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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환 PD “내 창의력의 원천은 궁핍과 결핍”

『오블라디 오블라다』 출간 기념, 저자 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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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국 프로듀서, JTBC 대(大)PD를 역임하며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주철환 PD가 새로운 에세이 『오블라디 오블라다』 를 출간했다. ‘즐겁게 살고 의미 있게 죽는’ 삶에 대해 이보다 더 유쾌하게 풀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인연이 모여서 인생이 된다

오랜 세월을 견뎌낸 이들에게서 발견하는 삶의 희망은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그것보다 더 눈부시다. 산다는 것은 수없이 많은 벽에 부딪히고 끝없이 늘어선 산을 타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그 과정을 거듭한 뒤에도 여전히 미소 짓는 이가 있다면,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아도 좋을 것이다. 『오블라디 오블라다』 안에 담긴 주철환 PD의 이야기가 반가운 이유는 그 때문이다. 오블라디 오블라다. 자메이카 말로 ‘뭐 어때, 다 그런 거지’라는 뜻이다. 전설적인 영국의 록 밴드 비틀즈는 이 한마디 말에 기대어 ‘삶이란 멋진 거예요.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거죠’라고 노래했다. 그리고 주철환 PD는 그들이 보여주었던 삶의 철학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책 『오블라디 오블라다』 안에서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나는 그저 즐겁게 살다 의미 있게 죽고 싶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주철환 PD는 MBC 예능을 대표하는 프로듀서로 기억된다. <모여라 꿈동산>을 시작으로 <대학가요제> <퀴즈 아카데미> <일요일 일요일 밤에> <우정의 무대> 등 대중적 성공을 거둔 프로그램들이 모두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까닭이다. 하지만 그가 출연한 방송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혹은 『더 좋은 날들은 지금부터다』 『청춘』 『사랑이 없으면 희망도 없다』 와 같은 저서를 한 번이라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를 단순히 ‘성공한 프로듀서 중 한 사람’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그가 엄청난 긍정 에너지와 함께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는 재치를 겸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그에게 대중의 사랑과 사회적 명성을 모두 안겨준 그 힘은 『오블라디 오블라다』 에서도 엿볼 수 있다. 관계와 용서, 극복과 성공, 사랑과 행복을 주제로 한 짧은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경쾌한 방식으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조금도 가볍지 않은 것은 ‘진심’이라는 묵직한 추를 매달아 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3일, 홍대의 한 카페에서 주철환 PD가 독자들에게 들려준 이야기 역시 다르지 않았다.

“요즘 가장 화두로 생각하는 게 ‘인연이 모여서 인생이 된다’는 거예요. 좋은 인연이 모이면 좋은 인생이 되고, 나쁜 인연이 모이면 나쁜 인생이 되겠죠. 저는 오늘 이 시간부터 여러분과 친구가 되는 거예요.”

주철환 PD는 독자들과의 소중한 인연에 감사한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행복’이라는 제목의 자작시를 소개했다. 그에게 ‘감사’란 ‘행복’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한 몸의 단어였다.
밥 먹을 때마다 행복하다면
하루에 세 번은 행복한 거다
숨 쉴 때마다 행복하다면
매순간 행복할 거다.
행복을 감사로 바꿔서 읽어도 무방하다. 나 역시 행복의 유사어가 ‘감사’라는 걸 알아내기까지 적잖은 시간을 소요했다. 그 이전까지는 감사가 차지해야 할 자리에 ‘행운’이나 ‘만족’이 슬그머니 앉아 있었다. 대충 만족하면 행복한 거라 여기며 허둥지둥 살았던 거다. 그리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행운은 복권당첨의 순간처럼 드물었고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p.5~6)



창의력의 원천은 궁핍과 결핍

독자들을 향해 주철환 PD가 거듭 강조했던 이야기는 ‘친구’에 대한 것이었다. 그저 한 번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니라, 친구가 되어 두고두고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것. “여러분이 친구가 되어 먼 곳에서 저를 찾아오셨는데, 제가 지금 얼마나 행복하겠어요”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 기분 좋은 흥분감이 비쳤다. 그 마음은 한 편의 시를 타고 전해졌다.

“정현종 시인이 (『광휘의 속삭임』 에 수록된) 「방문객」 이라는 시에서 말했잖아요.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고요. 우리가 친구가 되어서 기꺼운 마음으로 만나고, 인생을 이야기하고, 고단한 어깨를 주물러주고, 악수하며 격려해주면 얼마나 좋겠어요.”

주철환 PD에게서 절망과 그늘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와 유머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진 창의력의 원천은 궁핍과 결핍이라고 말한다.

“제가 여섯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이후에 아버지와 대화를 나눈 건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것 같아요. 아버지와 따로 살았거든요. 이 사실만 보면 제가 너무나 불쌍해 보이시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저는 외로웠기 때문에 그리웠고, 그리웠기 때문에 편지를 썼어요. 그리고 저 자신을 위로할 필요가 있어서 일기를 쓴 것 같아요. 그렇게 어릴 때부터 일기와 편지를 쓰다 보니까 글 솜씨가 생긴 거예요. 어릴 때 겪었던 궁핍과 결핍이 제 창의력의 원천이 되었다는 걸 느껴요.”

가득 채워주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님을 지적하면서, 그는 정채봉 시인의 「콩씨네 자녀교육」이라는 시를 들려주었다.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에 실린 이 짤막한 시에서 시인은 ‘광야로 / 내보낸 자식은 / 콩나무가 되었고 // 온실로 / 들여보낸 자식은 / 콩나물이 되었고’ 라고 노래한다. 이를 통해 주철환 PD는 묻는다. 콩나무로 키울 것인가, 콩나물로 키울 것인가. 그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말이었다.

“요즘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학교를 감옥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럼 선생님들은 다 간수인 거예요. 어떨 때는 지옥이라고도 하는데요. 선생님은 저승사자인 거죠. 이걸 바로잡아야하지 않겠어요? 제가 33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정확히 1/3을 학교에 있었고 또 1/3은 방송국에 있었는데요. 저는 교사에게 PD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을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하라는 거죠. 교실 안의 시청률을 높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PD에게는 교사 마인드를 가지라고 말해요. 시청자가 관성적이고 타성적인 재미에 물들지 않고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획할 때부터 배려를 하라는 거예요.”

그는 MBC에 입사해 프로듀서의 길을 걷기 전까지 자신의 모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국어 교사였다. PD가 된 이후에 <모여라 꿈동산> 과 <퀴즈 아카데미> 의 연출을 맡아 주제가를 직접 작사ㆍ작곡하면서 ‘친구’의 의미를 담아낸 것도 그러한 경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저는 친구를 만들어 주는 선생님은 천국에 갈 거라고 생각해요. 경쟁자를 만들어주는 선생님은 지옥에 갈 거라고 생각하고요. 선생님이 경쟁력을 길러주는 게 아니라 경쟁심을 길러주는 거잖아요. 싸우게 만드는 거죠. 이건 너무나 잘못된 거예요. 교사가 의식의 대전환을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교육은 끝 간 데 모르는 추락을 할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교육과 미디어가 상호 교류ㆍ보완하는 과정에서 제가 무언가 역할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어요.”




불행은 가면을 쓰고 찾아온 행복

『오블라디 오블라다』 의 작가 강연회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함께했다. 작가와 오랜 시간 선후배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김재환 PD와 김석윤 PD가 그 주인공이다. 주철환 PD가 ‘정의감에 불타는 후배’라고 소개한 김재환 PD는 다큐멘터리 <트루맛쇼> 의 감독을 맡았던 인물. 현재는 일부 대형 교회들이 보여주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KBS 출신으로 <개그콘서트> 연출을 맡기도 했던 김석윤 PD는 영화 <올드미스 다이어리>와 <조선 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 의 감독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JTBC의 <히든싱어>에서 CP(책임프로듀서)로 활약하고 있다고.

김재환 : 제가 MBC에 입사했을 때 주철환 선배가 신입 PD들의 멘토였어요. 당시에 선배를 만나고 집에 돌아갈 때면 항상 생각했어요. ‘내가 선배 나이가 됐을 때 저렇게 젊고 맑게 살 수 있을까’하고요. 이제 제가 당시 선배님의 나이 정도가 되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여러분도 오늘 집으로 돌아가시는 길에 ‘나도 주철환이라는 사람처럼 곱게 잘 늙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석윤 : 저는 사안을 복잡하게 바라보는 버릇이 있었어요. 작은 것도 심각하게 또는 쉬운 것도 복잡하게 풀었던 거죠. 그런데 주철환 선배를 만나고 나서 많이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저렇게 지나치게 긍정적인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요(웃음). 그 긍정 바이러스에 감염된 덕에 세상을 조금 더 심플하게 바라보게 된 것 같아요. 힘든 일들이 생길 때마다 ‘(주철환) 형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보면 저도 모르게 다시 이완이 되더라고요. 답이 없어도 심플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 문제의 반이 풀린다는 걸 느꼈어요. 그 부분에 있어서 항상 감사드리고 있어요.

스스로 ‘마치 간증처럼 되어버렸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김석윤 PD와 김재환 PD는 작가에 대한 감사와 존경으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세 사람이 서로를 위하는 뜨거운 마음은 주철환 PD가 지닌 ‘사람을 향하는 삶의 태도’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그에게 ‘감사’가 ‘행복’의 유사어인 것처럼 ‘희망’ 역시 ‘사람’과 닮아있는 말이 아닐까. 마지막까지도 주철환 PD는 ‘행복’과 ‘희망’을 말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가 ‘전화위복’이에요. 불행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행복이 가면을 쓰고 온 거라고 생각하세요. 불행으로 보여도 행복이 잠깐 우리를 속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불행은 행복의 메신저인 거죠. 행복이 온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정말 좋아져요.”

『오블라디 오블라다』 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주철환 PD 특유의 유머만이 아니다. “자신을 모르면 못난 놈이고, 자기밖에 모르면 못된 놈이다” “용서는 강한 자의 특권이다. 약한 자는 절대 누군가를 용서할 수 없다” “지혜로운 자는 빠른 길보다 바른 길을 택한다. 고운 길보다는 곧은길을 택한다” 와 같은 말 속에서 이치를 꿰뚫어 보는 그의 예리한 시각이 빛을 발한다. 산뜻한 발상의 전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그게 왜 나쁘지?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면 배가 산으로 가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라는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각도에서의 시선과 사고를 제안한다. 너무 무겁지 않게, 그러나 한없이 가볍지도 않게 마음을 충전하고 싶은 이들에게 『오블라디 오블라다』 와의 만남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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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라디 오블라다 주철환 저 | 토트출판사
이 책은 ‘브라운관의 현자’ 주철환 PD의 번쩍이는 위트와 유쾌한 삶의 철학을 엮어낸 공감어록으로, 인생을 보다 즐겁게 살 수 있는 긍정의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오블라디 오블라다’는 비틀즈의 「화이트앨범」 에 수록된 곡으로, 인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본래는 자메이카 말로, “뭐 어때”, “다 그런 거지, 뭐”, “다 괜찮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오블라디 오블라다’는 ‘카르페 디엠’, ‘메멘토 모리’ 등과 더불어 주철환 PD의 ‘카메오 철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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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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