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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도롱 또똣> 언제쯤 ‘맨도롱 또똣’해지나요?

MBC 수목드라마 <맨도롱 또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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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도롱 또똣>이 이런 갈등 요소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한 것은 그것이 드라마의 매력을 좌지우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미미한 드라마의 매력은 뒤에 가서 꽃처럼 피어날까. <맨도롱 또똣>은 제목처럼 기분 좋게 따뜻한 온기를 시청자들에게 안길 수 있을까.

오만하고 건방진 남자와 순진하고 선량한 여자의 사랑이란 로맨스 최고(最古)의 고전이다. 애초에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서부터 시작된 클리셰이며, 현재에 이르러서도 다양한 변주가 이뤄지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한국 드라마에서 이런 클리셰를 가장 자주 이용하는 작가 중 하나는 홍자매다. 이 위에 아이돌, 현대로 돌아온 구미호, 탑스타, 혹은 귀신을 볼 수 있는 여자 등 다양한 소재를 얹어 변주를 일삼긴 하지만 서사의 기조를 이루는 캐릭터 성격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홍자매의 신작 MBC <맨도롱 또똣> 역시 그렇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고난도 역경도 겪어본 바 없는 애정결핍 베짱이 백건우(유연석)와 이것 저것 되는 일이 없어 잔뜩 뿔이 난 홧병 개미 이정주(강소라)는 그간 홍자매가 그렸던 드라마 속 캐릭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독특하고 톡톡 튀는 성격으로 눈길을 잡아 끌었던 기존의 드라마와는 달리 <맨도롱 또똣>은 이야기도 캐릭터도 한 김 식은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4회 방송을 마친 지금까지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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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_ MBC

 

세상 모든 일에 열정이라는 것 없이 사는 백건우가 대뜸 제주도에 레스토랑 ‘맨도롱 또똣’을 차린 이유는 목지원(서이안)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이곳 풍경이 가장 예쁘더라,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에 건우는 사람들도 잘 오가지 않는 곳에 한 메뉴 레스토랑 맨도롱 또똣을 개업한다. 문제는 지원이 제주도를 떠난 이후엔 건우의 맨도롱 또똣에 대한 열정도 푹 식어버렸다는 것인데, 그래서 지금은 그냥저냥 취미 생활처럼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다. 레스토랑 근처의 폐가에 어렸을 적 인연을 맺은 정주가 이사를 오고, 전 재산을 다 들여 카페를 하겠다는 소리에 다들 고개를 젓는다. 아니나 다를까, 비오는 날 폐가 지붕이 버티지 못하고 날아가 버리고 건우는 술김에 더 이상 필요 없는 맨도롱 또똣을 계약금 5천만원에 정주에게 영구 임대하기로 한다. 하지만 지원이 다시 제주도로 돌아와 근무를 시작한단 소식을 전하고, 건우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맨도롱 또똣에 은근슬쩍 다시 발을 들인다.
 
초반부, 건우의 모든 동인이 목지원이라 설명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홍자매의 기존 드라마에서 주된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빈번히 여자 조연 캐릭터였다(<쾌걸 춘향>, <마이걸>, <미남이시네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최고의 사랑>, <주군의 태양> 등). 대체로 남자 주인공과 일방적 관계를 맺어왔던 이런 캐릭터들은 두 남녀 주인공을 이간질하고 극에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으로 존재 이유를 증명하니까. 극에서 지원의 역할이 다소 모호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그의 캐릭터에서만 찾는 것은 오류가 아닐까.
 
문제는 남자 주인공이다. 많은 인기를 끌었던 <최고의 사랑>이나 <주군의 태양>, <미남이시네요>, 혹은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남자 주인공은 모두 확고한 캐릭터성을 자랑했다. 오만하고 거침 없는 재벌 2세, 탑스타, 아이돌, 혹은 떼 쓰는 미운 일곱 살 같은 배우 지망생. 초반부터 독특한 장면과 대사로 개성을 자랑했던 캐릭터들이 있었으므로 드라마는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맨도롱 또똣>에 이르러 백건우는 상대적으로 밋밋한 느낌을 준다. 딱히 눈에 띄는 개성도 없거니와 4회까지의 서사 속에서 어떤 캐릭터인지 한눈에 파악하기 힘들다. 제 레스토랑을 팔아치우려고 느물대다가도 딱한 처지에 빠진 정주를 그냥 두지 못하고 두 발 벗고 나서기도 하고, 한 개 남겨둔 전복을 널 위해 쓰겠다 세상 둘도 없는 좋은 친구처럼 말하다가도 지원 앞에서 그런 약속을 새카맣게 잊는다. 오만하고, 건방지고,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자신만만하고, 아이처럼 떼를 쓰던 전작의 캐릭터들은 일견 실소를 자아냈지만 그 이상의 기대를 유발했다. 말하자면 의외성이 주는 전복(顚覆)의 쾌감이 준비된 캐릭터였던 셈이다. 하지만 몰개성한 백건우는 딱히 매력적이지 못하고, 남자 주인공이 아우라를 잃자 그에 존재 이유를 두는 여타의 캐릭터들도 갈 길을 잃는다.
 
여자 주인공 이정주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화난 개미’라니, 얼핏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법한 캐릭터일 것 같다. 하지만 첫 장면부터 이것저것 울분을 참기 힘든 과도한 설정이 이어지고, 정주가 무력하게 상황에 휩쓸리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그저 한숨만 자아낼 뿐이다. 남자 주인공 앞에서 사랑스럽고 어여쁘게 보여야 할 장면에서도 정주는 지나치게 억척스러워 오히려 비감을 유발한다. 마땅히 사랑스러워야 할 로맨틱 코미디의 히로인이―사실 로맨스의 여자 주인공에게 바라는 단 한가지의 덕목이기도 하다―딱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다는 것은 커다란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자 주인공은 못생기고 속물이어도 좋고, 나이가 많고 능력이 없어도 상관 없지만 적어도 남자 주인공 앞에선 사랑스럽고 어여뻐야 한다. 그것이 로맨틱 코미디의 숙명이며, 소위 말하는 ‘케미’, 화학 작용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맨도롱 또똣>은 남녀 주인공 사이 불꽃 튀는 케미는커녕 밋밋하고 건조한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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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MBC

 

4회, 정주와 건우는 엉겁결에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건우가 정주에게 충동적으로 계약서를 써 준 것은 정주가 말기 암 환자라고 오해했기 때문이며, 그가 다시 맨도롱 또똣으로 비집고 들어온 것은 지원 때문이다. 서로가 모르는 갈등 요소가 산재해 있는 셈이다. <맨도롱 또똣>이 이런 갈등 요소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한 것은 그것이 드라마의 매력을 좌지우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미미한 드라마의 매력은 뒤에 가서 꽃처럼 피어날까. <맨도롱 또똣>은 제목처럼 기분 좋게 따뜻한 온기를 시청자들에게 안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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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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