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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즈 데이비스는 재즈계의 피카소

새로운 재즈의 탄생을 알리는 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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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즈 데이비스의 트럼펫은 그냥 스쳐 지나기에는 너무 쌀쌀맞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쌀쌀맞음’에 묘한 중독성이 있다. 날선 충고를 일삼는 귀찮은 친구 같기도 하고, ‘이제 너랑 헤어져야겠어.’라고 말하는 도도한 연인 같기도 하다. 반항과 절제, 빈정거림과 위로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는 요소를 다정하게 보듬는 기술. 이것 또한 개인적인 감상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마일즈 데이비스의 업적은 이 같은 특별한 능력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Kind of Blue>. 일종의 블루라고? 블루스를 말하는 건가?’

마일즈 데이비스가 누군지 몰랐을 때 지인으로부터 CD 한 장을 선물 받았다. 당시에는 이 음반이 재즈사에서 차지하는 크나큰 업적도, 화려한 멤버들의 이름도 낯설기만 했다. 재즈의 새 장을 열었느니 밤낮 떠들어 봐야 내게는 별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이성의 귀로 듣는 마일즈 데이비스에 대한 평판과는 달리 감성의 귀로 듣는 <So what>의 트럼펫 소리는 생각보다 낯설지 않았다. 어디서 많이 들어 봤던 것 같으면서도 튀는 멜로디가 어딘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트럼펫은 그냥 스쳐 지나기에는 너무 쌀쌀맞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쌀쌀맞음’에 묘한 중독성이 있다. 날선 충고를 일삼는 귀찮은 친구 같기도 하고, ‘이제 너랑 헤어져야겠어.’라고 말하는 도도한 연인 같기도 하다. 반항과 절제, 빈정거림과 위로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는 요소를 다정하게 보듬는 기술. 이것 또한 개인적인 감상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마일즈 데이비스의 업적은 이 같은 특별한 능력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 마일즈 데이비스를 ‘재즈계의 피카소’라 부른 것은 아주 적절한 표현 같다. 마일즈는 재즈라는 캔버스를 펼쳐 놓고 어울리지 않는 색깔로 리듬을 만들어 내는 화가다. 하지만 고집스러운 얼굴과는 달리 그의 귀는 늘 세상을 향해 열려 있었다.

아마도 마일즈 데이비스를 들으면 열에 아홉은 그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를 좋아하려면 단계적인 요령이 약간 필요하다. 단계별 마일즈 좋아하기 프로젝트 첫 번째는 우선 콘서트홀 대기실에 앉아 있다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콜롬비아 (Columbia) 레이블에서 나온 ‘마라톤 4부작’ 시리즈를 듣는 것이다. 특히 [Cookin’] 앨범 중 <My Funny Valentine>의 색다른 선율은 푸른빛이 가득한 신선한 새벽 같은 느낌으로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다음 앨범으로는 [Someday My Prince Will Come]이 무난하다. 그 다음엔 [Birth of the Cool]을 추천한다. 뜬금없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꼭 앨범이 녹음된 연도별로 들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는 건 아니니까. 이 앨범에는 재즈를 다시 대중의 귀에 가깝게 가져가려는 마일즈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비밥, 하드밥, 프리재즈가 대중에게 알아서 들으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서슴지 않았던 반면 이 시기에 마일즈 데이비스는 ‘좀 느릿느릿 연주하면 어때? 리듬감은 잃지 않으면서 스윙처럼 들리게 말이야. 듣는 사람 생각도 좀 해줘야지.’라는 식으로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 앨범은 [Kind of Blue]의 전조와도 같은 작품이다.

그 다음 앨범으로는 [Sketches of Spain]이 좋다. 당시 1950년대 미국에 는 스페인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마일즈 데이비스는 우연히 플라멩코 공연을 본 후 스페인에 관한 자료를 모았고, 이후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앨범이다. <Concierto de Aranjuez>는 우리의 귀에 익숙한 스페인의 대표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Joaquın Rodrigo)의 아랑훼즈 협주곡Concierto de Aranjuez)을 편곡한 곡이다. 이 음반은 스페인뿐 아니라 클래식에도 관심이 많았던 마일즈의 단면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제 드디어 [Kind of Blue]를 만날 시간. 새로운 재즈의 탄생을 알리는 명반이지만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So what?(그래서 뭐)”

녹음도 그렇게 이루어졌다. 천천히 시작하며 조금씩 따라오는 템포, 예상치 않은 베이스와 함께 시작되는 메인 테마. 그들은 한두 음으로 이루어진 코드의 반복만으로 연주하기 쉽지 않은 음악을 만들어 냈다.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연주였기에 다시 해보라고 한다면 전혀 다른 연주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마일즈는 신경 쓰지 않고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So what?”

마일즈 데이비스의 매형이 자주 하던 말이 ‘그래서 뭐?’였다고 한다.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는 이 말이 마일즈는 마음에 쏙 들었던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꽤나 편리한 말이니까.


강모림의 추천 앨범_Kind of Blue (1959)

치밀하고 세심하지만 즉흥성을 잃지 않는 ‘쿨’한 마일즈 데이비스의 색깔이 잘 드러난 앨범. 이전의 재즈가 그저 ‘갇혀 있는 재즈’였다면 <Kind of Blue>는 재즈에 날개를 달아 주어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캐논볼 애덜리의 부드러움과 존 콜트레인의 심오함이 어우러진 색소폰 연주, 빌 에반스의 뛰어난 편곡과 연주도 이 앨범을 성공시킨 요인 중 하나이다.

Discography_ Miles Davis (1926~1991)

1944 찰리 파커와 빌리 엑스타인이 활동하는 밴드에서 연주
1949 [Birth of the Cool]
1951 [Blue Period], [Dig]
1954 [Blue Haze], [Walkin']
1955 [Musings of Miles], [Round Midnight]
1956 [Blue Moods], ['Round About Midnight]
1957 [Bags' Groove, Cookin'], [Miles Ahead] 등
1958 [Relaxin'], [Milestones], [Porgy and Bess], [Miles & Coltrane]
1959 [Workin'], [Kind of Blue]
1960 [Sketches of Spain]
1961 [Steamin'], [Someday My Prince Will Come],[At Carnegie Hall]
1963 [Seven Steps to Heaven]
1964 [In Europe], [Miles in Tokyo]
1965 [My Funny Valentine], [E.S.P.]
1967 [Miles Smiles], [Sorcerer]
1968 [Nefertiti], [Miles in the Sky]
1969 [In a Silent Way], [Bitches Brew]
1972 [On the Corner]
1974 [Get Up with It]
1981 [The Man With The Horn]
1982 [We Want Miles]
1983 [Star People]
1984 [Decoy]
1986 [Tutu]
1992 [Doo-B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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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첫 번째 Jazz 재즈 강모림 글,그림 | 컬처그라퍼
『내 인생 첫 번째 Jazz(재즈)』는 재즈에 대한 어려움과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만든 재즈 입문서다. 책에는 루이 암스트롱, 엘라 피츠제럴드, 찰리 파커, 존 콜트레인, 마일즈 데이비스 등 25명의 전설적인 재즈 아티스트들의 에피소드와 음악 이야기는 물론 영화 속 재즈와 역사를 일러스트와 만화로 소개하고 있어 쉽고 흥미 있게 재즈를 접할 수 있다. 재즈 입문자라면 저자가 추천하는 앨범과 노래를 들어 보자. 이미 재즈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재즈에 대한 서로의 느낌을 나누고, 아직 접해 보지 못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접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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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모림

1991년 르네상스 공모전을 통해 데뷔했어요. 같은 해 댕기에 <여왕님! 여왕님!>을 연재했어요. 22년 만에 채널예스에서 부활했어요. 2006년 <재즈 플래닛> 출간 이후로 그림에세이와 일러스트 작업만 하다가 2011년 다음 웹툰에 <비굴해도 괜찮아>로 재기(?), 다시 만화를 그리고 있어요. 최근작은 <재즈 플래닛>의 개정판인 <내 인생 첫 번째 재즈>, 현재 비즈니스 워치에 경제 웹툰 <랄랄라 주식회사>를 연재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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