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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혼자 사랑에 아파 본 적 있나요?
『수업시간 그녀』,『낢에게 와요』짝사랑에 대한 이야기
사랑이 진행되면, 상대방의 사소한 문자조차 그저 지나치지 못하고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며 희망을 품는다. 그렇게 짝사랑을 키워간다.
‘짝사랑을 해본 경험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성인남녀 1000명 중 84%가 ‘있다’고 대답했다. 반면 ‘실제 연인관계로 발전되었는가’라는 물음에는 77%가 ‘아니오’로 응답했다고 한다. 짝사랑은 한 사람이의 일방적인 사랑으로 쉽게 시작되지만, 두 사람의 양방향 사랑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현실을 말해준다. 대부분 한 번씩은 경험해보았을 짝사랑에 대한 생각들, 여기 두 웹툰을 통해 들여다보자.
- 작가 : 박수봉
- 내용 : 스무 살 남짓한 남자 주인공이 수업시간에 우연히 옆에 앉은 여학생에게 마음이 끌린다. 그 남자주인공을 지켜보며 호감을 느끼는 또 다른 여주인공이 등장하면서 사랑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 감상 TIP : 적은 글에 채색도 많지 않는 절제된 그림체가 인상적이다. 등장인물 얼굴에 눈이 없지만 각 인물의 표정과 행동에 심리가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 작가 : 서나래
- 내용 : 대학 새내기 주인공(낢)이 만수선배의 농구하는 모습에 반해서 같은 동아리에 가입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선배를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낢과 그녀 주변의 일상을 그렸다.
- 감상 TIP : 짝사랑을 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일화가 담겨있다. 동시에 대학 캠퍼스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재미있다.
- 그래서, 그 여자분 어디가 좋은 건데?
- 그냥 점점 좋아지는걸...
<수업시간 그녀> 2화
-(그녀의 문자) : 아 그럼 금요일 날 수업 끝나고 봬요.^^
-봬...요? .. ^^? 이분 혹시... 날 좋아하는 게 아닐까..? 내가 마음에 든거야.
<수업시간 그녀> 5화
짝사랑은 참 쉽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한사람이 일방적으로 시작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도 다양하다. 운동하는 모습이 멋있어서, 매력적인 외모에 이끌려서 등 그 사람의 행동, 외모에 호감이 생겨서 시작된다. 때로는 이 모든 것이 ‘그냥’이라는 단어에 묻혀버리기도 한다. 짝사랑이 진행되면, 상대방의 사소한 문자조차 그저 지나치지 못하고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며 희망을 품는다. 그렇게 짝사랑을 키워간다.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 언제나 서로 같다면 인류는 얼마나 더 평화로울 수 있었을까. 하지만 세상에는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얼마든지 많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도 그렇다. 난데없이, 꼭 풀어야만 하는 문제지를 받은 기분.
<낢에게 와요> 9화 좋아하는 마음
- 다시 한 번 묻지. 그렇다면 오르페우스를 죽인 트라키아 여성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음... 짝사랑했던 살인자?
- 짝사랑했던 상대에게 상처를 입어본 적 있나.
- 어.. 없습니다.
- 자네가 발표한 오르페우스 신화에서 피해자는 누구라 생각하는가
<수업시간 그녀>18화
동시에 짝사랑은 어렵다. 한 사람의 핑크빛 마음과 상대방의 무감정의 간격차이를 처음부터 인정하고 가야하니 말이다. 사랑의 속성상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를 위해 노력해도 삐걱거리기 쉬운데, 한사람의 노력으로 온전한 사랑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그 과정은 어렵다. 거기에 짝사랑 유지를 위해서는 상대방이 의도치 않게 주는 마음의 상처쯤은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내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거다. 왠지 짜증이 났다. 나는 군중이라서, 일반인이라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게 쉽지 않은 사람이라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 가는 건 더욱 쉽지 않은 사람이라서, 그런 주제에 희망을 품고 설레 했던 내 자신에게 왠지 화가 났다.
<낢에게 와요> 26화 꽃다발, 그 후
-지금까지 너처럼... 착하고 내 사소한 것들까지 챙겨주는 남자애는 내 주변에 없었어. 내가 너한테 뭘 바랐던 걸까. 알아. 넌 잘못한 거 없어...내가 착각한 거지. 넌 순수하고 착하니까 날 챙겨준 거란 것...믿고 있었어. 근데... 그 사소한 게 날...여잘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알아?..그래서 그게 너무나 걱정이 돼...그게 널 다치게 할까봐...
- 무슨 일이야? 왜 불렀...
- 진심이 아닌 상대에겐 이러면 안 돼. 이 말을 해주고 싶었어. 그뿐이야.
<수업시간 그녀> 21화
짝사랑은 모호하다. 짝사랑을 하는 사람은 상대의 마음은 어떤지, 어떻게 마음을 표현해야 좋을지 몰라 고민한다. 상대방의 반응 역시 호감이라고 착각을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짝사랑의 시작은 분명하지만, 그 끝은 어떻게 맺어야 할지 흐지부지해지기 쉽다. 짝사랑의 고백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마음 한편에 몰래 키운 사랑을 언제 놓아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우리가 이미 했던 일에 대한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잊히지 않을 만큼 슬프다.”라는 말이 있다.(시드니 J. 해리스) 짝사랑에 대한 후회는 두 가지 일 것이다. 짝사랑을 했던 것에 대한 후회와 짝사랑을 이뤄보려 노력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 불분명한 짝사랑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모호함에 한 걸음씩 다가가보는 것이다. 지금 짝사랑에 빠져있다면, 자신감을 갖고 용기를 내보자. 더 적은 후회를 하게 될 테니까. 고백이 슬픈 결말을 맺더라도 그 역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작은 추억거리로 떠올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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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마음속에는 소녀감성이 있고, 익숙해진 삶의 패턴 속 에서도 여전히 서툴고 실수투성인... 어쩌면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저는 평범한 ‘그녀’입니다. 저를 포함한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의미 있게 되짚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공감과 이해를 통해 조금씩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