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스완슨 “감정을 기억해두면 글 쓸 때 도움이 된다”
화제의 소설 『죽여 마땅한 사람들』 저자
가장 인상적인 평은 책을 펼친 자리에서 다 읽었다는 말이었어요. 경악과 전율을 동시에 느꼈죠.
미국에서 가장 까다로운 서평그룹 ‘굿리즈’에서 평점 4.01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소설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 대한 국내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지난 7월 18일, 출간된 한국판은 “흡인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소설”, “읽는 순간 빠져드는 작품” 등 이례적인 찬사를 받고 있다. 이 소설은 낯선 공간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서로 내밀한 사생활을 털어놓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연히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현장을 목격했다며 아내를 죽이고 싶다고 고백하는 남자와 그의 살인 욕구가 타당하다고 반응하는 여자. 과연 그들은 아내를 죽였을까?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등 세계 18개국에 번역, 출간됐고 아그네츠가 홀란드 감독이 영화화할 예정이다.
저자 피터 스완슨은 『THE GIRL WITH A CLOCK FOR A HEART』로 떠오른 신예 작가로, 두 번째 장편소설 『죽여 마땅한 사람들(THE KIND WORTH KILLING)』을 통해 많은 독자와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피터 스완슨은 미국 문예지 <더 아틀란틱>, <아시모프 사이언스 픽션>, <에포크>, <메저>, <노트르담 리뷰> 등에 시, 단편소설 및 평론을 발표해왔다. <더 리릭 앤 양키 매거진>에서 시 부문으로 수상한 적이 있으며, 현재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 53개 전편을 다룬 소네트를 쓰고 있다.
감정을 기억해두면 글을 쓸 때 도움이 돼요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서 릴리는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녀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참고한 실존 인물이 있나요? 없다면 그런 캐릭터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요?
아직 릴리 같은 사람을 만나본 적은 없어요. 어쩌면 그게 더 다행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은 우선 그녀의 어린 시절을 상상하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의 삶에만 몰두해서 딸에게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부모와 사는 여자아이를 떠올리면서요. 그런 환경에서 자란 탓에 그녀는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게 됩니다. 그렇게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어내면서 릴리는 거기에 걸맞은 자신만의 도덕관을 형성하게 되고요.
몽크스 하우스 수영장 묘사가 기묘하면서도 무척 인상적입니다. 그 수영장의 모델이 된 실제 장소가 있나요? 마더 대학 같은 소설 속 배경들은 어떻게 설정하셨나요?
대학교 여름 방학 때 수영장 관리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꼬박꼬박 관리해주지 않으면 금방 연못처럼 변해버리는 그런 곳이었죠. 몽크스 하우스 수영장은 그곳을 모델로 삼았습니다. 마더 대학은 코네티컷 주 하트퍼드에 소재한 제 모교 트리니티 대학에서 영감을 얻었고요.
어떤 한국 독자는 “테드가 희생자라기보다 단지 미란다에 대한 미움과 증오에 빠져든 사랑의 패배자”이며 “만약 그가 그 자신, 그리고 아내에 대한 사랑을 좀 더 소중히 여겼다면 극단적인 복수에 빠져들지 않았을 것 같다”고 서평을 남겼습니다. 작가님은 테드와 그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테드의 선택은 거의 최악에 가깝죠. 저도 복수를 택하는 이야기를 썼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바람을 피웠을 땐 아무리 살인 충동이 일더라도 무시해버리는 게 상책이에요.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서 등장인물들은 서로 속고 속입니다. 작가님이 직접 겪어본 사건도 있나요? 혹은 이 책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된 경험 같은 게 있나요?
그리 대수로운 문제는 아니었지만 친구들이나 애인에게서 배신감을 느낀 적은 있습니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감정을 기억해두면 글을 쓸 때 도움이 돼요. 자기 자신과 전혀 닮지 않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쓸 때라도 말이죠.
책의 결말 부분에서는 ‘릴리의 엄마는 다른 사람들한테 완전 무관심하다가 왜 갑자기 환경운동가가 된 거지? 뭔가를 알아채고 공사를 반대하게 된 건가? 아니면 그때까지 딸을 돌보지 않은 걸 속죄하려는 걸까?’ 같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결말에서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건가요?
제가 썼던 글 그대로 독자 여러분께 말하고 싶었어요. 초원을 뒤엎는 건 릴리에게 ‘아마도’ 몹시 나쁜 소식일 겁니다. 본인 생각에 시체를 완벽히 묻었다 싶어도 실제로는 그 깊이가 그다지 깊지 않을 수도 있겠죠.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누군가요?
릴리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처음에는 릴리를 조연급으로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려고 보니 이 캐릭터가 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거예요. 그래서 주인공으로 정해버렸죠. 릴리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비록 살인자이긴 하지만 무척 실리적인 사람이라는 거예요. 그녀에게 살인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일이기에 바로 실행에 옮기죠. 크게 봐서는 누구 하나 죽여도 세상에 별 차이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이야기가 결말로 다가갈수록 릴리를 점점 응원하게 되는 독자가 많습니다. 왜 그런 감정이 드는 걸까요?
맞아요, 전 세계의 독자 여러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이건 방금 말씀 드린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릴리는 실리적이지만 결코 악하진 않은 사람이에요. 게다가 그녀가 죽인 사람들도 성인군자 같은 부류는 절대 아니죠.
독자 반응이 어떠리라 예상하셨습니까? 출간 후에 가장 인상적인 평가는 무엇인가요?
원래 글을 쓸 때는 독자들을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하지만 그간 쏟아진 긍정적인 반응들 때문에 한껏 놀라긴 했습니다. 수많은 독자가 릴리를 진심으로 응원했다는 사실 역시 놀라웠고요. 가장 인상적인 평은 책을 펼친 자리에서 다 읽었다는 말이었어요. 경악과 전율을 동시에 느꼈죠.
누구나 한 번쯤은 복수를 생각해보기 마련
헌정문으로 “어머니, 엘리자베스 엘리스 스완슨에게 바친다”라고 쓰셨지요. 작가님의 인생에서 어머니는 어떤 존재인가요?
어머니는 제게 반석과도 같은 존재예요. 지금도 가까운 곳에 사신다는 게 저한테는 참 다행이죠. 어머니가 이 책을 마음에 들어 하셔서 마냥 기쁩니다.
상당히 이분법적인 사고이긴 합니다만, 보통 우리는 인간의 본성이 근본적으로 선하다거나 악하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어느 쪽을 신뢰하시나요?
사람들 대다수가 근본적으로 착하다고 믿어요. 궁지에 몰리거나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에 놓이지 않는 한은요. 물론 그럴 때는 선하다는 가정이 무색해지긴 하지만요.
한국 사람들에게는 복수를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관용을 미덕으로 여기지요. 복수를 소재로 삼은 작가로서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국에서도 복수를 죄악시하는 건 마찬가지예요. 어쨌거나 가장 좋은 건 용서죠. 그런데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복수를 생각해보기 마련이고 실제로 크고 작은 복수를 당할 수도 있잖아요.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미국 사람들 역시 복수를 주제로 한 이야기에 빠져드는 게 아닌가 싶고요. 어른이 되어서 복수를 꿈꾸진 않더라도 어릴 때는 분명히 다들 그랬던 적이 있을 겁니다.
요즘 어떤 책을 읽고 계신가요? 그 책이 왜 인상적인가요?
로런 뷰커스(Lauren Beukes)가 쓴 『샤이닝 걸스』라는 멋진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시간 여행이 가능한 연쇄 살인마 이야기인데, 이 남자가 죽인 사람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가장 흥미롭습니다.
당신에게 있어 글을 쓰는 데 가장 관심 가는 주제와 소재는 무엇인가요? 단편이나 에세이를 쓸 계획은 없는지요?
미스터리와 범죄 이야기가 저는 가장 관심 있습니다. 단편 소설은 이따금 쓰는데 에세이는 별로 없어요. 잘 써지지가 않네요.
작가님의 처녀작인 『시계 심장을 가진 소녀』가 내년에 한국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 책을 한국 독자들에게 살짝 소개해주십시오.
이 이야기는 두 가지 다른 시간대를 배경으로 진행됩니다만, 조지와 리아나라는 등장인물은 두 시간대에 똑같이 등장합니다. 두 사람은 대학교에서 처음 만나고 20년 뒤에 다시 만나게 되는데, 만남의 순간마다 끔찍한 일이 벌어지죠. 뒷이야기는 책을 통해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인터뷰를 읽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한국어판 표지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여러분도 그러셨으면 합니다.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머지않은 시기에 한국을 꼭 방문했으면 해요.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저/노진선 역 | 푸른숲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낯선 공간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서로 사생활을 털어놓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와 도입부 설정이 흡사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모티브만 비슷할 뿐 더욱 팽팽한 성적 긴장감과 설득력 있는 줄거리가 차원이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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