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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즉흥 연주의 신기원 - 키스 자렛(Keith Jarrett)

최악의 상황에서 탄생된 최고의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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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은 오로지 그의 피아노 솔로로만 진행되는 순도 100%의 즉흥 창작 연주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사전의 어떤 작곡이나 기획 없이 그의 영감에서 우러나온 즉흥 솔로는 이전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재즈 미학이었다.

재즈에서 즉흥연주는 핵심적인 요소로 꼽히죠. 독일 쾰른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콘서트 실황을 담은 키스 자렛의 이 앨범은 피아노 솔로로만 진행되면서도 100% 즉흥적으로 창작된 연주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여러 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키스 자렛은 현장을 고려한 즉석에서의 아이디어로 감탄을 자아내는 선율을 완성해냈는데요, 그 당시의 감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앨범, 키스 자렛의 <Koln Concert>을 소개해드립니다.




키스 자렛(Keith Jarrett) <Koln Concert> (1975)

“솔로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전부 드러내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혼자서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상상을 초월하는 부담감이 있고, 심신 또한 매우 힘듭니다.” -키스 자렛
피아노 즉흥 솔로라는 신기원으로 기록된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의 <Koln Concert>는 그의 대범한 음악성을 응축한 미증유의 프로젝트였다. 네 부분으로 나뉘어 소개된 연주는 즉흥의 흔적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견고한 구성과 운치어린 선율을 자아내며 ‘재즈에서의 즉흥은 곧 작곡’임을 시사해 준 역작이다. 여전히 진행형인 그의 즉흥 솔로 피아노 연주의 정점이라 할 앨범은 지난 1999년 영국 음악잡지 ‘그라모폰’ 집계로 무려 250만장 이상 판매되었다 보고되며, 그의 대표적 마스터피스로 자리매김했다.

앨범은 오로지 그의 피아노 솔로로만 진행되는 순도 100%의 즉흥 창작 연주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사전의 어떤 작곡이나 기획 없이 그의 영감에서 우러나온 즉흥 솔로는 이전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재즈 미학이었다. 오래 응축된 감성과 테크닉을 즉흥적으로 풀어내는 그는 피아노에게 대화를 걸며, 순간 터져 나오는 기쁨의 탄성과 흐느낌, 피아노와 사생결단하듯 온몸으로 반응하는 독특한 제스처엔 모든 에너지를 연주에 쏟아놓는 그의 열정이 전해진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것이 순간의 감흥으로 창조해 낸 선율이란 점에서 더욱 화제를 모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진정한 즉흥연주로 기억된다.

빌 에반스 이후 가장 독창적인 피아니즘을 선보였다는 키스 자렛. 그는 1970년대 초 유럽피언 재즈 전문 레이블 ECM의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허(Manfred Eicher)를 만나면서 만개한다. 당시 마일즈 데이비스의 퓨전 재즈 사단에 소속 돼 있었던 키스는 만프레드 아이허로부터 솔로 피아노 프로젝트를 제안 받았고 <Facing You> (1971)를 시작으로 즉흥 솔로 피아노 일대기를 펼쳐간다. <Facing You> 를 시작으로 그는 유럽의 여러 도시를 순회하는 솔로 피아노 투어를 감행한다.

그 첫 수확으로 독일 브레멘과 스위스 로잔에서의 공연 실황을 담은 <Solo concerts; Bremen/Lausanne> (1973)이 3장의 LP에 나눠 발매된다. 하지만 그의 이런 대담한 프로젝트에 대해, 정작 그의 출신지이자 재즈 본고장 미국에서의 반응은 냉담했다. 피아노 솔로만으로, 그것도 사전에 ‘작곡’을 거치지 않은 100% 즉흥으로 진행되는 라이브 연주는 대다수 음악관계자들로부터 ‘무모한 행위’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40분 이상 진행되는 즉흥 솔로가 과연 청중들에게 감흥을 자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 대다수는 회의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소개하는 앨범 <Koln Concert> 가 탄생한다.

1975년 1월 24일, 독일 쾰른 오페라 하우스에 도착한 키스 자렛은 허리 통증과 장시간 자동차 투어로 의한 만성피로감에 도저히 콘서트에 임할 수 없는 열악한 컨디션이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공연장에 도착해있는 피아노는 그가 원하던 피아노가 아니었다. 고음부의 피아노 음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그는 고민 끝에 중저음을 중심으로 악상 아이디어를 짜냈고, 그 결과가 지금 소개하는 앨범이다. 최악의 상황이었음에도 키스 자렛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 물 흐르듯 유연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극치를 창조해낸다.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된 즉흥연주는 형식적으로는 프리 재즈(Free Jazz)였지만, 연주를 촘촘히 듣고 있노라면 클래식, 포크, 컨트리, 블루스를 넘나드는 폭넓은 음악성이 순간순간 감지된다. 그럼에도 순간의 작곡은 결코 즉흥에 의한 연주라 생각이 안 될 만큼 끊임이 없는 자연스러움이 베어났고, 연주엔 탁월한 테크닉이 자아내는 다이내믹과 스릴이 도사렸고, 순간순간 자아내는 특유의 신음과 탄성과 한숨은 멜로디에 녹아들어 훨씬 풍부한 콘서트 현장의 느낌을 자아냈다. 무엇보다, 악보 없이 전체를 즉흥으로 연주했음에도 그 아름다운 음의 구조는 감상용 재즈의 정수라 하겠고, 스케일의 있어서도 대작의 서정시라 하겠다.

음악 관계자들의 우려에도 불고, 앨범은 대성공을 거뒀고, 얼마 후 독일그래미상과 타임지 선장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낳는다. 솔로 프로젝트의 성공은 키스 자렛과 만프레드 아이허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했고 즉흥 솔로 피아노는 이후 키스 자렛의 작품세계의 큰 부분으로 자리매김한다.

솔로 활동과 병행해 키스 자렛은 이후 70년대 내내 전방위적 활동으로 주목받는다. 프리(free) 성향의 아메리칸 쿼텟과 감성적인 유러피언 쿼텟을 동시에 운영하는데, 아메리칸 쿼텟엔 듀이 레드먼(Dewey Redman:색소폰), 찰리 헤이든(Charlie Haden:베이스) ,폴 모션(Paul Motian:드럼)이, 유러피언 쿼텟엔 얀 가바렉(Jan Garbarek:색소폰), 폴 다니엘슨(Palle Danielsson:베이스), 욘 크리스텐슨(Jon Cristensen:드럼)이 함께한다. 진한 서정미를 발하는 그의 대표작 <My song> (1978)은 바로 유러피언 쿼텟의 대표작이다. 클래식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는 바흐와 쇼스타코비치의 대표작들을 자신의 연주로 소개하기도 했고 오케스트라를 조직해 작품 활동을 전개하며 왕성한 창작력을 선보였다.

글/ 정우식(jassbo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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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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