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서유미의 한 몸의 시간
한 팀이 된다는 것
함께 손을 잡고 살아가기
우린 한 팀이고 새로운 팀원이 한 명 들어오는 것이다. 아기를 잘 키우고 가르쳐서 어떻게 하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새 친구가 오면 같이 재미있게 놀자. 뭘 하고 놀까 고민하자.
아기는 5개월이 되면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건 태담이 가능하고 태교를 해도 좋다는 얘기다. 태교하면 클래식 듣기와 동화책 읽어주기가 떠올랐다. 평소에도 글을 쓸 때는 가사가 있는 노래보다 연주곡이나 클래식을 즐겨 듣는 편이라 특별히 CD를 사거나 찾아듣지는 않았다. 그저 음악을 많이 들으려고 애썼다.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태담을 나누는 건 쑥스러워 배에 손을 얹은 채 텔레파시를 보내듯 마음속으로만 속삭였다.
축복아. 안녕. 뭐 하니? 지낼 만하니?
건강하라고, 잘 먹고 잘 자는 아기였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 걱정이 밀려들었다. 나를 닮은 남자아이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사는 게 얼마나 고달플까, 싶은 쪽으로 생각이 흐르면 배를 쓰다듬으며, 네가 아빠 엄마의 장점을 닮은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주문을 걸었다. 앞으로 아기를, 아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하다가 곧잘 잠을 설쳤다.
옆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자, 그건 사실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되게 권위적이고 이기적인 생각 같아, 라고 충고했다. 우리는 그냥 같이 살아가는 거지, 꼭 누가 누구를 키우는 건 아닐 거야. 우리가 그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다거나 어렵다고 느끼면 그 애도 그 감정을 그대로 느끼지 않겠어?
옆 사람의 말을 듣다보니 마음이 좀 가라앉았다. 우린 한 팀이고 새로운 팀원이 한 명 들어오는 것이다. 아기를 잘 키우고 가르쳐서 어떻게 하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새 친구가 오면 같이 재미있게 놀자. 뭘 하고 놀까 고민하자.
물론 괜찮은 놈이 들어오면 좋겠지. 기대해보자고.
옆 사람은 그렇게 말하며 내 배를 툭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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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2007년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 같은 해 창비 장편소설상을 탔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를 썼고 소설집으로 『당분간 인간』이 있다. 에세이 『소울 푸드』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