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 저녁, 통의동 근처 한 카페에는 8명의 독자들이 곽정은 기자 옆으로 동그랗게 모여있다. 곽정은 기자는 코스모폴리탄의 피처 디렉터로 연애, 커리어, 연애, 심리 등 다방면의 글을 쓰고 있다. 그녀의 책 『내 사람이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전략이었다』 는 여성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최근 TV 프로그램 <마녀사냥>에서 그녀가 나눈 이야기는 연애로 고민하는 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요즘 가장 바쁜 그녀가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선택된 8명의 독자들을 만났다.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마스다 미리 시리즈와 미셸 퓌에슈의 시리즈를 읽고 마음이 울렁거린 적이 있다는 것.
“늘 이렇게 작은 단위로 만나고 싶었다. 뜻깊은 첫 경험이다. 마스다 미리의 책은 읽을 때 마다 내 머리 위에도 풍선이 같이 떠있다. 책 속의 그녀가 질문할 때 우리도 내 삶을 그 속에 빗대어 보게 된다. 미셸 퓌에슈의 시리즈는 삶 속의 철학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대학시절 철학 수업은 너무 딱딱했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두 작가의 책은 우리에게 자꾸만 질문하게 만든다. 우리는 오늘의 질문을 통해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마스다 미리의 책 제목은 듣자마자 마음을 쿵- 하게 만들어준다. 제목에 이끌려 읽고 싶어지는 책이기도 하다. 그만큼 제목이 짠하다. 그녀의 책 중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아무래도 싫은 사람』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는 우리가 자주 한숨을 내쉴 때마다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질문들이다. 곽정은 기자는 수짱이 던지는 질문들을 맞잡고 사랑, 결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수짱이 끊임없이 질문하는 건, 스스로에 대한 애정이다
“마스다 미리의 책을 처음 봤을 때 그녀가 던지는 질문들이 매번 울컥했다. 수짱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한다. 그녀가 왜 질문을 하는 것일까? 그녀는 세상이 원하는 정답대로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금 자기 삶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정답 사회 안에 자기 자신을 끼워 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녀는 스스로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질문을 남긴다. 그녀와 비슷한 주파수를 가진 이들이라면 이미 수짱과 비슷한 물음표를 많이 던졌을 것이다.”
“결혼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는 미혼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깊게 고민해보는 질문이다. 세상은 결혼이 선택이라고 하지만, 여성들이 결혼적령기를 맞았을 때,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꿋꿋해지기란 여간 쉽지 않다. 옆에 있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서둘러 결혼할 때,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해진다. 스스로가 결혼을 원치 않는 경우에도 여성이 위축되기 쉬운 사회적 분위기에 둘러 쌓여 있다. 더군다나 결혼이 가져다주는 희망, 불안, 희생 등 복합적인 감정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흐릿하기만 하다. 마스다 미리의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는 결혼하지 않는 삶에 대해서 소소하고 담담하게 성찰하고 있다. 곽정은 기자는 만화 속 여성들이 겪는 흐릿한 감정에 실체를 덧대어 준다. 그녀가 ‘결혼’에 대해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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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불안해진다. 이대로 나이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하고.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없는데 이대로 할머니가 되는 것일까.”
“이대로 천천히 조금씩 늙어가는 걸까. 늙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섹스는 하고 싶다. 나의 이 몸을 좀 더 사랑해주고 싶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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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내가 어느 쪽에 계약을 맺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보인다
즉,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계약의 형태인지 고민해보아야 한다“20대 때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쩌면 단순했다. 결혼 후에는 하나의 장벽을 넘어서 평탄한 길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결혼이 맺어주는 견고한 울타리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 후에는 또 다른 차원의 불안과 걱정이 생긴다. 싱글일 때 행복과 불행의 총합이 결혼 후에도 여전히 엇비슷하다. 그래프로 그리면 숫자적인 총계는 똑같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안의 숫자가 무엇으로 구성되었는지는 조금 다르다. 그 때의 불안이 안정감으로 치환되는 것처럼, 어떤 것을 선택하든지 상쇄되는 요소가 있다. 결국 결혼은 내가 어느 쪽에 계약을 맺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보인다. 즉,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계약의 형태인지 고민해보아야 한다.”“혼자의 자유를 생각해 봐라. 모두가 결혼으로 가버리는 것이 정말 맞는 체제일까? 우리는 안갈 수 있는 자유를 선택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결혼생활은 너무 많은 희생을 필요로 한다. 이 체제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깊은 확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 역시도 수짱과 비슷하다. 남들의 시선에서 느끼는 불안감, 안정에 대해서 비슷하다. 늘 잘살아보려고 애쓰지만 이렇게 혼자 살다가 고독사하면 어쩌지? 라는 불안이 엄습해올 때도 있다.”우리는 결혼 전 ‘사랑’과 ‘사람’의 불확실성에 더 더욱 초조해한다. 곽정은 기자는 독자들에게 결혼 전 명심할 것 몇 가지를 이야기한다.
“결혼을 결정하기에 앞서 어떤 빙산이든 일각을 보이는 때가 있다. 거대한 빙산에 물이 살짝 줄어들 때는 일각의 꼭지점을 들키기 마련이다. 상대가 최악의 본질을 보이는 때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 상황이 왔을 때 그 사람의 행위가 빙산의 일각인지 아닌지 가늠해야한다.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직관력이다. 상대가 나를 사랑해서 하는 행동인지 아니면 불행의 종소리를 울리는 징후인지를 판단을 해봐야한다.”누군가 공연히 싫어지는 순간이 있다. 작게는 그 사람의 사소한 행동습관이 거슬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서로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채 평생 미워하기도 한다. 부정적인 에너지는 스스로를 아프게 한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실천은 어렵다.
『아무래도 싫은 사람』 에서 수짱이 고민하는 것처럼 우리는 가끔 싫은 사람을 어쩔 수 없이 만나야한다. 우리는 이 감정에서 어떻게 하면 의연해질 수 있을까? 곽정은 기자는 싫은 감정이 자신을 파괴할 정도로 내버려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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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무척이나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 아닌가. 싫어하는 게 아니라 싫어지게 되는 이유. 뭔가 한 가지가 싫은 게 아니라 사소하게 싫은 몇 개가 마치 장롱 뒤의 먼지처럼 조금씩 조금씩 쌓여가고 커다란 먼지뭉치가 된다.” 『아무래도 싫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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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싫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째는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이 그 사람에게서 보였을 때, 나의 혐오가 그에게 옮겨간다. 두 번째는 각자의 부모님이 주입해온 것이 서로 다를 때 미끄러진다. 두 상황에 마주 할 때면 미움을 컨트롤하기 어려웠다. 자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미움이 상대에게 삐져나올 때가 있다. 이럴 때 자주 쓰는 방법은 “나는 너의 이런 점이 참 밉다”라고 은근슬쩍 표현하는 것이다. 구태여 아닌 척 하면서 스스로를 아프게 할 필요는 없다.”“내 속에 담아두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바짝 추켜세우는 것 보다는 상대를 되도록 안아주려고 노력한다. 상대가 약간 짠해지면 좀 괜찮아진다. 우리 모두 우주의 먼지처럼 별거 아닌 존재들이라고 생각하면 나아진다.”철학자 미셸 퓌에슈의 《나는, 오늘도》 시리즈는 9권으로 이루어져있다. 미셸 퓌에슈는
『사랑하다』,
『설명하다』,
『수치심』,
『걷다』,
『먹다』,
『말하다』,
『원하다』,
『버리다』,
『살다』 의 아홉가지 주제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곽정은 기자는 책 속에 담긴 이야기를 디딤돌 삼아 지금 우리의 고민을 나눈다.
“철학은 우리가 살면서 정말 필요한 것인데 일단 어려울 것 같은 선입견이 든다. 나 역시 대학시절 들었던 철학 수업이 힘겨웠다. 미셸 퓌에슈의 시리즈는 그렇지 않다. 그의 글은 마치 잠언구 같다. 읽다보면 생각하지 못한 영역을 떠올리게 되어 좋다. 이 시리즈를 접하면서 내가 사랑하고 미워하는 존재들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수짱이 그랬던 것처럼 결국 질문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던지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하게 되면 계속 질문을 던지게 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질문을 던질 수 있는게 아닐까”곽정은 기자는
『사랑하다』 의 챕터를 나누면서 ‘사랑’에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여성들이 결혼 전 현실적으로 가장 고민하는 건 결혼 후 둘이 되어 겪게 되는 삶의 질이다. 우리는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결혼한다. 하지만 결혼의 안정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감내해야할 에너지도 분명 존재한다. 그녀가 결혼 전 그런 우리에게 하는 조언은 딱 하나다.
제발 스스로가 불안정할 때는 아무도 만나지 말라
정말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 때 결혼을 결정해야 한다“희생은 뭔가 가지려면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것이다. 하물며 고양이 한 마리를 키워도 그러한데, 결혼의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하는 것 같다. 인생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다 풀 패키지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아직까지 여성에게 불균형 되어있는 측면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희생에 대한 자신이 없다.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 누군가 결혼 전 조언을 묻는다면, 건네줄 수 있는 말은 딱 하나다. 제발 스스로가 불안정할 때는 아무도 만나지 말라는 것이다. 싱글 형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결혼’이라는 다리를 넘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기본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 어려운 것 같다. 마치 백화점 마감 시간이 다됐을 때 아무거나 다 집어넣게 되지 않나. 스스로가 정말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 때 결혼을 결정해야 한다.”곽정은 기자가 선택한 시리즈는 세 번째 챕터
『수치심』 이다. 수치심이 남기는 마음의 생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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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앞에서 부끄러울 일이 있다고 해도, 정말 어려운 일은 남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의 수치심을 들여다보고 그 감정을 모른 척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자기 안의 수치심을 대면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데, 수치심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한다면, 그것을 바라보는 일도 좀 수월해질 것이다.” 『수치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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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커버에 떡하니 찍힌 “수.치.심”이라는 세 단어를 보았을 때 내 마음이 쿡쿡 찔리는 것 같았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수치심은 일상적으로 밀려오는 동시에 나를 자주 힘들게 하기에 그렇다. 우리가 살면서 “쪽팔리다”는 리액션을 얼마나 많이 하는가.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제는 수치심에서 얼마만큼 자유로운 사람인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내게는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책이었다.”“고통은 이야기로 전해질 때 조금씩 날아간다는 말을 참 좋아한다. 스스로가 고통을 이야기 하면 할수록 별거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자꾸 이야기하다보면 그 무게가 어디론가 민들레홑씨처럼 날아 가버린다. 수치심이 상처를 주지 않는 다른 종류의 기능을 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죽도록 숨겨놓았던 감정들이 믿을 수 있는 이들에게 조금씩 흘러내려져 나올 때 조금 살만해진다.”곽정은 기자는 8명의 독자들과 내밀하고 밀도 높은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우리가 마스다 미리와 미셸 퓌에슈의 질문을 디딤돌 삼아 또 다른 질문으로 올라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책을 통해 보는 각도가 1도만 틀어져도 끝점은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고 고백한다. 고민의 시작점은 어느 작가의 책이지만, 뜨거운 고민 후에 다다를 끝점은 각자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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