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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너무나 인간적인 고결한 심장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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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사랑하는 비디, 만약 네가 나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겠다고 말해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인해 틀림없이 이 세상은 나에게 더 아름다운 곳이 될 것이고 나 역시 이 세상에 좀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될 거야. 그리고 나는 너를 위해 이 세상을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거야. 『위대한 유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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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줄


『탈무드』에서 ‘인생은 바이올린 줄’이라고 하면서 바이올린 줄이 팽팽하게 당겨 있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했다. 이런 줄에는 많은 가능성이 숨겨져 있기 마련이고, 바이올린을 타는 사람에 따라서 훌륭한 음색이 나온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도 어려움 속에서 비로소 아름다운 음색이 나온다고 했다. 자기 속에 숨겨져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음색을 내기 위해서 괴로움이나 인내, 어떤 때는 실패라는 대가를 치르는 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찰스 디킨즈의『위대한 유산』에 나오는 핍은 지금의 생활로는 만족할 수 없어 다른 종류의 삶을 살고 싶었다. 그 또한 바이올린 줄을 팽팽히 당겨보려고 했는데 그가 선택한 것은 바로 신사가 되는 것.


신사! 물질적으로 부자여서 사람의 품격이 좋아 보일 수 있어 어느 누구라도 간절히 바라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가난한 노동자 운명으로 타고난 그가 신사가 된다는 것은 불가사의한 모순이었다. 신사처럼 살 수 없는 것은 물론 그럴 수도 없는 현실 때문에 그는 비참함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 만약에 그가 엄청난 부자인 미스 해비셤에게 초대받지 않았다면 그의 가슴이 5만 배나 복잡하게 뒤엉키면서 찢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숙녀 에스텔러 앞에서 자신의 삶이 얼마나 초라했는지 그의 갈비뼈가 하나가 부러질 정도로 상처를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살고 있는 이쪽 세상이 아닌 저쪽 세상 즉 신사를 갈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련한 환상


인생의 특별한 순간, 즉 신사가 되고 싶다는 순간 이전에 그는 매부인 조가 운영하는 대장장이의 도제로써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았다. 한편으로는 평범하고 수수한 비디의 도움으로 알파벳을 깨우쳐나가면서 자신의 비범함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던가. 그는 타고난 운명대로 사는 정직한 삶은 아무것도 부끄러워할 게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신사가 되고 싶다는 감정이 생기고부터 그는 자기 직업과 생활을 부끄럽게 여겼다. 무엇보다도 그가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올바른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조가 보여준 강한 근면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비록 조가 이 세상 누구보다도 좋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지식이나 예절은 뒤떨어질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러한 두려움과 설레임 속에서 그는 뜻밖의 행운을 맞이하게 되는데 누군지 정체를 밝히지 않는 후견인이 그가 신사가 될 수 있도록 인생을 변화시켜 주었다. 그러자 혹독한 가난에서 부족한 생활을 했던 그는 아주 여유로운 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신분상승이라는 욕망이 절실했던 그에게 신사되기는 오히려 인간성의 나쁜 측면을 드러내고 말았다. 가령, 가슴 속에 부드러움이 전혀 없는 에스텔러는 동정심을 바보 같은 것으로 얕잡아 보았다. 그런데도 그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신사의 매력에 빠져 가련한 환상에 그만 움츠리며 살았다.

 

장식물 같은 존재


돌이켜보면 그에게 신사는 멘토였다. 에스텔러를 숙녀로 부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람들은 사회적 명성과 지위 그리고 여유로운 삶을 가진 그들 즉, 신사이거나 숙녀처럼 살고 싶어 하니까. 하지만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그들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의지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아무래도 타인이 선택하거나 강요하기 보다는 자신의 적극적인 선택이어야 한다. 어떤 선택을 두고 상대방의 잘잘못을 탓한다고 해서 고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기까지 어떤 한 사람의 영향력이 이 세상에 어느 정도인지 아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한 사람의 영향력이 바로 자신의 곁을 지나갈 때는 그것은 아주 가능한 일이 된다.


그가 신사되고 싶다는 순간부터 자기 집을 부끄럽게 여기면서 배은망덕하게 되거나 에스텔러가 그토록 심장이 없는 숙녀가 된 것 이 모두가 미스 해비셤의 적지 않은 영향 때문이었다. 우선적으로 미스 해비셤은 그녀가 숙녀가 되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하지만 미스 해비셤이 선택한 방법은 세상을 등진 채 자기만의 치유의 방법으로 그녀를 숙녀로 만들었다. 버림받은 애정과 상처받은 자존심을 복수하기 위해 미스 해비셤은 그녀를 밤낮으로 감시하면서 결국에는 장식물 같은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가슴에 따듯함이 전혀 없는 얼음을 채워놓았다. 이런 그녀에게 모든 아름다운 상상의 화신이라고 말하면서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그는 허영심에 가득 찬 신사라는 고질병에 걸리고 마는데.

 

고결한 사람


그래서 우리는 물질적 보상이거나 어떤 앙갚음이거나 호감을 얻기 위해 신사가 되려고 하는 것은 고통의 끝이 아니라 시작인 것을 알게 된다. 돈으로 신사를 살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 신사에 집착하는 세상에서 신사라는 명분이 아닌 자신의 의무를 다하며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추구하며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사는 순박한 사람들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순박한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 자리에서 성실하고 훌륭하게 역할을 할 정도로 자존심이 아주 강하다. 다시 말하면 순박한 사람들의 자존심은 설득의 대상이 아니다. 


누구보다도 대장장이 조가 보여준 모습은 순수할 정도다. 그는 속물적인 인간으로 변해버린 핍으로부터 멸시와 조롱을 당했다. 하지만 핍이 신사의 꿈이 부서져버린 후유증으로 열병에 걸리자 다정한 손으로 정성스럽게 간호해주었다. 그러자 핍은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오 하느님, 참 그리스도인다운 이 고결한 사람을 축복하소서!

 

고결한 사람(gentle man)! 우리가 아는 신사는 젠틀맨(gentleman)이다. 그런데 고결한 사람은 놀랍게도 젠틀 맨(gentle man)이다. 조는 핍을 간호하면서도 어떤 칭찬이나 위로를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조가 보여준 인간적 사랑에는 그들이 서로 최고의 친구가 되는 것을 바랄 뿐이었다. 오로지 상처 입은 마음에 이로운 결과를 심어주는 순수한 마음 밖에 없었다.

 

단순한 기쁨


우리는 자신을 남들보다 높은 존재로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높은 존재에 빠진 나머지 심장이 없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아베 피에르는『단순한 기쁨』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랑은 타인의 자유에 대한 절대적 존중을 전제로 한다. 사랑하도록 강요받는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거기에 내 믿음의 세 번째 확신이 있다. 인간에게는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수십 억 개의 은하계로 구성된 거대한 이 우주에서 우리가 알기로 인간만이 자유를 부여받은 유일한 피조물이다. 거대한 우주에 비춰볼 때 너무도 미미한 존재일지라도 인간은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인간이 자유를 가진 존재이며, 이 자유가 그로 하여금 사랑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바로 거기에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

 

심장이 뛰지 않고 멈춘다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존재의 단순함은 심장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펄펄 뛰는 심장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보다는 시공간 초월하며 사랑을 위해 움직이는 심장이 더 아름답고 부드럽다. 그래서 고결한 영혼을 불러일으키는 고결한 심장. 이것이야말로 우리에게 단순한 기쁨이며 위대한 유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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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1 찰스 디킨스 저/이인규 역 | 민음사
셰익스피어와 더불어 영국을 대표하는 가장 훌륭한 작가 중 하나로 평가받는 찰스 디킨스의 작품. 『위대한 유산』의 배경은 작가 디킨스가 살았던 빅토리아 여왕 시대이다. 산업혁명의 결과, 중산계급이 물질적인 부의 축적을 바탕으로 급속히 성장하여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사회의 주도권을 새롭게 장악해 나간 시대였다. 『위대한 유산』은 바로 이 시대, 영국의 중산계급에 널리 퍼졌던 사회적 욕망을 충실히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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