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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옷을 장만할 때
『안나의 빨간 외투』 해리엣 지퍼트 저/아니타 로벨 그림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의 어느 도시에 살았던 잉게보르크라는 어린 딸과 어머니 한나 슈라프트 사이에 있었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그린 것입니다. 딸을 위해 값진 물건을 내놓는 어머니의 사랑,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1년 여의 시간을 참으며, 엄마를 돕는 안나의 인내심이 이야기 속에 녹아 더욱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먼 옛날 얘기 같지만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얘기 한 토막…. 입던 옷이 작아지거나 낡고 해져서야 새옷을 장만하던 시절, 더구나 줄곧 오빠 언니 것을 물려입던 처지에 한번은 잠결에 출장가시고 안 계신 아버지 목소리를 들었지요. ‘우리 막내도 이제 학교 가야 하니, 새 오버 한 벌 사입혀요.’ 다음 날 아침, 꿈이었나 하면서도 일어나자마자 어머니한테 여쭸더니, 정말 지난 밤 깜깜 한밤중에 아버지가 오셨고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거예요.
새 오버 사러 가기로 한 날을 세어보고 또 세어보며 얼마나 기다렸던지! 그렇게 장만한 하늘색 새 오버를 한번 입어보고 벗은 다음에는, 다시 처음으로 입고 나갈 특별한 날을 손꼽아 기다려야 했어요. 옷장 서랍 속에 얌전히 넣어둔 것을 살그머니 꺼내어 흠흠 냄새 맡아보고, 결 따라 살짝 쓸어보고, 입고 거울에 비춰보고, 마당까지 나갔다가 도로 벗어서는 조심조심 개어서 넣어두길 몇 차례나 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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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ㆍ그림책 작가, 그림책 번역가로 그림책 전문 어린이 도서관 '패랭이꽃 그림책 버스'와 그림책작가 양성코스‘이상희의 그림책워크샵’을 운영하면서, 그림책 전문 도서관 건립과 그림책도시 건설을 꿈꾸고 있다. 『소 찾는 아이』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은혜 갚은 꿩이야기』『봄의 여신 수로부인』등에 글을 썼고, 『심프』『바구니 달』『작은 기차』『마법 침대』등을 번역했으며, 그림책 이론서 『그림책쓰기』,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공저)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