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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나, 최인아… 여행의 고수들이 나타났다

『여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 북 토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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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에서 열심히 생활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틀 안에 갇혀버릴 때가 있어요. 무언가 나를 벽으로 둘러싼다는 느낌이 들죠. 이것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바로 여행이에요.

지난 11월 30일, 최인아책방에서 손미나의 에세이 『여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을 기념하는 북토크가 열렸다. 이번 신간은 손미나 작가가 진행하고 있는 팟캐스트 방송 분을 엮어낸 책으로서 여행 고수 14인에 대한 인터뷰가 담겨있다. 그 중 인도 여행을 소개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인아가 행사의 사회를 맡았고, 히말라야 여행담을 들려준 에디터 이영미가 게스트로 참여했다. 그 외에도 재즈 피아니스트 스노우와 기타리스트 블랙이 참석해 토크 중간중간에 여행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는 ‘아코디언 X 기타’ 라이브 연주를 선보였다.

 

손미나 작가는 1997년부터 2007년까지 KBS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각종 TV 프로그램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2004년에는 휴직 후 스페인으로 떠났고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펴낸다. ‘여행 작가’로서 인생 제2막의 시작이었다. 현재는 꾸준히 여행 관련 책을 쓰면서 동시에 손미나앤컴퍼니 대표 및 인생학교 교장, 허핑턴포스트 편집인 등을 지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행을 사랑하는 70여 명의 관객이 손 작가를 만나기 위해 최인아 책방을 찾았다. 사회자의 간단한 행사 소개 후 책 이야기로 행사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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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고수들이 전하는 이야기

 

손미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먼저 아름다운 장소를 내주신 최인아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게는 아홉 번째 책이자 늘 꿈꾸던 것 중 하나였던, 인터뷰 형식의 책이 바로 이번에 나온 신간인데요.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제 책이 세상이 나온 것을 기념하고 싶네요. 제목이 『여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이죠. 정말 책을 쓰면서 여행이었기에 가능했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새롭게 배울 수 있었어요. 더불어, 여행이 우릴 크게 성장시키고 알지 못했던 우주 만나게 해준다는 걸 느꼈고요.


처음부터 여행작가가 되려던 건 아니었어요. 여행만 계속하면 지겹지 않냐고 물으시는데 절대 아니에요. 여행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항상 행복하고 감사해요. 표지 사진은 저예요. 위치는 미국서부 네바다 주의 데스밸리죠. 생명체가 살지 못해 지어진 이름이에요. 여기에 간 순간에 딱 느낀 것은 ‘세상이 이렇게 넓고 난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이었어요. 어마어마한 감동을 주었던 장소였어요. 저는 여행 가면 사진 찍으려고 포즈를 취하지 않아요. 대신 좋아하는 장소에 가서 앉은 채로 그 장소와 대화를 나누곤 해요. 그 순간이 없으면 아무리 사진을 많이 찍어도 마음속에 감동이 없어요.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음악 한 곡 들은 후에 이영미 선배님부터 해서 쭉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이어서 관객들의 눈앞에는 스노우와 블랙의 멋진 라이브 연주가 펼쳐졌다. 연주가 끝난 후 손미나 작가는 “팟캐스트를 진행할 때도 잠시나마 꼭 음악을 튼다”며 “음악은 그 나라에 대한 생각에 잠길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여행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했다.

 

손미나: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책의 인연으로 만나게 된 이영미 선배님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볼게요.

 

이영미: 안녕하세요. 25년 이상 책을 만들어온 에디터 이영미입니다. 현재는 출판일을 멈춘 상태입니다. 손미나 작가와는 지인의 소개로 만나게 됐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KBS 카페로 갔다가 눈에 띄게 예쁜 아가씨를 발견했죠. 알고 보니 학교 후배더라고요. 참 사귐성이 좋았어요. 작가와 에디터는 비즈니스에 기반을 둔 만남을 가지기 때문에 아주 친하게 지내는 것도 별로라고 생각하던 저였어요. 그날도 일정한 거리를 두며 저만의 신조를 지키고 있는데 그걸 무너뜨린 사람이 손 작가였어요. 특유의 친화력 덕분에 금방 자매 같은 사이가 됐네요. 

 

아무튼, 책 구상에 대한 내용으로 스페인에 갔던 얘길 듣는데 두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나는 스페인으로도 사람들이 여행을 간다는 것에 대한 생소함이었어요. 15년 전 이야기니 스페인 여행이 적었던 시절이었죠. 다른 하나는 말을 이렇게 잘하면 글도 잘 쓰겠구나 하는 생각이었어요. 단번에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했고 바로 계약했어요. 그렇게 9개월 후에 탄생한 책이 『스페인, 너는 자유다』예요. 이 책이 그렇게 빵 터질 줄은 몰랐죠. 

 

손미나: 나름대로 우리끼리 분석해봤는데요. 그 당시만 해도 여행 가서 오랫동안 머무르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근데 제가 1년 동안 살았던 이야기가 그 당시 다가오고 있던 트렌드와 맞아 떨어졌나 봐요. 또, 이 책이 단순 여행서라기보다는 내면의 성장서 이기도 했기 때문에 더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어쨌든, 그 책을 인연으로 만났는데 이후 10년 동안 인연이 이어졌어요. 이제는 제 책의 인터뷰이로 등장하셨네요. 이제부터는 팟캐스트에 나와서 해주신 앙코르바트 얘기 좀 해주세요

 

이영미: 저는 마흔 살까지는 그저 앉아서 책만 읽고 공부만 하던 책상형 노동자였어요.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죠. 그러다가 10년 전부터는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이젠 150명이 등산 워크숍을 가면 최고령의 나이에도 1~2등으로 정상에 오르게 됐어요. 10년간의 꾸준한 운동이 비결인 듯해요. 예전에는 싱가폴이나 푸켓처럼 널브러져 있는 여행을 선호했는데 몸이 강해지면서 여행지 선택이 달라졌어요. 몸에 있는 에너지를 소진하면서 다니는 여행을 원했네요.


그중 선택한 여행지가 히말라야와 앙코르와트 여행이에요. 히말라야는 8박 9일 갔는데 7일은 걸었던 것 같아요. 포터를 두 분이랑 짐을 똑같이 나눠 들고서 온종일 걷고도 더 걸을 힘이 남아있는 상태였어요. 그런데 이제 끝났다는 말을 듣고 실망하고 말았어요. 앙코르와트는 어른들이 많이 가시던데 그런 곳은 아닌 듯해요. 일단 너무 더워요. 또 이곳 유적이 다 생긴 게 달라요. 복잡한 코스로 이뤄졌죠. 저는 거기서도 체력자랑을 하느라 하루에 4곳 정도를 다녔어요. 기사한테 미리 계획한 동선을 말해주면 깜짝 놀라지 뭐예요. 그땐 4박 5일을 다녀왔는데 자전거로 오래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조만간 15박 16일 자전거 여행에 도전해보려고요.

 

손미나: 두 곳의 여행지를 택한 다른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영미: 공정여행을 원했어요. 선진국에 가서 좋은 것들을 누리기보단 제가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가난한 나라에서 나누고 현지인들과 잘 사귀면서 여행을 하고 싶단 생각이 강했어요. 앞으로 여행 대부분은 그런 식으로 가고 싶어요. 현재는 몽골 여행을 계획 중이에요. 경제적으로 부족하지만, 이들에게는 특징이 있어요. 가난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자기 일에 자부심이 강해요. 한국 사람들을 좋아하기도 하죠. 저는 공정여행을 가면 포터들에게 일방적으로 짐을 맡기지 않아요. 일부 사람들은 포터에게 온 짐을 다 맡기기도 하는데 그것은 공정여행에서 허용되지 않는 행위예요. 여행대상국의 국민과 평등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죠.

 

손미나: 굉장히 인상적인 여행이었어요. 또, 선배가 철인 3종경기 선수이기도 한데 무수한 노력과 끈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다음으론 최인아 책방의 마님이시죠. 이제 최인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팟캐스트에 나오셨을 때는 인도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기에는 쉽지 않은 장소였을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봤을 때 인도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무엇인가요?

 

최인아: 인도여행 전후로 저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겐지스강은 제가 사는 동안에 한 번은 가자고 마음먹은 곳이죠. 겐지스강으로 가다 보면 ‘가트’라 해서 화장터가 쭉 펼쳐져 있어요. 누군가가 죽으면 시신을 태우는데 저는 그 모습을 직접 봤어요. 나무를 사서 우물 정(井)자로 얼기설기 놓고 시신을 올린 후 불을 지펴요. 장작이 부족해 시신이 채 타지 못하면 그 상태로 강에 던져져요. 저는 광고 일을 하던 사람으로서 굉장히 논리적인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인도 여행에서 그게 무너졌어요.


또 한국말을 하면서 구걸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전혀 비굴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아주 당당했죠. 왜 저럴 수 있는가를 보니 힌두교에서는 짧은 인생에서 좋은 업을 쌓아둬야 다음 생애에 복을 누린다고 믿더라고요. 따라서 본인이 누군가에게 업을 쌓는 기회를 주는 거로 생각하기 때문에 당당한 것이죠. 젊은 시절 저에겐 충격이었어요. 무언가를 생각할 때 옳고, 그르다는 것에 대해 다시 보게 하는 체험이었다고 할 수 있네요.

 

손미나: 인도 여행 당시와 같은 나잇대의 후배들한테도 여행을 권할 것 같으신가요?

 

최인아: 네, 권할 것 같아요. 근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여행해야겠죠. 여행도 각기 다 달라요. 널브러지고 싶은 여행, 고행하고 싶은 여행, 자연으로 떠나는 여행,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는 여행 등으로 다양하죠. 인도는 스스로 ‘근본적인 질문이 떠올랐다’고 느낄 때 가기 좋은 여행지예요. 관광지로는 그렇게 추천하고 싶진 않지만, 저는 가고 싶어요. 그때 든 생각이 너무 젊어서 왔다는 거예요. 나이를 좀 더 먹고 나서 달라진 눈과 마음으로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손미나: 저희 셋은 사회에 나와서 만난 인연이지만 상당히 많은 생각을 공유하고 가치관도 비슷해요. 직업도 최인아 선생님은 책방을 하시고, 저는 책을 쓰고, 이영미 선배님은 책을 만드시죠. 이렇게 책으로 묶여요. 제가 좋아하는 분들에 대해 공통점을 생각해보면 다들 책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책이 사람을 만들죠. 뉴스에 나오는 그 사람들은 책을 많이 안 읽어서 저러는 것 같네요. 또 다른 공통점은 바로 여행이에요. 여행을 가서 보고 오시는 게 다른 두 분인데요. 지금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이제 여러분께서 궁금한 점을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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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손미나 작가에게 묻다

 

손미나 작가님께 여행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그 가운데 KBS아나운서라는 직업에서 다른 삶을 살기까지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손미나: 현실 속에서 열심히 생활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틀 안에 갇혀버릴 때가 있어요. 무언가 나를 벽으로 둘러싼다는 느낌이 들죠. 이것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바로 여행이에요. 또한,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배우고 느낄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어요. 강의나 각종 문화생활 등 다양한 노력을 한다지만, 그 안에서 답을 찾기가 어렵거든요. 저는 여행이 큰 해결점이 된다고 생각해요. 정답까진 아니더라도 등대처럼 가이드를 제시해주고 저를 성장시켜주는 학교가 될 거예요. 여행은 마치 길 위의 학교와 같아요. 또 하나의 의미는 여행만큼 큰 위로는 없다는 거예요. 인생의 고비에서 여행은 토닥토닥해주는 손과 같아요.


회사 그만둘 적에 여러 가지 고심 끝에 결론을 내렸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도전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흥미를 잃었죠. 또 거대한 변화 속에 공중파 방송국들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분명 다른 파도가 오고 있는데 그걸 보지 못하는 배라면 차라리 내려서 수영을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현재 회사를 하나 운영하고 언론매체 대표로서 글도 쓰면서 많은 일을 하고 있어요. 이뿐만 아니라 나이 먹을수록 사회적 책임감도 늘어나기에 부담이 있죠. 그런데도 누군가가 행복하냐고 물어본다면 당당히 예스를 외칠 수 있어요. 여행이 제게 주는 의미가 그렇거든요.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사에 취직했어요. 그런데 지금 너무 후회되네요.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으니 좋지 않아요. 손님들의 여행을 보내주니까 기쁠 줄 알았는데 그 과정에서 컴플레인도 들어오고 막상 일도 즐겁지 않아요. 어쩌면 좋을까요?

 

손미나: 모든 일에 어려움은 있어요. 저도 여행작가인 건 좋지만, 여행 가서 늘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에요. 남들은 부러워하는데 사실 힘든 일이 너무 많아요. 어떻게 보면 하시는 일에 대한 불만보다 회사 시스템에 불만이 있으신 것 아닐까 싶어요. 알랭 드 보통이 말하길 ‘정말 지혜로운 여행사가 있다면 우리에게 그저 어디로 가고 싶으냐고 물어보기보단 당신 삶에서 가장 필요한 변화는 무엇이냐고 묻는 곳일 것’이라고 했어요. 인생 얘기를 들어본 다음에 여행지를 권해보는 시도는 어떨까요?

 

최인아: 덧붙여 말하자면 좋아하는 일을 했는데 좋지 않다면 싫어하는 일을 해보세요. 생각해보면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면서 그런 일을 겪느냐, 아니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겪느냐의 차이일 거예요. 세상에 좋기만 한 것은 없어요. 수고가 뒤따르죠. 수고하는데 싫어하면서 할 거냐, 좋아하면서 할 거냐를 두고 생각해 보세요.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것 같은 일은 무엇인가요?

 

손미나: 스페인어 배운 거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스페인어를 배운 것은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같아요. 스페인 친구들이 다음 주에 한국에 온다고 해요. 제 생일에 맞춰서 말이죠. 그 친구들도 바쁜 친구들인데 주말을 이용해 온다고 연락이 왔어요. ‘이 순간은 지나면 오지 않으니까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아무것도 아닌 것을 두고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고, 별거 아닌 밥을 먹으며 몇 번이고 맛있다고 하는 친구들이에요. 이 친구들을 보면 스페인어 배우길 참 잘했단 생각이 들어요.


 

 

여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손미나 저 | 씨네21북스
여행으로 삶의 여정이 바뀌고, 어느새 ‘여행의 아이콘’이 된 손미나가 여행을 통해 성장하고 자기의 삶과 세상을 바꿔 나가는 여행자 14명을 만나 여행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이, 성별, 직업, 성격 모두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자기만의 이유로 세계 곳곳을 여행한 그들이 보고 느끼고 얻은 것들을 나누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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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상연(예스24 대학생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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