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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달걀의 색다른 변신

달걀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요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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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을 듯합니다. 사시미, 구이, 튀김, 예쁜 그릇, 한입크기의 작은 음식들... 그중에서 저는 보들보들 찰랑찰랑 달걀찜을 참 좋아합니다.

일식 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을 듯합니다. 사시미, 구이, 튀김, 예쁜 그릇, 한입크기의 작은 음식들... 그중에서 저는 보들보들 찰랑찰랑 달걀찜을 참 좋아합니다. 한번은 굳어 있길래 거꾸로 뒤집어봤더니 국물처럼 쏟아져 홀 서버의 눈총을 샀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의 달걀찜은 대부분 뚝배기에 달걀물을 넣고 직화에 끓여내는 방식으로, 달걀물이 가열되어 부풀어오르게 됩니다. 뜨거워진 뚝배기는 쉽게 열이 식지 않기에 휘휘 저어주지 않으면 밑바닥이 타서 탄내가 배어든 달걀찜을 먹기 일쑤인데요. 일식집의 달걀찜과는 조리방식에서부터 차이가 있습니다.


일식집의 달걀찜은 말 그대로 ‘찜’입니다. 찜통이라는 기물을 사용하여 물을 끓이고, 그 물이 끓으면서 발생하는 증기로 재료를 익히는 간접가열 방식이지요. 그래서 이 찜이란 조리기법을 이용하여 국물 같은 달걀찜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육수와 달걀의 비율을 알아야 합니다. 중간 크기 달걀 하나의 용량을 50ml로 계산합니다. 육수는 달걀의 4배로 잡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달걀이 한 개면 육수는 200ml(50ml X 4)를 넣고 간을 합니다. “나는 더더욱 부드러운 달걀찜을 만들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육수를 더 늘리시면 됩니다만, 달걀의 7배까지 늘리시면 찜통에 찐다 해도 달걀이 굳질 않습니다. 그냥 뜨끈한 달걀국물이 되고 말지요.


 

제가 <마스터셰프 코리아>에서도 선보여 1등을 했던 달걀찜은 저의 기본 메뉴인데요. 그 배합은 달걀 3개, 육수(닭고기 혹은 가쓰오부시 육수) 600ml, 맛술 2/3큰술, 소금 1/3작은술, 국간장 20ml입니다. 볼을 두 개 준비해 하나에는 달걀을 풀고, 다른 하나에는 육수를 붓고 간을 맞춥니다. 그런 다음 두 개를 섞고 체에 걸러 달걀끈을 끊습니다. 그러면 달걀물이 한층 더 부드러워지지요. 달걀찜에 추가로 들어가는 재료로는 새우, 밤, 은행, 구운장어, 버섯, 어묵, 떡, 닭고기 등등 응용할 수 있는 게 많습니다.

 

그런데 주의할 점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닭고기를 넣으면 달걀찜이 익을 때 닭고기에서 좋은 맛이 한층 더 우러나는데요. 닭고기를 크지 않게 잘라 끓는 물에 데쳐서 반 정도 익힌 후 사용합니다. 크게 잘라서 생으로 넣으면 익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닭고기를 한번 데치면 불필요한 기름이 빠져서 잡미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달걀찜에 넣을 것으로는 가슴살보다는 다릿살이 맛있습니다. 또한 버섯 등 수분이 많은 재료를 넣을 때는 삶거나 구워서 여분의 수분을 제거하지 않으면 달걀찜의 맛이 싱거워질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각각의 재료에 약한 간을 한 후 넣는 것이 맛있습니다만.


 

달걀찜을 찌는 요령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찜통에 물을 넣고 반드시 끓어서 증기가 활발해졌을 때 재료를 넣습니다.
2. 달걀찜 같은 것들은 뚜껑을 덮어서 쪄야 합니다. 증기가 맺혀 달걀찜 표면에 떨어지면 곰보 달걀찜이 되지요. 뚜껑이 없으면 랩이나 호일로 감싸 수분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3. 찌는 시간은 담는 용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밥그릇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분을 표준으로   합니다. 달걀찜 용기를 넣고 처음 5분은 강불로 강한 증기를 만들어 달걀찜의 표면을 굳히게 되고, 나머지 15분은 약불로 조절하여 속까지 부드럽게 쪄냅니다. 20분간 강불로 쪄내면,   증기의 열에 의해서 달걀찜의 표면이 부풀어오르거나 속도 고르게 쪄지질 않습니다.
4. 이쑤시개 같은 것으로 가운데 부분을 찔러보아 투명한 국물이 솟아오르면 OK! 불투명한 국물이 떠오르면 더 익혀야 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달걀찜은 스푼으로 떠드셔도 좋지만, 젓가락으로 전체를 휘휘 저어서 국물을 마시듯 드시는 것도 육수의 맛과 풍미를 느끼기에 좋습니다.

 

 

최강록

 

 

 

달걀만의 맛이 제대로 살아 있는 요리로는 포치드 에그(poached egg)가 있습니다. 한식에선 수란이라고도 하지요. 포치드 에그를 만들려면 우선 계획이 서야 하는데요. 물은 냄비에 달걀을 세로로 세웠을 때 그 키의 1.5배 높이만큼 필요합니다. 물이 너무 적으면 달걀이 냄비 바닥에 부딪히거나, 뜨거운 냄비 바닥의 열로 인해 달걀이 터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물에 넣어야 하는 것이 바로 식초입니다. 식초를 넣으면 달걀흰자가 잘 엉기고 굳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물 1L 기준으로 식초 50ml를 넣고 준비합니다.


 

다음은 온도입니다. 80도의 물에 달걀을 넣으면 굳긴 굳지만 그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100도의 물에 넣으면 너무 뜨거워서 달걀의 흰자가 울퉁불퉁 거칠게 익어버리게 됩니다. 겉면이 딱딱한 포치드 에그가 되거나 자칫 노른자가 터질 수 있습니다. 80도도 아니고 100도도 아니라면 정답을 아시겠지요. 네, 냄비바닥에 작은 기포가 올라오는 정도의 90도가 적당하겠습니다.

 

달걀을 깨서 물에 넣을 때는 직접 깨서 물에 퐁당 빠뜨리는 것이 아니라 자그마한 볼에 달걀 1개씩을 깨서 수면 위로 조심스레 흘려보내는 듯 넣어주면 성공확률이 높아지겠지요. 포크로 흰자를 가운데로 모아줘서 모양이 잡히면 살살 돌려가며 흰자를 고루 익힙니다. 3분이 지나면, 스푼으로 들어올릴 만한 탄력이 있는 상태인지 확인해보고 건져냅니다. 달걀을 키친 페이퍼 위에 올려 물기를 제거하고 삐져나온 흰자를 칼로 정리해 모양을 잡습니다. 이렇게 만든 포치드 에그는 빵이나 여러 요리의 곁들임으로 사용하는데, 소스를 만들어 포치드 에그만 먹어도 맛있습니다.

 

 

최강록

 

 

예전에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 1에서 된장국물에 포치드 에그를 만든 분을 본 기억이 있는데요. 달걀흰자는 색을 빠르게 흡수하니까, 된장 색깔과 풍미를 가진 포치드 에그가 됐으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집에 마시다 남은 레드와인이 있다면, 레드와인 풍미의 포치드 에그를 만들어보세요. 물 대신 레드와인, 일반 식초 대신 레드와인식초를 넣기만 하면 됩니다. 화려한 색깔이 상상이 되시지요? 냉장고에 남은 재료들로 만들었지만 ‘비싸 보이는’ 고급요리가 나옵니다.


 

달걀이 많이 남았다면 달걀피클 만들기를 추천합니다. 단식촛물에 삶은 달걀을 담가 절이는 겁니다. 마요네즈에 찍어서 바로 먹어도 좋고, 생선가스에 곁들여 나오는 타르타르 소스를 만들 때 요긴하게 사용됩니다. 완숙 달걀 10개 기준으로, 물 180ml, 화이트와인 500ml, 화이트와인식초 250ml에 설탕 40g, 소금 3g 정도 넣고 끓인 후 완전히 식히세요. 그리고 소독한 병에 달걀을 넣고 단식촛물을 붓고 뚜껑을 닫아 3일 후에 꺼내먹습니다. 한번 맛을 들이시면 나중엔 남은 달걀을 처분하려고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달걀피클을 만들기 위해 달걀을 많이 사오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강록

 

 


그 밖에 달걀로 응용하고 실험해볼 요리가 많지만, 냉장고 안에 다른 재료들도 얼른 처리해야 하니 이제 다음 냉장실 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관련 기사]

- 달걀이 변하는 시간, 3-6-9-12

- 맛을 좀 더 쉽게 발견하기 위한 방법

- 은둔형 맛 덕후 최강록, 이건 왜 맛있는 걸까?

-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심사위원, 노희영이 밝히는 좋은 음식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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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강록/(그림)민보영

일본요리 전공. 한때 조림요정이라 불리던 <마스터셰프 코리아 2> 우승자. 지금은 은둔형 맛덕후. 집에 틀어박혀서 맛을 실험해보기를 좋아함. <최강록의 맛 공작소>에서는 부엌을 구석구석 뒤져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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