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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과 유대인은 왜 돼지고기 섭취를 혐오할까

마빈 해리스의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힌두교인은 왜 쇠고기 섭취를 혐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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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겉으로는 이상하고 혐오스러워 보이는 음식 관습들이라도 그 문화적 이데올로기의 저변을 들여다보면 생물학적인 합리성을 찾아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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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식탁에는 태고적 까마득한 그 옛날부터 동물성 단백질을 제공하는 음식물들이 존재해 왔다. 다만 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완성하는 기술만 더 보기 좋게 더 맛나게 진화되어 왔을 뿐이지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는 인간이 생태계 안에서 생존하면서 종족을 보존하고 확장하려는 일종의 본능적인 욕구나 다름없다. 그리고 고기 섭취는 인류에게 절대적으로 주어진 생물학적인 강제성이었다.

 

그런데 점차 인류가 발전하고 국가들이 형성되면서 인간의 생태계에 절대적인 동물성 단백질 즉 고기 섭취에도 먹어야 될 것 먹지 말아야 될 것의 구분이 명확해졌다. 예컨대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쇠고기를 기피하고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는 돼지고기를 혐오한다. 같은 고기 단백질인데도 한국인들의 경우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는 즐기지만 염소고기나 말고기 혹은 쥐고기나 바퀴벌레 같은 벌레류는 먹는 상상만 해도 펄쩍 구토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런데 미국의 한 부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쥐고기를 먹는 사회가 40여군데에 이른다고 하니 인간의 식습관은 왜 이처럼 극과 극으로 다양한 것인지. 특별한 음식 선호와 기피가 어떤 사람들한테는 나타나는데 또 다른 사람들한테는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우리가 흔히 즐겨 마시는 우유조차도 어떤 사람들은 잘 먹는데 반해 어떤 사람들은 전혀 즐기지를 못한다. 단순히 먹기 좋은 음식은 소화생리학적인 차원을 넘어서 오랜 세월 식습관의 전통과 관련된 음식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 같다.

 

인류의 전쟁 역사를 살펴보면 화약고의 불씨가 대부분은 종교전쟁으로 종교가 다른 사람들은 상대방의 종교적인 신념에서 비롯된 음식문화 조차도 비방하고 경멸함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음식이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는 의미에서 보면 우리가 오래 전부터 아무 생각 없이 즐겨 먹었던 음식들은 단순히 먹기 좋아서 먹어온 것인지 아니면 금새 머릿속에서 떠올려지는 그런 음식이라서 자주 먹고 즐겨먹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한국인의 주식인 밥을 생각해보자. 어떤 이유로 우리는 그 오랜 세월 빵이 아닌 밥을 주식으로 삼고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까지 있을 만큼 식탁의 주인공으로 밥을 즐길 수 있는 것인지.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인류학자인 마빈 해리스는 어떤 음식은 먹기에 좋고 어떤 음식은 먹기에 나쁜지는 그것이 식습관 전통과 음식문화에 근간해 먹기에 좋은지 나쁜지 드는 생각 즉 관념에서 비롯되었다고 단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념은 집단의 실용성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이다. 그가 쓴 『음식문화의 수수께끼』는 인간이 아무리 종족 보존적인 차원에서 선택한 음식이라도 즐겨 먹는 음식은 영양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집단 정신을 채우기 전에 집단의 뱃속을 채워줘야 하는 지극히 실용적인 생각에서 선택되었다는 것이다. 즉 먹기 좋은 음식은 영양가를 따지기 이전에 먹기 나쁜 음식 보다 비용에 대한 이득이 실질적으로 더 많은 음식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를테면 대부분의 육식 요리법은 상대적으로 인구 밀도가 낮고 토지 여건상 곡물 재배가 적당치 않거나 필요하지 않은 것과 상관이 있다. 반면에 채식 요리법은 인구밀도가 높고 인간이 먹을 수 있는 단백질과 열량의 양을 줄이지 않고는 고기를 얻기 위해 가축을 기를 수 없는 환경이나 식량 생산 기술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인도 힌두교인들에게 고기 생산은 생태학적으로 비실용적이어서 고기를 안 먹는 것이 고기를 먹는 것보다 영양적으로 훨씬 인간에게 이롭기 때문에 고기 섭취가 기피되었다. 이러한 생각이나 관념이 고기를 금기 음식으로 자리잡게 한 것이다.  

 

따라서 겉으로는 이상하고 혐오스러워 보이는 음식 관습들이라도 그 문화적 이데올로기의 저변을 들여다보면 생물학적인 합리성을 찾아볼 수가 있다. 민족마다 주어진 자연 환경에서 자신들의 종족을 보존하고 역사를 발전시키기 위해 최대한 적응하려는 합리적인 시도를 엿볼 수 있다. 때문에 음식문화는 결국 인류의 역사를 큰 테두리에서 하나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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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연수(의학전문기자 출신 1호 푸드테라피스트)

의학전문기자 출신 제1호 푸드테라피스트 / 푸드테라피협회장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저/<서진영> 역13,500원(10% + 1%)

이 책은 세계의 기이한 음식문화에 관해 문화생태학적 입장에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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