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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방학을 보낼 아이에게

마침 시골에서 방학을 보내러 가는 아이가 있다면, 이런 그림책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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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덕분에 우리는 ‘보선이가 걸었던 길’을 마음에 담고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 걷고, 책 밖에서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림책

ⓒ 『들꽃 아이』(임길택 글, 김동성 그림, 길벗어린이)

 

여름방학을 맞아 산골마을 할머니댁에 온 아이가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는다. 할머니댁에 벌레가 너무 많아서 무섭다는 것이다. 앞좌석 등받이를 끌어안고 투정 이상으로 진지하게 필사적으로 버티는 아이를, 엄마 아빠는 어이없이 쳐다본다. 그러다 차창 너머로 부릅뜬 눈을 하고 ‘진짜 안 내릴 거야?’를 수없이 외치다 집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할머니는 서운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서 모기약을 뿌리고 또 뿌리며 종종걸음을 친다. 한 살 위 오빠는 자동차 타이어를 걷어차며 소리친다. “너땜에 모두 다 엉망이 되고 있잖아!” 삼촌은 옆 좌석에 앉아 아이 마음을 바꿔보려 한참을 애쓰다 포기하고, 어린 동생은 잽싸게 잡은 거미를 보란 듯이 차창 위에 올려놓고 놀려댄다. 뒷집과 옆집 할머니 두 분은 고개를 흔들고 혀를 차면서 개들이 신나는 일이라도 생긴 양 월월대는 것을 큰 잘못이라도 한 양 나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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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꽃 아이』(임길택 글, 김동성 그림, 길벗어린이)


아이에게 심각한 벌레 기피증이 있다는 사실을 가족 누구도 알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일까. 난감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할머니와 엄마가 밥상을 차린 모양으로, 차 안에 있는 아이를 남겨둔 채 모두들 마루에 엉거주춤 둘러앉는다. 그러고는 밥상머리에서 의논이 되었던지, 숟가락을 놓는 대로 자기 짐을 들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삼촌만 할머니댁에 남기로 하고, 온 가족이 계획을 바꿔 그날로 돌아가기로 했나보다. 

 

아들손자 오는 그날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렸던 할머니는 애써 웃는 얼굴로 아이가 앉은 쪽 차창을 어루만진다. 날 어둡기 전에 어서들 가라며 손을 흔든다. 자동차가 떠난다. 삼촌이 할머니 어깨를 감싸안고 들어간다… 개울 건너집 마당에서 벌어진 촌극을 멀찌감치, 그러나 산골이라 온갖 말소리가 바로 곁에서인 듯 들려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지켜보게 된 이웃들도 씁쓸하고 딱한 마음인 채 집안으로 들어간다.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던 아이’. 산골에서 살게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인데다 꽤 놀랐던 터여서, 서너 해 전의 일인데도 (사실은 직접 본 것과 이웃들에게서 전해 들은 내용이 재구성되었겠지만) 여름이면 그 아이 생각이 나고, 향나무에 오글오글 풍뎅이 류들이 모여있는 것을 볼 때에나 자벌레가 기어가는 것을 볼 때에도 그 아이 생각이 나곤 한다.

 

할머니에 대한 공경심이나 애정을 의심받고, 엄마 아빠를 난처하게 만들고, 사시사철 온갖 벌레와 함께 살아가는 산골 이웃들에게 실례를 했으나, 아이는 그저 자기가 끔찍이 싫어하는 것에 맹렬히 저항했을 뿐이다. 이 도시 아이의 문제는 ‘벌레’가 자기와 동급의 생명이며 존재라는 발견과 인식이 없었다는 것이니, 자연을 모르고 자란 환경 탓을 해야 할까. 


그렇다고 도시 아이들에게 ‘벌레’를 가르칠 일은 아니지만, 크게 에둘러 자연 속 아이들 이야기를 건네주고 싶다. 벌레며 꽃이며 나무며 구름이 나란히 관계 맺고 살아가는 삶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 마침 시골에서 방학을 보내러 가는 아이가 있다면, 이런 그림책을 주고 싶다. 

 

『들꽃 아이』는 1970년대 임길택 선생이 쓴 실화에 가까운 이야기가 김동성 화가의 빼어난 그림- 온갖 어여쁜 들꽃과 싱그러운 여름 숲 풍경 속에서 펼쳐진다. 대장간과 물레방아가 있는 시골 마을 학교로 발령받은 도시내기  김선생이 교탁 꽃병에 꽂힌 갖가지 들꽃의 아름다움에 눈뜨고, 그 꽃병을 도맡아 채우는 ‘들꽃 아이’ 보선이와 시골 아이들의 삶에 눈뜨고, 가정방문 가는 숲길에서 계절의 바람과 햇빛이 이룬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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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꽃 아이』(임길택 글, 김동성 그림, 길벗어린이)

 

아이들이 보선이가 꽂는 꽃들의 이름을 묻자, 식물도감을 구해 공부했던 김선생은 여름 숲  여기저기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들꽃을 보며 이렇게 감탄한다. “야, 그 많은 꽃들을 보선이는 이런 데서 꺾어왔구나!” 그러면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길을 걷는 아이라면 마음도 더없이 아름답게 자라겠지….’


이 그림책 맨 뒷장에는 이 내용과 관련해 임길택 선생의 산문집의 몇 줄이 인용되어 있다.
 
‘들꽃 아이’에 나오는 보선이도 실제 아이다. 이름 또한 그대로 썼다.…지금 아이들이 보선이가 걸었던 길을 잃어버렸다는 게 안타까워 이 글을 썼다. 이런 길을 잃었다는 것은 바로 우리의 꿈을 잃어버린 거나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림책 덕분에 우리는 ‘보선이가 걸었던 길’을 마음에 담고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 걷고, 책 밖에서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 방학을 맞은 아이와 어른을 위해 권하는 책



마법의 여름



후지와라 카즈에,하타 고시로 공저 | 아이세움

여름방학을 맞이한 주인공은 마냥 심심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 외삼촌으로부터 바닷가에 놀러가자는 엽서가 오고, 신이난 주인공은 동생과 함께 시골 삼촌댁으로 놀러간다. 마을 어린이들과 친구가 되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두 어린이는 새까맣게 그을려 가며 건강한 시간을 보낸다. 간결하고 시원한 일러스트가 즐거운 여름방학 분위기를 만끽하도록 해준다.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



르네 고시니 글/장 자끄 상뻬 그림/윤경 역 | 문학동네어린이

따뜻하고 정감어린 그림과 이야기로 대중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프랑스 삽화가 장 자크 상페의 작품. 초등학생 니콜라와 그의 친구들이 엮어가는 이야기가 잔잔한 미소를 불러 일으킨다.




 

 


방학이 몇 밤 남았나



초등 학교 어린이 38명 저/이오덕 편 | 보리

'참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운동’의 선구자 이오덕 선생님이 1978년에 엮은 《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가 새로 네 권으로 엮어 나왔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이오덕 선생님이 가르쳤던 농촌 어린이들이 쓴 산문과 일기 모음집으로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계절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권으로 나누었다. 이 책은 여름편으로 어린이들이 여름에 쓴 글들을 모아 수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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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상희

시인ㆍ그림책 작가, 그림책 번역가로 그림책 전문 어린이 도서관 '패랭이꽃 그림책 버스'와 그림책작가 양성코스‘이상희의 그림책워크샵’을 운영하면서, 그림책 전문 도서관 건립과 그림책도시 건설을 꿈꾸고 있다. 『소 찾는 아이』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은혜 갚은 꿩이야기』『봄의 여신 수로부인』등에 글을 썼고, 『심프』『바구니 달』『작은 기차』『마법 침대』등을 번역했으며, 그림책 이론서 『그림책쓰기』,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공저)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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