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채소 주스나 샐러드에 대한 편견
제프리 스타인가트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날 야채에 들어있는 독소는 진짜 독해서 샐러드를 먹는 사람들을 진짜 병들게 만들 수 있다. 일부 독소는 열에 제거되기도 하지만 세균이나 곰팡이를 먹은 채소들은 독소를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몇 해 전 미국 캘리포니아 고급 주택가에 있는 대형 유기농 마트에 들린 적이 있다. 줄이 길게 늘어선 한 코너에서 비트, 샐러리, 당근, 양배추, 날콩 등 다양한 채소들을 통재로 주문해 대형 믹서에 생으로 갈아 즉석에서 마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스라기보다는 녹즙에 가까운 형태로 음료를 제공하였는데 이 가게는 근방에 헐리웃 스타들도 주 고객으로 드나들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고 들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생 채소와 과일을 즉석에서 갈아주는 주스 매장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물론 가격은 비싼 축이다. 그런가 하면 한끼 식사로 샐러드를 주식처럼 이용하는 도시인도 많아졌다.
생 채소 주스나 샐러드를 식탐하는 이들의 심리적인 바탕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채소 중심의 샐러드는 아무리 먹어도 몸에 이롭고 살이 찌지 않는다는 믿음. 또 하나는 샐러드에 주재료인 생 채소들이 그 자체 모두 약이 된다는 믿음으로 섭취한다. 문제는 이러한 믿음으로 인해 개중에는 아예 고기나 생선 같은 음식들을 식탁에서 차단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이것이 대단한 건강식인 것처럼 인식되는 현상에 대해 일부 식품과학자들은 우려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생 채소에는 체내 소화를 방해하는 일종의 화학물질들을 다량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약자나 소화기능이 약한 여성이나 암환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날 채소를 먹다 보면 소화과정에서 자꾸 탈을 일으키면서 영양소 흡수가 제대로 안 될 수 있다. 따라서 채소를 먹을 때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거나 쩌셔 먹으면 이러한 문제를 많이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1925년 미국 남쪽에 위치한 푸에르토리코에서 날콩을 먹은 사람들이 모두 사망한 일이 있어 조사해 보니 날콩에는 시아노겐이라는 독소가 함유되어 있는데 이 독성이 거의 청산가리 수준으로 강했다고 한다. 이 성분은 어린 죽순이나 덜 익은 기장이나 귀리 등 곡류에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음식들을 먹을 때는 반드시 열에 익혀서 먹기를 권장하고 있다.
미국의 음식평론가 제프리 스타인가트는 저서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를 통해 “날 야채를 매 끼니마다 먹는 사람들은 냉동피자나 통조림만 몇 달째 먹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병든 어린아이와 같다”고 전제하며, “날 야채에 들어있는 독소는 진짜 독해서 샐러드를 먹는 사람들을 진짜 병들게 만들 수 있다. 일부 독소는 열에 제거되기도 하지만 세균이나 곰팡이를 먹은 채소들은 독소를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그는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풍부해 항노화식품으로 알려진 당근 역시 생 뿌리 부분에 카로타톡신이라는 독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 성분을 쥐에게 투입한 결과 심각한 신경장애를 일으켰다고 전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생 채소가 몸에 해롭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문제는 다이어트와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채소 식단에 무조건적인 환상을 가지면서 영양소가 결핍된 식단의 불균형이 야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진리는 건강한 식단에도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항목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제프리 스타인가튼 저/이용재 역 | 북캐슬
변호사에서 음식평론가로 전업한 독특한 이력의 저자가 여성지 〈보그〉에 연재한 음식 평론을 모은 책이다. 저자는 미식기행에서부터 음식에 관한 잘못된 건강 상식까지, 음식에 관련된 주제라면 어느 것에라도 철두철미한 자세로 임한다. 가능한 모든 자료를 연구해서 가장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결론을 내린 후, 자신이 직접 실행에 옮겨 봄으로써 최종적인 결과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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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전문기자 출신 제1호 푸드테라피스트 / 푸드테라피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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