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시적인, 네루다의 신비로운 질문의 시 74편
결국 우리의 살아 있음마저 확인케 한다
엉뚱한 상상력의 소유자 네루다가 세상을 뜨기 몇달 전,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들이 담긴 『질문의 책』부터, 육식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는 조너선 사프란의『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세계적인 삽화가 장 자크 상뻬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그린 『상뻬의 어린시절』까지…. 읽지는 않았지만 최근에 산 책들을 소개합니다.
질문의 책
파블로 네루다 저/정현종 역 | 문학동네
대단히 시적인, 엉뚱한 상상력의 소유자 네루다의 웃기고, 초현실적이며, 신비로운 질문의 시 74편
파블로 네루다 시집. 번역은 시인이자 네루다 전문가 100인에게 주는 네루다 메달을 받은 바 있는 정현종이 맡았다. 1974년에 출간된 시인의 후기작 중 하나다. 시인이 세상을 떠나기 불과 몇 달 전에 마무리된 이 시집은, 파란만장한 역사적 소용돌이 속 한데 뜨겁게 휘몰렸던 그가 칠십 노인의 펜으로 그릴 수 있는 온갖 물음표들은 죄다 넣은 듯 모두 300개가 넘는 질문들에 둘러싸여 있다. 어떤 감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목적마저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네루다의 시들은 그만의 예리한 직관과 그만의 풍부한 직감으로 평범하고 일상적인 만물에 나날이 새 옷을 입히는 역할에 그 충실을 다하고 있다. 그때마다 쓴 자와 읽는 자 사이에 동시다발적으로 운동이 이뤄지는데, 일체의 강요도 일말의 부응도 없이 다만 오늘 예 있음을 느끼게 하는 파장의 힘은 결국 우리의 살아 있음마저 확인케 한다.
어머니
막심 고리끼 저/최윤락 역 | 열린책들
고리끼 문학의 최고봉
『어머니』는 고리끼 문학의 최고봉으로 소비에트 문학의 첫 장을 열었으며 문학사적으로 일대 전환점을 이루는 작품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소설은 1907년 러시아에서 처음 발간된 이래 각국의 언어로 번역 소개되어 전세계 수백만 사람들의 삶과 혁명의 교과서가 되었다.고리끼의 『어머니』 이전에도 노동 계급을 등장시킨 작품은 많았지만 그들이 동정의 대상이 아닌 역사 발전의 주체적 존재로서, 또한 불의에 맞서 싸우는 적극적 유형의 인간 계급으로서 묘사되지는 못하였다. 여기에 역사를 정확히 꿰뚫어 보는 작가로서의 탁월함이 있다.
경성 모던 타임스 - 1920 조선의 거리를 걷다
박윤석 저 | 문학동네
모던걸과 모던보이가 살아 숨쉰, 1920년대 경성으로 떠나다
2011년 9월부터 2012년 9월까지 약 1년간 「신동아」에 연재된 '잃어버린 근대를 찾아서'를 묶은 책으로, '한림'이라는 가상 인물을 관찰자이자 서술자로 앞세워 근대의 중심기라 할 수 있을 1920년대 조선의 역사적 사건을 비롯하여 사회.문화상을 폭넓게 아우르는 독특한 형식의 다큐멘터리다. 명확한 문장과 상세한 자료 조사로 역사적 기틀을 다졌고, 사건과 사연의 시공을 넘나들면서 이 시대를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살아간 이들의 목소리를 전함으로써 생동감을 더했다. 단지 1920년대의 사건과 변화상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1920년대 경성에서의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짚어본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저/송은주 역 | 민음사
고문당하고 오염된 동물의 살이 우리 살이 되어 가고 있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첫 번째 논픽션. 육식은 과연 자연스러운 관습인가, 이 시대의 악덕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포어는 공장식 축산업 종사자, 동물 권리 보호 운동가, 채식주의자 도축업자 등 다양한 입장을 지닌 인물들을 광범위하게 인터뷰했고, 소설가의 예민한 감수성을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많은 자료를 내세워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진실을 밝혀내고자 했다.저자는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모순되며, 단 하나의 일관된 태도는 탐욕과 지배이다.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겠다는 자본주의의 논리가 가장 잔인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나지만,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을 대상으로 삼으면서, 우리는 공감력을 잃고 그 자체를 망각하고 있다고 포어는 말한다. 그리고 그 공감력을 회복하고 우리가 벌이는 일들에서 '수치'를 느낄 때야 우리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고,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상뻬의 어린 시절
장 자끄 상뻬 저/양영란 역 | 미메시스
세계적인 삽화가 장 자끄 상뻬를 만든 그의 유년기
따뜻한 화풍과 재치 있는 유머로 인간의 삶을 경쾌하게 그려내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삽화가 장 자끄 상뻬. 이 책은 그가 회상하는 유년기의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들어 볼 수 있는 인터뷰집이다. 따뜻한 화풍으로 유명한 그이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따뜻한 적이 없었다. 그림 속 인물들에게서 얼핏 느낄 수 있는 외로움과 고단함은 그의 가난했던 가정 환경과 힘들게 독립하여 스스로 성장해야 했던 어린 시절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팬들의 상상과 달리 그의 유년기는 비참한 기억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낸 그가 어떻게 그리도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그릴 수 있는 걸까? 상뻬는 그것이 자기 치유의 한 형태인 것 같다고 말한다. 비참함 속에서도 작은 기쁨을 꼭 움켜쥐는 그의 순수함이 없었다면, 그리고 가난을 이유로 그림을 포기했다면, 우리가 과연 지금처럼 그의 그림을 볼 수 있었을까? 이 책에는 그가 제일 처음 신문에 게재했던 그림부터 그의 유년기의 기억을 투영한 듯한 그림들 총 2백여 점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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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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