자기 돈 주고 사도 어차피 집에 놓을 데 없는 거 아니까 바라지 않는다.
김송희 국회의원만 사도 300권이다. 청년들 따라잡으려고 신조어 공부하기보다 이 책을 봤으면 한다.
<최서윤>,<이진송>,<김송희> 공저12,600원(10% + 5%)
우리는 그냥 우리를 이렇게 부르기로 했습니다. 미운. 청년. 새끼.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세대, 무기력하고 열정이 없는 세대, “요즘 애들이 다 그렇지”의 ‘요즘 애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청년은 이렇게 불렸다. 정말 그들이 가진 것은 포기와 안일함뿐일까? 이는 기성세대의 눈에 비친 편협한 이미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