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살게 하는, 희망의 철학
『다 좋은 세상』 전헌 저자 인터뷰
하루가 멀다 하고 무섭고 끔찍한 일이 끊임없이 벌어지는데 칠십 평생을 산 철학자가 말한다. 다 좋은 세상이라고. 그리고 묻는다. 다 좋은 세상이 아니라면 세상이 왜 있겠냐고. 여러분은 왜 있겠냐고.
하루가 멀다 하고 무섭고 끔찍한 일이 끊임없이 벌어지는데 칠십 평생을 산 철학자가 말한다. 다 좋은 세상이라고. 그리고 묻는다. 다 좋은 세상이 아니라면 세상이 왜 있겠냐고. 여러분은 왜 있겠냐고.
철학자 전헌이 말하는 “다 좋은 세상”은 구도자의 종교적 메시지가 아니다. 자기계발을 위한 긍정적 마음가짐도 아니다. 매코믹신학대학원, 뉴욕주립대, 성균관대, 국민대에서 교수를 지낸 그가 일평생의 공부를 통해 다다른 철학의 정답이다. 그가 세상에 내놓는 첫 번째 책 『다 좋은 세상』은 다 좋은 세상을 입증하기 위한 철학적 명제들로 엮여 있다. 강연 현장의 입말로 편안하게 쓰였지만 고대철학부터 현대철학에 이르기까지 동서양 철학의 중요한 길목들을 두루 지난다. 공자의 중용,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이데아론, 퇴계의 사단칠정, 칸트의 비판철학, 스피노자의 감정론, 하이데거의 해석학, 성철의 돈수론 등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철학적 개념들이다. 철학자 전헌의 수업을 들으면 “살 것 같다”는 제자들의 말처럼 『다 좋은 세상』은 인정사정없는 시대에 만나는 희망의 철학이다.
이미 모든 것은 ‘다 좋은’ 상태, 우리가 공부할 것은 그 좋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말을 더 자세히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하나의 ‘사실’을 두고 우리는 저마다 다른 ‘상태’가 됩니다. 바닷속이라는 하나의 사실을 두고 물고기와 사람의 상태가 다르듯이 말입니다. 사람은 물에서 숨을 쉴 수 없으므로 물에 빠진 상태가 나쁘다고 합니다. 이는 당연하고도 정확한 사실 확인입니다. 이렇게 사실을 확인하고 나면 사람이 물에 빠지는 상태가 없도록 공부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잠수복이나 잠수함을 만들어 물고기 못지않게 깊은 바닷속을 즐길 수도 있고요.
요즘은 자신의 상태에 대해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살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상태가 ‘나쁘다’는 말은 공부할 ‘사실’에 부닥쳤다는 것이지, 사실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이미 있는‘사실’입니다. 세상을 사실대로 공부하고 배우면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서로를 존중하게 됩니다. 그러나 상태가 나쁘다고 사실을 공부하지 않으려 한다면 나쁜 상태에서 허덕이게 됩니다. 철학은 사실대로 공부해서 있는 그대로 좋은 세상임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세상에는 악이라고 느껴지는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세월호 사태도 그렇고, IS테러 등도 그렇고, 당한 사람과 해한 사람, 악한 사람과 악한 행위가 있을 텐데요. 이러한 경우에도 ‘좋은 세상’일 수 있는지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세상에 악이라고 느껴지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세월호 사태나 IS테러를 악이라고 느끼지 않거나, 관련된 사람들과 그 행위에 분노를 느끼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겠지요.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다 좋은 세상’은 사실입니다. 악한 사람이나 악한 행위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려고 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고요. 그들은 다 좋은 세상이라는 사실을 지키지 못해 지탄받는 것입니다.
한편, 악이라고 느껴지는 일들이 일어난다고 사실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속단을 내려버리면, 세월호 사태나 IS테러 같은 일들이 또 벌어집니다. 나쁜 세상이 엄연한 사실이라며 나쁜 일을 자행하게 됩니다. 홀로코스트나 IS테러는 나치나 IS가 그들만의 악을 없애겠다고 벌인 일입니다. 다 좋은 세상이 아니라고, 나쁜 것이 있다고 벌인 참사입니다.
천재지변은 인간을 끔찍한 상태에 빠뜨리지만 공부하여 사실을 바로 알고자 노력한 덕분에 인류는 수만 년 동안 보금자리로서 지구를 아름답게 지키고 있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사실을 애써 배우려 않고, 악이라고 느껴지는 일이 일어나기가 무섭게 살인과 파괴를 서슴지 않는다면 저만 좋은 세상이 따로 있다고 억지를 쓰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억지투정도 사실이라서 우리는 세월호 사태도 IS테러도 남김없이 면밀하게 파헤치고 공부하여서 당한 사람과 해한 사람, 악한 사람과 악한 행위의 부질없는 재발을 막아야 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다 좋은 세상’은 사실이기에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배우기만 하면 백발백중 확인됩니다.
불교의 ‘천상천하유아독존’, 성경 요한목음의 ‘독생자’를 같은 의미로 보셨습니다. 무슨 뜻인지 조금 더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부처님이 태어나면서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했다는 말이나, <요한복음> 1장 14절에 나오는 예수님이 ‘독생자’라는 말은 누구나 사람은 나 하나뿐이라는 말입니다. 우주에 있는 모든 개체가 하나뿐이라는 사실은 과학이 입증합니다.
부처님도 예수님도 사람은 오로지 ‘나답게’ 살아야지, 남처럼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붓다처럼’이라든가 ‘예수처럼’이라는 말은 ‘나답게’ 산다는 것이지, 나를 버리고 남처럼 산다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나답게’ 사니까, 사람은 다 다르니까, 서로 배워서 알아야 할 것이 무궁무진하고 배우면 배울수록 눈부시게 다양한 ‘다 좋은 세상’이 더욱 좋은 것입니다.
세상에 종교가 참으로 많습니다. 저마다 고유의 모습으로 살면 모든 종교가 서로 배우고 알아서 즐겁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처럼’ ‘예수님처럼’ ‘무하마드처럼’이라는 말을 앞세우고 남처럼 살기를 강요하면 어느새 종교는 파당이 되어버리고 종교 간의 갈등이 처절한 전쟁의 불씨로 번집니다.
종교뿐만 아니라, 이념 투쟁도, 문명 충돌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하나뿐인 나답게 살면 서로 배우고 즐길 일이 많은데, 남을 따라 산다며 패거리를 짓고 서로 헐뜯고 해칩니다. ‘다 좋은 세상’은 모두 빠짐없이 나답게 사는 세상이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소중합니다. 패거리를 만들다 보면 세상을 온통 패거리로 보게 되고 제 패거리가 아니면 나쁘거니 합니다. 나 하나뿐인 사실을 알면 남도 하나뿐인 사실을 알아 서로 사랑합니다.
행(幸)과 불행(不幸)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다 좋은 세상이 아닌가 싶으면 우리가 행복할 수 있을까요? 힘들고 어려울수록 더욱 다 좋은 세상을 배워 알며 믿고 살면 행(幸)입니다. 악이라고 느껴지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고 배우려 않고 나쁜 세상인가 보다 속단해버리면 불행(不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불행을 좋아하지도 바라지도 않기 때문에 불행의 문턱을 넘어 행으로 나아가기 마련입니다.
전쟁정신이 모든 나라에 기본 정신으로 박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련의 세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있는 것이 나쁘면 없애버리면 된다는 것이 전쟁정신입니다. 질량불변의 법칙이 증명하듯이 있는 것은 아무리 바뀌어도 없어지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가 전쟁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사람의 감정이 사실에 진실하다는 확증입니다. 전쟁할 일이 있다 싶으면 서로 묻고 배우고 좋은 것을 알아야지, 서로 파괴할 일이 아닙니다. 다 좋은 세상을 공부하고 확인하려고, 내 상태를 좋게 하려고, 다른 사람의 상태 또한 좋게 하려고, 서로 힘을 겨루며 다투기도 하는 것이지, 서로 나쁘다고 없애버리려는 것이라면 터무니없는 자포자기이며 자멸입니다.
철학과 신학, 퇴계학 등 다양한 범위의 연구와 공부를 해오셨습니다. 서로 다른 학문으로 보이는 영역을 어떻게 공부해 나가셨는지 궁금합니다.
다양한 범위의 연구와 공부는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매일같이 합니다. 다 좋은 세상이 아니라면 도대체 세상은 왜 있는 걸까 묻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부닥치는 모든 것이 하나도 빠짐없이 공부하고 배워서 알아야 할 일들이었습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배우면 배울수록 다 좋은 세상이 확인되어서 누구하고나 다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앞으로 철학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철학은 목숨을 걸고 다 좋은 세상이 사실인 것을 배워서 알고 즐기는 학문입니다.
소크라테스는 독약을 받아들고서도 세상이 나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증명합니다. 그는 “다 좋은 세상이 더할 나위 없는 배움이라는 것, 그것을 아는 만큼 정의와 그밖에 모든 것들이 유용하고 유익하다”(『국가』)고 했습니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종교에서 파문당하면서도 스피노자는 “세상의 모든 존재는 완전하다”(『에티카』)고 했습니다. 공자는 “세상을 원망 않고 사람을 깔보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 배워 알면 다 좋은 세상”(『논어』)이라고 했습니다.
희망이 없다고 하고 더군다나 다 좋은 세상이라는 말은 꺼내기조차 어려운 시대에, 천재 영웅들이 사납게 난무하는 슬프고 괴로운 시대에, 그들은 참으로 어렵게 살면서도 다 좋은 세상이 사실임을 배워서 알았습니다.
다 좋은 세상전헌 저 | 어떤책
“다 좋은 세상”은 구도자의 종교적 메시지나 자기계발을 위한 긍정적 마음가짐이 아니다. 철학자 전헌이 일평생의 공부를 통해 다다른 철학의 정답이자 인생의 진실이며 세상의 사실이다. 이 책은 다 좋은 세상을 입증하기 위해 철학자 전헌이 힘껏 밝히는 철학적 명제들로 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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