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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사과, 스티브 잡스 -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천재를 죽인 사과
아직도 동성애의 유전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편이다. 다만 동성애는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과학계에서 인정하고 있다. 그렇기에 유럽에서는 동성간의 결혼을 법적으로 허학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인정을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몇몇 국회의원이 입법하려고 했으나 종교계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과연 무엇이 해답일까? 과학이 빨리 제대로 된 해답을 주었으면 좋겠다.
튜링의 사과를 들어보았나?
사람에게 가장 잘 알려진 사과를 꼽는다면 첫째는 아담의 사과와 파리스의 사과 그리고 뉴턴의 사과도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 회사 애플사의 로고 사과도 유명하다. 그런데 혹시 ‘튜링의 사과’를 들어봤는가? 일단 아담의 사과나 뉴턴의 사과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니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파리스의 사과는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사과였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는 인간 남성인 펠레우스와 결혼한다. 신들에게 결혼식 초청장을 보냈지만 한 명의 신에게만 보내지 않았다. 에리스가 그 주인공이다. 에리스는 ‘불화의 여신’이기 때문이었다. 초청장도 없었지만 에리스는 결혼식장에 참석한다. 그녀는 아무말없이 결혼식장에 황금사과를 남긴다. 이 황금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여신 가운데 최고 자리에 있는 헤라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전쟁과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 모두는 자신이 가장 아름답기 때문에 이 황금사과가 자신의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누가 가장 아름다운가’에 대한 판정이 필요할 터. 심판을 맡은 사람은 바로 트로이의 왕자인 ‘파리스’였다.
세 명의 여신은 자신이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선정되기 위해 심판을 맡은 파리스에게 뇌물을 제안한다. 특히나 아프로디테는 자신을 선택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파리스에게 준다고 약속한다. 이런거보면 여신도 인간 여자와 똑같다. 파리스가 선택한 여자는 헬레나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그녀는 바로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였다. 유부녀였다는 말이다. 신은 약속을 꼭 지키는 존재다. 파리스에게 헬레네를 준다. 헬레네를 빼앗긴 메넬라오스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신의 아내를 되찾기 위해 전쟁도 불사한다. 이 전쟁이 바로 트로이 전쟁이다. 이제 튜링의 사과를 설명하기 전에 튜링이 어떤 사람인지 먼저 알아보자.
영화 <트로이>, 파리스가 헬레나를 스파르타에서 몰래 빼내 자신의 나라인 트로이로 돌아오는 모습
앨런 튜링의 사과
앨런 튜링(Alan Turing,1912~1954)은 영국의 천재 수학자로 컴퓨터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그는 독일의 암호를 해독하는 기계를 만들어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승리에 커다란 공을 세운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그는 ‘반동성애법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20세기 중반까지 영국에서 동성애는 범죄행위였다. 재판결과 그는 화학적 거세를 선고받는다. 화학적 거세란 동성애를 치료하기 위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주입하는 형을 말한다. 에스트로겐을 주입하자 그의 신체에 변화가 찾아왔다. 달리기를 좋아해 야윈 몸이었던 그의 몸에 살이 쪘으며, 급기야는 젖가슴도 커졌다.
앨런 튜링의 사진
그는 자신에게 닥친 이런 변화를 견뎌낼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침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때 그는 42세였다. 침대 옆에는 한 입 깨물어 먹은 사과가 있었다. 그는 사과에 청산가리를 넣고 자살했다. 사과가 천재를 죽인 것이다. 그의 전기인 『너무 많이 알았던 사람』(승산.2008년)을 쓴 데이비드 리비트는 혹시 컴퓨터 회사 ‘애플’의 로고가 튜링의 사과를 의미하는지 궁금해한다. 이를 회사에 물어보지만 돌아온 답변은 ‘뉴턴의 사과’라는 말이었다. 리비트는 ‘정말 그렇다면 왜 애플의 사과 로고의 모습이 한입 베어진 형태인지에 대해 계속 의문을 표시한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은 애플의 사과에 담긴 의미를 딸로부터 듣는다. 딸은 애플의 사과가 앨런 튜링에 대한 경의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작슨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잡스에게 애플의 사과가 과연 뉴턴의 사과인지 아니면 튜링의 사과인지 묻는다. 잡스는 아이작슨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사실까지 염두에 두었더라면 좋았을 테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잡스의 솔직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만약 필자가 잡스의 경우였다면 애플의 의미를 좀 더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 “튜링의 사과가 맞습니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인 『스티브 잡스』(민음사.2011년)를 보면 잡스가 회사 이름을 애플로 정하는 부분이 나온다. 회사를 설립하려면 회사 이름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마침 그때 저는 과일만 먹는 식단을 지키고 있었어요. 사과 농장에서 돌아오는 길이었고요. ‘애플’은 재미있으면서도 생기가 느껴지고 또 위협적인 느낌이 없었지요. ‘애플’이란 말은 ‘컴퓨터’란 말의 강한 느낌을 누그러뜨려 주잖아요.” 스티브 잡스의 애플에는 뉴턴도 없었고, 튜링도 없었다. 그냥 무성한 소문만 있었던 셈이다.
동성애, 왜?
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의 감독 김조광수는 최근 동성결혼을 했다. 둘의 결혼 장면은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졌을 만큼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뉴스거리였다. 김 감독은 청소년시절 친구들은 도색잡지에 나온 외국 여성의 누드 사진을 보면서 흥분을 느낄 때, 자신은 남자들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어린 나이에 자신이 동성애자인줄 알았다. 그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공연히 밝혔다. 그리고 급기야는 동성 결혼까지 했으니. 또한 그는 자신의 경험담 같은 영화를 만들었다. 이영화가 바로 <소년, 소년을 만나다>이다.
과연 동성애의 원인은 무엇일까? 과연 튜링의 경우처럼 동성애는 범죄행위로 지탄을 받아야 하는가? 범죄행위로 지탄을 받을 만큼 잘못된 행동인 동성애가 만약 선천적이라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선천적이란 말은 자신이 동성애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김조광수 감독의 결혼식 장면
브로크백 마운틴 목장, 두 목동의 만남
1963년 미국 와이오밍주 시그널의 한 사무실로 두 명의 젊은 남자가 온다. 따로 차를 타고 이곳에 온 두 남자는 카우보이 복장을 하고 있다. 둘은 이곳에서 처음 만났다. 이 사무실의 주인은 목장주로서 두 젊은이는 일을 찾아 이곳에 왔다. 브로크백 마운틴에 있는 양 목장이 그들의 일터가 되었다. 두 젊은이는 복장에 맞게 말을 타며 양을 몰게 되었다.
잭 트위스트(제이크 질렌홀 분)는 사무실 목장주의 사무실 앞에서 자동차 사이드 미러를 거울삼아 면도를 한다. 남성성을 나타내는 면도를 했다는 말이다. 잭 트위스트의 얼굴이 낯익어서 찾아보니 영화 <투모로우>에서 주인공인 잭 홀 박사의 아들 샘 홀로 출연했다. <투모로우>와 <브로크백 마운틴> 사이에는 불과 1년 차이가 날뿐인데, <투모로우>에서의 고등학생 역할과 이 영화에서의 역할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에니스 델마 역의 히스 레저는 생긴 것과는 달리, 여성 역할이다. 처음 목장주에게 부여 받은 역할은 그들이 산에서 먹을 음식 재료를 주문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는 음식 재료 주문에다가 요리와 설거지까지 전담한다. 잭 트위스트는 음식을 먹고는 그냥 말을 타고 양을 보러 간다. 그리고 멀리 코요테가 보이자 총으로 쏜다. 그의 사격 솜씨가 별로인 듯 코요테는 그냥 총소리에 놀랄 뿐이다.
에니스 델마가 음식 재료를 가지러 가는 날이 왔다. 음식 재료를 가지고 오던 중 곰을 만나 말은 놀라 도망가고 음식 재료를 모두 잃어버린다. 먹을 것이 없어진 둘은 생존을 위해 뭔가 궁리가 필요해졌다. 잭 트위스트는 양을 잡아먹자고 제안한다. 그는 양 한 마리 정도는 없어져도 티가 안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에니스 델마는 이에 반대하고 사슴 사냥에 나선다. 델마의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 델마는 사슴을 겨냥하고 쏜다. 한 방에 사슴은 쓰러진다.
<브로크백 마운틴> 포스터, 두 사람의 표정을 보자. 고개를 떨구고 있다.
그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까? 아래 사진이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
방목 일이 끝나자 그들은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간다. 각자 결혼하며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그들은 서로 사랑함을 알아챈다. 위의 사진처럼 말이다. 아내도 있건만... 둘의 사랑이 김조광수 감독처럼 이루어질 수 있을까?
동성애에 대한 과학적 해석 - 진화의 수수께끼
동성애는 유전적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의문점이 생긴다. 동성애자는 자식을 낳지 않음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 수 없다. 따라서 동성애 유전자는 소멸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동성애가 유전된다는 것은 모순이다. 그래서 진화생물학자나 진화심리학자는 동성애가 유전임을 확인하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이를 확인해봤다.
첫 번째 가설은 ‘친족 이타성 이론’이다. 이 이론의 핵심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 홍석천씨의 경우를 설명하면 이해하기가 아주 쉽다. 홍석천 씨는 자신의 누나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호적에 입적했다. 홍석천 씨는 자신의 누나와 유전자를 50퍼센트 공유한다. 따라서 누나의 아이를 자신에게 입적함으로써 자신의 유전자의 일부를 가지고 있는 조카를 도와 자신의 유전자가 계속 남아있도록 한다는 의미다. 과연 그런지를 미국에서 조사를 했다.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가운데 누가 조카나 가까운 친척에게 투자를 많이 하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만약 이성애자가 유전적으로 가까운 사람에게 투자를 많이 한다면 이 가설은 맞는 것이다. 조사 결과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사이에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남태평양의 사모아 섬의 경우에는 동성애자가 이성애자가 비해 조카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한다고 밝혀졌다. 그러니 아직도 더 많은 문화권에서 같은 조사를 해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가설은 ‘여성 생식력 가설’이라 부른다. 이 가설은 남성 동성애자는 번식을 포기하지만 같은 유전자를 가진 모계 친적 여동생이나 누나, 혹은 이모 등이 많은 아이를 낳는다면 자신의 동성애 유전자가 퍼질 수 있게 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동성애자의 누나나 여동생의 번식 성공률을 조사해야만 한다. 조사결과 남성 이성애자의 경우보다 동성애자의 경우 모계쪽 여성 친척들이 더 많은 자식을 낳는 것으로 밝혀졌다. 요컨대 동성애 유전자는 모계로 유전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동성애의 유전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편이다. 다만 동성애는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과학계에서 인정하고 있다. 그렇기에 유럽에서는 동성간의 결혼을 법적으로 허학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인정을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몇몇 국회의원이 입법하려고 했으나 종교계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과연 무엇이 해답일까? 과학이 빨리 제대로 된 해답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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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칼럼니스트. 1년에 100권 이상, 10년 넘게 읽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나가는 것이 너무 즐거워서 멈출 수가 없었다. 과학을 알면서 인문학과 문학을 바라보는 눈이 더욱 깊어졌다. 어느새 사람들은 그를 ‘과학 전문 북 칼럼니스트’라고 부르고 있었다. 2010년부터는 직장을 그만두고 아예 책을 소개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EBS, KBS, YTN 등의 책 관련 프로그램과 코너에 고정 출연하기 시작했다. 북 콘서트의 진행자로 무대에도 여러 번 섰다. 대학교와 도서관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했다. 그로서는 전혀 계획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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