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최따미의 두 발로 찾아낸 선물
전통과 인간미가 공존하는 안동하회마을
여행 전야에 만난 여행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이런 게 삶의 재미!
여행을 떠나기 전, 그곳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노력에 의한 정보수집이 아닌 우연히 여행지의 정보와 만나게 된다면? 그야말로 서프라이징 선물이다.
서울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부산이 고향인 나는 언제나 향수병에 휩싸여 있다. 특히, 마음 터놓을 수 있는 친구들이 부산에 많기 때문에 나는 그들과 자주는 아니더라도 때와 장소를 정해 '함께 여행하기'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물리적인 거리의 한계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는 소중한 이들과의 여행은 만남의 명목인 동시에 함께 간직할 추억거리가 되므로 내겐 굉장히 의미 있는 활동이다.
지난 여름, '함께 여행하기' 프로젝트로 동갑내기 친구와 안동하회마을을 찾았다. 가장 한국적인 관광지들 중 한 곳인 안동하회마을이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그곳에 대한 추억이 없었다. 물론, 중학생 때 수학여행 명목으로 찾긴 했지만 성인이 된 지금 내게 남은 기억이라곤 '발을 디뎠다' 정도의 희뿌연 기억뿐이었다.
사실, 여행을 가기 전엔 월영교, 도산서원 등 갈 곳들을 많이 계획해뒀지만 실상은 밥도 제대로 먹지 못 하고 하회마을을 여행 한 게 전부. 하지만 너무 좋았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만족도는 질적인 유희에 기반되기 때문! 쾌청한 날씨와 좋은 사람과의 동행은 장소와 육체적 힘듦을 뛰어넘는 행복을 선사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우연하게도 안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왓니껴(이동삼 연출, 2014년 作)>의 시사회에 참석하게 됐다. 이 우연한 현실이 여행에 대한 설렘을 배가시켰고, 이러한 우연한 사건들과 조우할 때면 '이 세상 모든 것들은 결코 분리되지 않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도 잠기게 만들었다. 영화는 안동이 고향인 혜숙이 엄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고향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첫사랑 기주를 만나 과거를 회상하며 그들만의 추억을 짚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더불어, 안동을 지키고 있는 둘의 친구 택규도 등장하면서 사랑과 우정의 소재를 아우른다.
<왓니껴>를 통해 만나게 된 안동의 전경들은 실제 여행 시 직?간접적인 영향을 줬다. 고향과 전통을 지켜내려는 혜숙 엄마와 택규의 삶은 실제로 내가 만났던 하회마을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의 삶과 연관지을 수 있었다. 문화마을로 지정된 이후 기념품점, 음식점 등 상업적인 건물들이 들어서 상업성이 더해진 점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과 문화를 고수하려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한 집에 들어서서는 그곳에 거주하는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이 집의 역사는 190여 년이 됐으며 이곳에 '다시' 들어오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나도 외도 좀 했지. 40년 정도는 도시에서 살았어."라고 밝힌 그의 모습에서 나 또한 향수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지금은 외도 중이지만, 언젠간 내가 태어난 공간으로 돌아가 향수의 짐을 벗어 던질 날이 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회마을을 여행하면 실제 거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다.
한편, 영화에서 기주가 차를 타고 지나가는 장면에서 보여졌던 부용대(芙蓉臺)에 올랐다. 부용대는 하회마을의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인데, 나룻배를 타고 짧은 강을 건넌 후 250m 정도 올라야 한다. 잠깐의 걷기로 최상의 뿌듯함을 만끽할 수 있으니 꼭 올라보길 권한다. 일종의 '전망대' 같은 곳인데, 인위적인 공간이 아니기에 산책 때문에 흘린 땀을 그대로 안아가는 자연바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나룻배에 타기 전, 찍은 부용대의 전경
부용대에 올라 조망한 마을의 일부
하회마을의 장점을 하나 더 꼽으라면, 역사와 문화의 공간일 뿐 아니라 자연에도 한껏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좀처럼 흙을 밞기 힘든 도시민들은 흙담길을 걸으며 힐링할 수 있을 것이며, 마을의 역사보다 더욱 오래된 노송들을 만날 때면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마을의 이름처럼 하회(河回)하고 있는 낙동강의 물길과 함께 산책하는 기분 또한 상쾌하다.
사실, 화려하고 현대적인 경관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하회마을은 따분하고 재미없는 여행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의 정체성의 근간을 보존하고 있는 공간이다. 영국 여왕이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방문한 곳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인 만큼 세계에서 인정하는 '가장 한국적인 곳'이다.
<왓니껴>에서 혜숙의 엄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안동의 전통 음식물인 헛제삿밥(제사를 지내지 않고서도 제사를 지낸 것처럼 음식을 만들어 먹는 풍습에서 기인된 가짜 제삿밥)을 판다. 안동찜닭 만큼이나 안동을 대표하는 음식이므로 여행 시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여행 전야에 즐겼던 영화와 실제로 내가 걸으며 확인하고 느낄 수 있었던 하회마을의 감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족애와 애정, 우정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는 내게 감동을 선사했고, 실제 나의 여행에서도 친구와의 우정, 우리 전통과 자연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었다. 다양한 정(情)이 살아 숨쉬는 공간, 안동하회마을. 전통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고픈 관광지를 찾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관광지다. 물론, 심적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풍수지리, 전통문화, 아름다운 자연경관, 무엇보다 휴머니티가 살아있는 공간인 안동하회마을.
영화<왓니껴>의 엔딩에서 볼 수 있었던 전통결혼식을 만나볼 기회는 없었지만, 하회마을 내에서는 다양한 전통문화체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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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함은 디지털영상 및 영화 전공 후 기자생활을 거쳐, 현재는 회사 내 전략기획팀에서 PR업무를 맡고 있다. 걷고 사유하는 것을 즐기며, ‘하고 싶은 건 일단 해보고 웃고 울자’ 식의 경험론주의를 지향하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영화, 공연, 전시회감상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의 쾌락을 만끽 중이며, 날씨 좋은 계절에는 서울근교든 장거리 장소든 여행할 곳들을 찾아 몸을 통한 독서를 실행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에서 ‘문화소믈리에, 최따미’라는 타이틀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예스24 파워문화블로거 및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tv5monde한국에서 프랑스영화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지라 “평생 글과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을 것이다”라는 포부를 지닌 그녀다. 자칭 컬처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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