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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자 김성호가 발견한 사계절 우리 새

『우리 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김성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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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정말 좋은데 왜 그렇게 좋으냐고 물으면 딱히 답할 것이 없습니다. 그냥 좋습니다. 그냥 사랑스럽습니다. 그래서 ‘새 아빠’, ‘딱따구리 아빠’라는 별명이 고맙습니다. 아빠가 자식을 좋아하는데 꼭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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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사계절에 우리 숲에서 만나는 새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얼어붙은 땅을 뚫고 새싹이 나오고 잎눈과 꽃눈이 터지는 봄, 스스로 푸르름이 깊어지는 여름, 단풍 빛깔 고운 가을, 흰 눈 펑펑 내리는 겨울, 이렇게 계절의 변화를 따라 우리나라 곳곳을 더듬고 다니며 만난 새들의 삶을 소개한다.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김성호 저자는 유년 시절, 많은 시간을 시골 외가에 머물렀던 덕분에 자연스레 다양한 생물들은 접할 수 있었고, 그 경험이 생명의 신비를 동경하는 계기가 됐다. 1991년, 박사학위를 받던 해부터 20년간 지리산과 섬진강이 지척에 있는 서남대학교 생명과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지리산국립공원 정책자문의 일도 맡고 있으며 수많은 생태계 관련 과업을 수행하면서 우리 땅의 생명을 아름답게 지키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웅진지식하우스, 2008), 『동고비와 함께한 80일』(지성사, 2010), 『까막딱따구리 숲』(지성사, 2011), 『나의 생명수업』(웅진지식하우스, 2011) 등이 있다.


6년 만에 새에 관한 『우리 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출간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독자 분들도 있을 텐데요. 이번 신간은 기존에 출간된 책들과 어떤 점이 다를까요?


『우리 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나의 열 번째 책입니다. 처음 책, 두 번째, 세 번째 책은 온전히 새에 관한 책이었고, 그 사이 자연 전반에 관한 책을 쓰다 이번에 다시 새를 대상으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6년의 빈 시간은 준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세 권은 봄과 여름에 만날 수 있는 새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후 봄과 여름 이야기를 더 보태고, 가을과 겨울 이야기는 새롭게 채우느라 6년의 시간이 걸린 셈입니다.

 

책에 실린 사진들이 하나같이 참 좋더라고요. 교수님께서는 이번 책에 실린 사진들 중에서 어떤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그리고 최고의 장면 TOP 3를 뽑아주신다면요?


사진 하나하나에 배인 애정이 크게 다를 수는 없습니다. 모두 간절한 다가섬과 오랜 기다림에서 비롯한 사진들이니까요. 그렇더라도 최고의 장면 TOP 3를 가려야 한다면 가장 간절하게, 가장 오래도록 기다린 순서로 세 장의 사진을 뽑아야 하겠습니다. 가장 오래 기다린 사진은 어미 다람쥐가 새끼 다람쥐를 땅속 굴에서 딱따구리 둥지로 옮기는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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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월에서 3월까지 두 달을 4년 기다려 만난 사진입니다. 딱따구리 둥지를 품고 있는 나무 하나를 정해놓고 무작정 기다리는 방법 말고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4년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운이 좋았다 할 수도 있지요. 그다음은 알을 깨고 갓 나와 날지도 못하는 원앙 어린 새가 그 높은 나무에서 몸을 던져 바닥으로 떨어지는 홀로서기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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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만나기 정말 힘든 어른 참수리가 바로 눈앞으로 지나가는 모습입니다. 오히려 너무 가까이 다가와서 몸의 일부만 담을 수밖에 없었던 장면입니다. 어린 원앙의 홀로서기와 어른 참수리가 아주 가까이 다가와준 사진은 2년씩 기다려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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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명 잡지에서 이 책에 실린 사진 중 몇 장을 고가로 구입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였다면 ‘얼씨구나!’ 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 같은데요! 제안을 거절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사진을 찍는 이유는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함께 나누기 위함입니다. 또한 학생들과 어른들을 위한 강연의 자료이기도 합니다. 사진을 넘긴다는 것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함께 나눌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사진을 찍은 이유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니 그리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정말 귀한 사진을 많이 찍으시는 것 같아요. 이런 사진들은 분명 쉽게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겠지요. 오랜 기다림과 인내 끝에 얻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새의 관찰 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언제셨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밖에서 머무는 일정이기 때문에 더위와 추위를 견뎌야 하는 것이 때로 고통 수준으로 힘듭니다. 오랜 기다림으로 지쳐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더위나 추위는 결국 지나가는 것이고, 기다림 또한 언젠가는 올 것에 대한 기다림이기 때문에 주저앉을 정도로 힘들다 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힘든 것은 모르는 것입니다. 새의 어떤 행동을 분명 보고 있는데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할 때가 가장 힘듭니다. 게다가 물어볼 사람조차 없을 경우라면 더 힘겹습니다. 그 또한 시간이 지나니 하나씩 해결이 되었지만 말입니다.

 

실례되는 질문일 수 있지만 궁금해서요! 배고픔이나 졸음 등 각종 생리현상은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관찰 사진을 찍을 때 겪는 어려움들을 극복하는 교수님만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자연에는 다시 보여주기가 없습니다. 한번 지나면 그것으로 끝이지요. 그렇다고 아예 먹지도 않으며 관찰할 수는 없습니다. 하여 무언가를 계속 보며 식사를 해결해야 합니다. 거의 대부분 김밥을 먹습니다. 새벽에 나갈 때 김밥 세 줄을 사면 그것이 하루의 양식입니다. 둥지에서 눈을 떼지 않고도 식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은 김밥입니다. 번식 일정에 동행할 경우 잠은 평균 2~3시간만 잘 수 있습니다. 졸음이 몰려오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요. 그렇다고 졸음에 지지는 않습니다. 관찰 대상에 대한 간절한 애정이 있다면 졸음은 밀어낼 수 있습니다. 생리현상의 해결, 남자는 조금 편합니다.

 

교수님! 그런데 왜 하필이면 ‘새’였을까요? 새는 교수님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새가 정말 좋은데 왜 그렇게 좋으냐고 물으면 딱히 답할 것이 없습니다. 그냥 좋습니다. 그냥 사랑스럽습니다. 그래서 ‘새 아빠’, ‘딱따구리 아빠’라는 별명이 고맙습니다. 아빠가 자식을 좋아하는데 꼭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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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전작인 『까막딱따구리 숲』에서 다친 새끼 까막딱따구리를 보고 괴로워하던 아빠 새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질 않습니다. 무엇보다 그 장면에서 “바람이 살랑거리기 시작합니다. 그저 살랑거릴 뿐인데도 메마른 아까시아나무 꽃이 눈송이처럼 술술 떨어집니다”라는 표현이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교수님의 글은 어딘지 사람 마음을 애틋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요. 혹시 따로 글 쓰는 연습을 하시나요?


글쓰기 연습을 따로 하지는 않습니다. 부끄럽게도 전공 책을 읽는 것 말고는 책도 거의 읽지 못합니다. 아직은 책보다는 자연을 직접 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제 글에 대해 “옆에서 같이 앉아 관찰하는 느낌이 든다. 따듯하다. 감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많이 해주십니다. 자연과학자이니 글을 써봐야 얼마나 글을 잘 쓰겠습니까만, 비록 글 자체는 부족하지만 진심이 느껴져서 그런 평가를 해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루 종일 무엇을 지켜보다 한마디 가슴에 고인 것을 길어 올리는 것이니 그리 느껴지나 봅니다.


저는 『까막딱따구리 숲』을 통해 교수님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이 책을 읽은 후에 교수님의 팬이 되었답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여쭤본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많고 긴 질문에 『우리 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다정하고 따듯한 답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따뜻한 새 이야기 계속 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우리 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김성호 저 | 지성사
저자는 식물생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지방의 신설 대학 개교 첫해에 부임한다. 하지만 몇 해 지나지 않아 대학의 현실이 학문 연구에 몰두할 형편이 아님을 깨닫고 곁에 있는 지리산과 섬진강으로 눈을 돌린다. 그곳을 찾아들어 그 안에 깃들인 다양한 생명들을 만나면서 마침내 그들의 삶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을 새로운 꿈으로 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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