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혼자 읽기 아까운 책
“선배, 여자친구한테 프러포즈할 건데요. 장미꽃은 필수인가요? 목걸이도 필수죠? 아, 정말 고민이 많네요.” 며칠 전 남자 후배에게 받은 문자. “손편지도 필수야!”라고 쓰려다가 순간 딴 생각이 들었다. 멋진 책 무더기(?)를 갖다 안긴다면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네가 언제 책 읽었다고?’ 항변을 하려나? 멈칫거리다 다시 문자를 썼다. “후배님의 프러포즈 성공을 기원하며, 저는 이런 책들을 추천하고 싶어요. 우리 결혼해서 이 책 다 같이 읽자! 이것도 멋질 것 같은 데요?”라고.
프러포즈를 하면서 거창한 말을 하면, 오히려 매력이 뚝뚝 떨어진다. 무심코 훅 한 번 던진 말에여자들은 반한다. 일본 여성들의 정신적 지주라고 불리는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여러 만화 중에 가히 최고봉. 이 만화를 읽다 보면, 비혼주의자도 설렌다. ‘이렇게 살아보면 괜찮을 것 같은데?’ 생각한다. 추천 프러포즈 문구는 “소소한 행복이 진짜 행복이잖아! 우리 같이 살자” (마스다 미리 저, 애니북스)
문학 좀 좋아한다면! 바로 이 책.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 1867년에 태어난 작가의 작품을 같이 읽다 보면, 백년해로 버겁지 않다. 우리 집안일은 천천히 하고, 밥은 웬만하면 밖에 나가서 먹자. 요즘 맛집 많잖아. 소설 한 권씩 들고 주말 카페 나들이, 어때 좋지? 프러포즈 문구는 “이 책 꽂을 책장도 사줄게. 내 사랑을 받아죠~” (나쓰메 소세키 저, 현암사)
잡지를 선물하라고? 너무 소박한 거 아니야? 이 잡지를 아직 보시지 않으셨으면 아직 그런 말씀을 하지 마세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지키며 창의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아버지’들을 위한 잡지. 진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농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프러포즈 문구는 이렇게 “남친아, 우리도 이 사람들처럼, 감각적으로 균형감을 갖고 살자. 오키?” 1호부터 4호를, 볼드저널 에코백에 담아주면 더욱 반할 예정입니다. (편집부 저, 볼드피리어드)
문학전집을 낑낑대고 들고 온 그. 머리에 식은땀이 난다. 평소 소설을 그렇게나 좋아하더니 한 권씩 사는 맛도 좋지만, 전집을 함께 읽고 싶단다. 양장본, 책 표지도 예쁘다. 거실 인테리어가 따로 없다. 그가 좋아하는 최인호, 내가 좋아하는 박완서 소설을 사이좋게. 프러포즈 문구는 “누가 더 빨리 읽을까? 문동에서 세트 또 나오면 같이 사러 갈래?” (김승옥 등저, 문학동네)
펭귄클래식을 아는 남자! 어찌 멋지지 않을 수 있을까? 펭귄클래식 50권 세트가 부담스럽다면, 마카롱 시리즈를 선택하자. 3권 이상 구입하면 에코백 스테디셀러 중의 최고봉 ‘펭귄 에코백’을 증정한다. 프러포즈 문구는 “고전도 우리 귀엽게 보는 거야! 우리 귀엽게 같이 살자!” (찰스 디킨스 등저, 펭귄클래식코리아)
관련태그: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나쓰메 소세키, 볼드 저널, 프러포즈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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